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부 인신매매보고서 발표..한국 20년 만에 2등급으로 하락
미국 국무부가 발표한 올해 인신매매 보고서에서 한국의 등급이 한단계 하락해 20년 만에 2등급으로 떨어졌다. 국무부는 19일(미국 시간) ‘2022년 인신매매 보고서’를 공개하고, 인신매매방지와 관련한 한국의 지위를 2등급(Tier 2)으로 평가했다. 북한은 20년 연속 최하등급인 3등급에 포함됐다.
국무부는 2001년부터 각국 정부, 비정부기구(NGO), 언론 등을 통해 입수된 정보를 자체적으로 분석해 인신매매 보고서를 매년 발표하고 개별 국가의 인신매매 감시와 단속 수준을 1~3등급으로 나눠 평가해왔다. 한국은 2001년 첫해에 3등급으로 분류됐으나 2002년부터 줄곧 1등급을 유지해왔다. 2등급은 중간 단계로, 인신매매 방지와 관련한 모든 기준을 충족하지는 않더라도 지속적인 노력을 하는 나라가 해당된다. 이번 보고서는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인신매매 근절을 위한 정부의 노력과 실적을 반영한 것이다.
국무부는 보고서에서 “한국은 2020년과 비교해 인신매매 관련한 기소가 줄었고, 외국인 인신매매와 관련해 정부 차원의 장기적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고 등급 하향 조정 배경을 설명했다. 보고서는 또 한국 정부가 인신매매와 관련해 새로운 교육 과정을 추가하고 피해자 보호를 위한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지만, 이전과 비교해 뚜렷한 성과를 나타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 외국인 강제 노동을 이용한 어업 문제를 거론하면서 “한국 정부가 이와 관련해 어떤 강제 노동도 규명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어 “인신매매 피해자 가이드라인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도 있으며, 인신매매 관련한 중대 범죄자가 1년 미만의 가벼운 형을 선고받거나 기소 유예 혹은 벌금형 처분을 받는 경우도 있었다”고 언급했다.
2등급 그룹에는 한국과 함께 일본·노르웨이·스위스·이탈리아·브라질·이집트·가나·멕시코·파키스탄·포르투갈·사우디아라비아 등 모두 133개국이 포함됐다. 1등급에는 미국·독일·영국·프랑스·스웨덴·벨기에·캐나다·칠레·핀란드 등 30개국이 포함됐다. 3등급에는 북한·중국·러시아 등 22개국이 지정됐다.
보고서는 북한에 대해 “인신매매 근절을 위한 최소한의 기준을 완전히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코로나19 영향을 고려하더라도 어떤 노력도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 실태와 함께 노동자 강제노동을 통해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다는 사실도 지적했다. 중국에 대해서는 ‘일대일로’ 정책이 강제노동으로 채워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보고서는 “중국과 관련국들은 아프리카와 중동, 아시아, 남미 등에서 대규모 건설사업을 진행하며 채무에 기반한 기만적 고용과 임금 착취, 장시간 노동, 자유 제약 등 인권유린을 자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20일 한국의 인신매매 방지 등급이 하락한 것과 관련해 아쉬움을 표하면서 적극적으로 더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교부는 “보고서는 전년 대비 개선 여부에 중점을 두고 평가하는 것”이라며 “이번 결과가 한국의 인신매매 방지 노력이 약화했거나 관련 인권 상황이 악화했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외교부는 또 “보고서상 사실관계에 벗어난 기술이 있으면 관계부처와 협의를 통해 미국 측에 해당 문제를 제기하고 관련 근거 자료를 제출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적극적으로 취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이날 외무성 홈페이지를 통해 “미국은 남의 병세를 떠들며 자기의 병폐를 가리우려할 것이 아니라 저부터가 수술대 위에 올라야 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북한은 “1525년부터 1866년까지 1250만명 이상의 아프리카 사람들이 미국에 끌려와 노예 생활을 강요당하였다”며 “인신매매는 미국의 건국 역사와 더불어 수백 년 동안 지속되고 있는 불치의 병”이라고 비난했다. 북한은 이어 “인신매매의 역사를 계속 답습하고 있는 미국이 해마다 ‘인신매매보고서’라는 것을 발표하면서 다른 나라들의 인신매매 실태를 제멋대로 평가하고 있는 것이야말로 인권에 대한 모독”이라고 공격했다.
유신모 기자 sim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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