역대급 실적, 웃지 못하는 금융사.."청구서 날아든다"

양성희 기자 2022. 7. 20.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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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금융지주가 호실적에도 웃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금리 인하, 취약차주 지원, 소상공인 지원 등과 관련한 금융당국의 요구가 부담으로 다가와서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특히 이자 장사, 실적 잔치라는 표현이 부담스럽다"고 했다.

취약차주 지원을 두고도 금융지주마다 당국 눈치를 보느라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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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금융 순이익 추이/그래픽=임종철 디자인기자


주요 금융지주가 호실적에도 웃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금리 인하, 취약차주 지원, 소상공인 지원 등과 관련한 금융당국의 요구가 부담으로 다가와서다. 충당금 추가 적립 압박도 마찬가지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 4대 금융지주는 상반기 합산으로 9조원대 순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역대 최대 규모다. KB금융지주는 21일, 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는 22일 상반기 실적을 발표한다.

가계대출 감소 등 악조건 속에서도 달성한 호실적이라 내세울 만하지만 4대 금융 모두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특히 이자 장사, 실적 잔치라는 표현이 부담스럽다"고 했다.

새로운 금융당국 수장들이 연일 금융사를 향해 '고통 분담' 메시지를 던지고 있어서다. 대출금리 인하 주문이 대표적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권 예대금리차 확대, 이익추구에 대한 비판을 언급한 것이 시작이었다.

이후 은행마다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낮추며 당국의 요구에 부응했는데 당장 상반기 이자이익 증가규모가 공개되는 게 부담이다. 더욱이 다음달부터 예대금리차를 공시해야 하기에 하반기엔 '울며 겨자 먹기'로 가산금리를 낮출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취약차주 지원을 두고도 금융지주마다 당국 눈치를 보느라 바쁘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금융사가 취약계층의 어려움에 세심한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한 데 이어 "정부 대책에서 빠진 분야는 금융사가 답을 줘야 한다"고 했다.

이를 두고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서로 눈치싸움만 벌이는 현실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명시적으로 요구를 하면 관치금융 논란이 커져 불분명한 지침을 내릴 수밖에 없었을 텐데 금융사 입장에선 지원 범위를 얼마나 잡을지 애매하기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9월말 종료 예정이었던 대출원금 만기연장, 이자 상환유예 조치가 사실상 연장된 것도 금융지주엔 부담으로 다가온다. 부실을 계속 떠안을 위험이 있어서다. 정부는 금융지원 조치가 9월 말에 끝나더라도 급격한 대출회수가 없도록 조치하기로 했다.

충당금 추가 적립도 고민거리다. 충당금을 더 쌓으면 이익은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충당금 적립을 비롯해 금융당국의 요구를 모두 수용할 경우 하반기 이익 성장세가 다소 주춤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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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희 기자 ya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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