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SKB 재판, 입증 자료 내라..'페이드피어링' 공방

SK브로드밴드, 일본 연동때부터 망대가 요구
중계접속(트랜짓)때만 돈 낸다는 넷플릭스
직접접속(피어링)때도 돈 낸다는 SK브로드밴드
2016년 미국 SIX 연동 때는 정산 없는 피어링
2018년 일본 BBIX때부터 돈내는 피어링 두고 공방
다음번 공판은 8월 24일, SKB 엔지니어 출석 예정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망이용대가를 낼 필요가 없다)항소심이 중반으로 넘어가면서, 각자 주장에 대한 입증 자료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20일 오전 열린 서울고등법원 재판에서는 1심 때까지만 해도 고려되지 않았던 2016년 1월 미국 SIX(시애틀 IX) 연동이 화두가 됐다. 2018년 5월 일본 BBIX(도쿄 IX)로 양사간 망 연동구조가 바뀌는 과정에서 SIX 연동 때와 일본 연동 때의 기술적·법리적 차이점에 대해 재판부가 주목했다. 양사가 주고받은 이메일이나 내부 보고 문서가 증거로 제출되며,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였다.

핵심은 결국 ①피어링(peering·두명의 제공자들이 트래픽을 교환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에 페이드 피어링(망을 사용한 만큼 사용료를 지불하는 인터넷 접속료 정산 방식)이 존재하는가 ②미국 SIX 연동 때에는 무정산 피어링이었다가 일본 BBIX때부터 페이드 피어링이라고 하는 이유로 모였다. 또 ③트랜짓(transit·한명의 제공자가 다른 제공자에게 전체 인터넷망에서 트래픽을 교환할 수 있도록 비용을 지불하는 것)과 피어링의 차이도 언급됐다.

SK브로드밴드, 일본 연동때부터 망대가 요구

SK브로드밴드는 이 재판에서 2018년 5월 일본 BBIX와 직접 전용회선으로 연결했을 때부터 망이용대가를 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 이전인 미국 SIX연동 때에는 받을 계획이 없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에 △일본 BBIX(도쿄지역 IX)와 SK브로드밴드간 50Gbps 넷플릭스 전용회선을 연결한 시기(2018년 5월~2020년 1월)와△홍콩 Mega-I, 일본 Equinix에서도 추가로 직접 연동해 넷플릭스 전용회선을 이용한 시기(2020년 1월~현재)의 국내외 통신망 이용대가만 요구하고 있다. 대략 700억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중계접속(트랜짓)때만 돈 낸다는 넷플릭스

이날 재판에서 넷플릭스 대리인(김앤장)은 피어링(1대1연결·직접접속)은 트랜짓(다중연결·중계접속)과 다르다며 페이드피어링의 존재를 부인했다.

넷플릭스 대리인은 “CP가 인터넷접속 서비스를 사야 한다는 건 맞는 말이나,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로부터 접속 서비스를 받고 있지 않다. 미국 ISP(통신사)로부터 확보했다”면서 “국내 CP는 접속을 확보해야 하니까 SK브로드밴드에 돈을 내는 것이다. 국내 CP가 미국 ISP에 돈을 내지 않지 않느냐”고 말했다.

한마디로 넷플릭스가 미국 ISP와 트랜짓할 때는 돈을 내고, 네이버 등 국내 CP가 국내 ISP와 트랜짓 할 때는 돈을 내야 하나, 일본에서의 연결은 접속이 아니니(피어링이니)돈을 낼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그는 “시애틀에서 연결할 때 다자간 무정산 합의를 했으면 무정산 합의를 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1대1연결(피어링·직접접속)때도 돈 낸다는 SK브로드밴드

그러나 SK브로드밴드 대리인(법무법인 세종)은 시애틀에서 SIX 연동을 무정산으로 한 것은 그 본질을 살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내가 네 망을 쓰는 대가로 너도 내 망을 이용하게 하겠다는 일종의 쉐어 개념이고 서로 비용을 청구하지 않는 게 본질”이라고 반박했다.

또, 페이드피어링은 존재한다며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에 망대가를 요구해왔다고 했다. SK브로드밴드 대리인은 미국 케이블 방송 사업자 차터(Charter)에 대한 미연방통신위원회(FCC)의 합병승인명령서를 근거로 제시하며 “이미 미국 시장 내에서 ISP의 CP에 대한 요금 부과 행위가 존재해왔다”며 “페이드 피어링(망 사용을 한 만큼 사용료를 지불하는 인터넷 접속료 정산 방식)’ 방식은 존재한다”고 말했다.

SK브로드밴드가 망대가를 제대로 요구하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원고도 국내망에 OCA(넷플릭스의 CDN)설치 시 피고가 망대가를 요구했다는 건 인정하고 있다”며 “그런데 10억 들이면 연결하는 것은 달라고 하다가, 100억원은 안 줘도 돼 이건 상식적으로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더 적은 비용이 드는 국내망 OCA 설치 때는 망대가를 요구하다가 일본 BBIX 연동시 무정산을 수용했다는 건 말이 안 된다는 의미다.

재판부, SK브로드밴드가 미국 연동시 돈 안 받은 정황 궁금

재판부는 SK브로드밴드가 미국 SIX 연동 시 돈을 받지 않았는데 당시 양사 간 논의 내용이 어땠는가 관심을 표했다. 또, SK브로드밴드가 2018년 10월 이후 돈을 받겠다는 의사를 표한 당시 상황과 증거(이메일, 내부 보고문서 등)에도 관심을 표했다.

재판부는 “원고와 피고 모두 자기주장에 대한 입증 자료가 필요하다. 주장만은 아니고 입증할 근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음번 공판은 8월 24일 오후 3시 40분, SK브로드밴드가 신청한 내부 엔지니어 황 모 씨에 대한 증인 신문으로 재개된다. 넷플릭스 측 마이클 스미스 증인은 10월 12일 재판정에 나온다.

김현아 (chaos@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