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편드는 일본·대만..연일 저격 당한 삼성전자, '반격' 나선다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세계 최초로 최첨단 공정인 3㎚(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파운드리(위탁생산) 양산에 돌입한 삼성전자를 두고 견제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조만간 첫 제품을 공개하며 맞대응에 나선다.
20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오는 25일 경기 화성캠퍼스 V1 라인 앞에서 반도체 파운드리 3나노 제품 출하식을 진행한다. 이날 출하식에는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이번에 3나노 공정 제품을 공개하는 동시에 관련 기술에 대한 경과를 보고한다. 삼성전자가 만든 3나노 공정 첫 제품은 비트코인 채굴용 반도체 설계업체(팹리스)가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은 이번 출하 물량에 대해선 밝힐 수 없단 입장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달 30일 3나노 공정 기반의 초도 양산을 세계 최초로 진행하며 '기술 초격차' 경영의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파운드리 업계 1위인 TSMC보다 6개월 정도 앞선 성과로, 삼성전자는 3나노 공정의 고성능 컴퓨팅(HPC)용 시스템 반도체에 이어 모바일 시스템온칩(SoC) 등으로 공정 적용을 확대할 예정이다.
삼성전자가 도입한 3나노 공정은 반도체 제조 공정 가운데 가장 앞선 기술로 평가 받는다. 특히 차세대 트랜지스터 구조인 GAA 신기술을 적용한 3나노 공정 파운드리 서비스는 전 세계 파운드리 업체 중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삼성전자는 이번에 반도체를 구성하는 트랜지스터에서 전류가 흐르는 채널(Channel) 4개면을 게이트(Gate)가 둘러 싸는 형태인 차세대 GAA 기술을 세계 최초로 적용했다. 채널의 3개면을 감싸는 기존 핀펫 구조와 비교해 GAA 기술은 게이트의 면적이 넓어지며 공정 미세화에 따른 트랜지스터 성능 저하를 극복하고 데이터 처리 속도와 전력 효율을 높이는 차세대 반도체 핵심 기술로 손꼽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3나노 GAA 1세대 공정은 기존 5나노 핀펫 공정과 비교해 전력은 45% 절감되고, 성능은 23% 향상되며 면적은 16% 축소됐다"며 "GAA 2세대 공정은 전력 50% 절감되고, 성능은 30% 향상되며 면적은 35% 축소된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3나노 반도체 양산을 시작으로 내년에는 3나노 2세대, 2025년에는 GAA 기반 2나노 공정 양산에 착수하는 '초격차 기술' 전략을 펼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TSMC와의 점유율 격차를 단기간에 따라잡겠다는 계획이다. TSMC는 이르면 이달 중 핀펫 기반 3나노 반도체를 양산할 예정으로, GAA 기술은 오는 2025년 2나노부터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파운드리 사업에 뛰어든지 40년 가까이 되는 TSMC에 비해 삼성전자가 업력이 짧고 에코시스템과 고객사가 탄탄하지 않은 데다 인력도 3분의 1수준 밖에 안되는 상황"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GAA 기반 3나노 공정을 먼저 발표한 것은 대단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일본, 대만 언론을 중심으로 삼성전자를 견제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TSMC를 기술력으로 넘어서는 모습을 보이자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을 노골적으로 깎아내리는 모습이다.
특히 닛케이는 최근 삼성전자가 3나노를 발표하자 "한국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에서 탈(脫)일본은 진행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삼성전자는 첨단 공정 경쟁에서 TSMC에 밀릴 것"이라며 "삼성전자가 3나노 칩을 처음 공급할 곳도 중국 암호화폐 채굴자들로, 최근 암호화폐 가치가 하락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장기적으로 신뢰하기 어려운 공급처"라고 지적했다.
또 닛케이는 3나노 칩이 최신 생산 장비가 설치되는 삼성전자 평택 공장이 아닌 제조 기술을 개발하는 화성 공장에서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생산 규모가 기대만큼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여의도 금융가의 한 전문가를 인용해 구체적인 고객사를 명시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다만 고객사 공개는 삼성전자뿐 아니라 다른 업체들도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업계에선 일본 언론의 이 같은 행동이 TSMC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TSMC가 시장점유율 50~60%를 차지하며 업계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지만, 삼성전자가 3나노 및 GAA 기술을 세계 최초로 먼저 내놓자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기 때문이다.
이에 자국 반도체 부활을 위해 TSMC와 손잡은 일본이 이번에 TSMC의 편을 들어 3나노 반도체 양산에 나선 삼성전자를 노골적으로 저격했을 것으로 봤다. TSMC는 일본 정부 지원을 받아 소니, 덴소 등과 공동 운영할 반도체 공장을 구마모토현에 설립 중이다. 지난달에는 이바라키현에 반도체 연구개발(R&D) 센터를 개소했다.
디지타임스 등 대만 언론도 그동안 삼성전자의 기술력에 대해 깎아 내리기 바빴다. 디지타임즈는 그동안 삼성전자가 TSMC에 큰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영국 언론도 닛케이가 보도한 내용을 토대로 삼성전자의 3나노 공정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 역시 서울 여의도 금융업계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삼성전자의 3나노 칩 구매 고객에 대해 누구인지 물었지만, 아무런 답을 듣지 못했다"며 "삼성전자는 5나노 공정에서도 수율을 올리지 못해 최대 고객인 퀄컴에 칩을 안정적으로 공급하지 못해 TSMC에 퀄컴 물량을 뺏겼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이나 대만 언론이 반도체 산업과 관련해 자국 산업에 유리한 방향으로 기사를 쓰는 경향이 있다"면서도 "앞으로 삼성전자가 3나노 공정에서 안정적인 수율을 바탕으로 언제쯤 대량 수주에 성공할 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이번 3나노 출하식을 통해 일각의 우려를 씻는 한편, '초격차 기술'에 대한 자신감도 다시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또 TSMC가 이르면 이달 말부터 애플의 차세대 중앙처리장치(CPU)인 M2 프로, M3 칩을 3나노 공정으로 양산할 것으로 알려진 만큼, 이를 의식한 행보로도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일단 양산을 하며 수율 향상을 동시에 하는 것이 삼성전자의 숙제"라며 "실제 이익이 남는 80~90% 수율까지 나오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품질을 신뢰할 수 있는 3나노 공정 생산량을 누가 더 많이 내느냐에 따라 대형 고객사들이 움직일 여지가 있다"며 "TSMC가 퀄컴이나 AMD, 엔비디아에 충분한 생산량을 공급하지 못하는 경우 이들이 삼성전자에 주문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덧붙였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네이버 채널에서 '아이뉴스24'를 구독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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