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있어도 없어도 힘들다"..빅스텝發 '거래절벽' 언제까지?

유엄식 기자, 방윤영 기자 2022. 7. 20.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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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주택시장 新치킨게임④

[편집자주] 가파른 금리인상이 주택시장을 바꾸고 있다. 매물은 급증했지만 거래량은 더 줄었다. 매주 발표되는 집값 통계도 완연한 하락세다. 하지만 시장에선 가격을 내린 매물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말도 나온다. 직전 최고가보다 하락한 거래에도 집주인들은 쉽사리 호가를 내리지 않는다. 매수자는 시세보다 수 억원 낮은 초급매만 찾는다. 금리인상기 주택시장 치킨게임은 어떻게 결론날까.

서울 강남권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제공=뉴시스

전문가들은 금리인상 여파로 주택매매 시장이 당분간 침체기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한다. 하지만 주택 보유 여부에 따라 '유불리'가 갈릴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금리인상은 주택 매도자 뿐만 아니라 매수자에도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금리가 급등하면 유주택자는 원리금상환 부담이 커지고, 무주택자도 여윳돈이 없으면 대출을 받아 전세를 구하기 때문에 모두 고통을 받는다"며 "금리인상 랠리가 마무리돼야 거래량이 정상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나기를 피하자는 심리로 모험적 매수에 나서는 사람이 줄었고, 매수자는 '헐값 사냥꾼' 마인드로 가격 메리트가 생길 때까지 관망할 가능성이 높다"며 "거래절벽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며 가을 이사철 특수도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위원은 다만 "과거 외환위기, 글로벌금융위기 시점의 시세 흐름과 비교하면 이번 금리인상 여파로 가격이 30~40% 내릴 것이란 전망은 비합리적"이라며 시장 경착륙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높은 가격대에 무리하게 대출을 받은 이른바 '영끌족'은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하우스푸어 문제가 대두된 2010~2012년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5~6%였는데 그 때는 이자만 상환하는 구조로 버티기가 조금 가능했지만 지금은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 적용돼 금리가 단기간 급등하면 상환 위험에 놓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규 대출금리가 평균 5%대에 진입하면 새로 집 사려는 수요는 극도로 제한될 수 밖에 없다"며 "올해 하반기 금리인상 추이를 지켜보고 관망하는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시세 흐름은 당분간 하락 압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금리인상으로 5~8%대 대출금리를 지불하는 차주 비중이 전체 50%를 넘기게 되면 국내 경기나 부동산 시장도 상당한 압박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며 "깊은 거래 관망 속에 저조한 주택거래와 가격 약세장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대출 의존도가 낮은 강남권 등 고가주택 지역은 차별화된 양상을 보일 것이란 분석도 있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현재 시세 15억 이상 아파트는 대출을 받을 수 없어 금리와는 상관없는 지역"이라며 "그 이하 가격대 시장은 실수요자들이 금리인상으로 원리금상환액이 많이 늘어나기 때문에 머뭇거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금리인상이 지속되면 실수요층이 집중된 시세 15억원 이하 시장은 일부 저가 급매로 형성된 시세가 가격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시장 상황이 과거 금융위기 국면과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은 강남권 보금자리주택 공급, 전국 미분양 17만가구 등으로 집 구매 자체를 꺼리는 상황이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가격이 급락하려면 우선 청약시장에 계속 미달이 속출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둔촌주공 등 핵심입지에 위치한 대단지는 분양 경쟁률이 낮을 거라고 예상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금리인상 국면이 이어지면 유주택자의 갈아타기, 투자 목적의 추가 매수는 당분간 어려울 전망이다. 자금여력을 갖춘 무주택자의 경우 올해 연말부터 내집마련 기회가 열릴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박원갑 위원은 "실수요자는 올해 연말부터 내년 초까지 저가 절세 매물을 중심으로 내집마련 계획을 세우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며 "다만 대출은 최대한 슬림화한 자금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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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엄식 기자 usyoo@mt.co.kr, 방윤영 기자 by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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