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소심한' 유럽중앙은행, 경기침체 전망 속 금리 몇프로 올릴까

김리안 2022. 7. 20.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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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중앙은행(ECB)이 오는 21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인상한다. 11년만의 첫 긴축 드라이브다. ECB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부양을 위해 0% 금리를 유지해왔다.

시장에서는 ECB의 금리 인상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한편 '인상폭'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예상보다 가파른 물가상승세와 강(强)달러로 인해 ECB도 빅스텝(한번에 0.5%포인트 금리 인상)을 논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다. 영란은행(BOE)도 내달 17년만에 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0.25%포인트 인상이 대세론?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ECB는 지난달 통화정책방향에서 "7월 21일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와 한계대출금리, 수신금리 등 3개 정책금리를 각각 0.25%포인트 인상하겠다"고 예고했다. ECB가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2011년 7월 이후 11년만에 처음이다.

ECB는 또 "추가 금리 인상은 점진적이고 지속해서 진행될 것"이라고 시사했다. 하지만 독일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은 "ECB 통화정책회의 내부에서도 '점진적'이라는 말이 반드시 '천천히'라는 뜻은 아니라는 지적이 제기됐다"고 전했다. 0.25%포인트 인상하게 되면 현재 연 -0.50%인 수신금리의 경우 연 -0.25%로 인상되는 데 그쳐, 정책금리 중 하나는 여전히 마이너스 영역에 머물게 된다. 

이에 따라 "ECB가 21일 통화정책회의에서 인상폭을 0.5%포인트로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할 예정"이라고 로이터통신이 익명의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지난달 유럽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에 비해 8.6% 폭등하자 통화정책위원들 사이에서도 기류가 바뀌고 있다는 설명이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물가는 8개월 연속 상승세를 지속하며 또다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지난 3월부터 세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1.5%포인트 올렸다. 내주에는 0.75%포인트 인상설까지 거론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전 세계 100곳의 중앙은행 중 75개 은행이 평균 네 차례씩 긴축에 나섰다. 현재까지 평균 인상폭은 신흥국 3%포인트, 선진국 1.7%포인트에 달한다.

 ○"너무 소심하고 너무 느리다"

블룸버그통신이 경제전문가 28명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22명은 ECB의 통화정책이 경제상황 전개와 비교해 뒤처진다고 평가했다. 네덜란드은행 ING의 한 거시경제 전문가는 "지난달 유로존 19개국 중 무려 9개국이나 두자릿수 물가상승률을 찍었다"며 "ECB가 작년 말부터 서서히 긴축 분위기로 전환한 건 너무 소심했고 너무 늦었다"고 지적했다.

ECB는 다른 주요 중앙은행들보다 더 복잡한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유럽이 지정학적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를 고스란히 떠안고 있기 때문이다. 전쟁으로 인한 식량, 에너지 등 생활필수품 가격의 폭등세는 정치적 불안을 부채질하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유럽을 상대로 에너지 공급을 차단하는 맞불을 놓으면서 경기침체 우려도 더욱 짙어졌다. 유럽 주요국의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 비중은 50%에 달한다. 유럽 싱크탱크 브뤼겔의 부소장은 "에너지 위기 때문에 유로존이 경기침체에 빠질 수 있고 반면 인플레이션이 잡히지 않으면  ECB는 금리를 계속 올려야 할 것"이라며 "사실상 양립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ECB가 예산과 채권 시장 등이 서로 다른 회원국들 간의 단일통화 시장의 방향키를 쥐고 있다는 '불완정성'도 관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이탈리아 등 남유럽 국가들의 국채 금리가 연일 급등(국채 가격 하락)하고 있어 유로존 부채 위기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ECB가 2011년 7월 마지막으로 금리를 인상했을 당시에도 유럽 내 부채 위기가 심각해지면서 같은해 11월 ECB는 금리를 다시 내려야 했다. FT는 "2011년 ECB의 통화정책 방향이 4개월만에 급변했던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고 전했다. ECB는 회원국 채권시장이 분절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21일 통화정책회의에서 새로운 채권 매입 계획도 함께 내놓는다는 방침이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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