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강제북송 3시간전 법리검토 요청받아..法근거 없다 결론"(종합)
검찰, 북송 결정 위법성 인지 여부도 살펴볼듯
(서울=뉴스1) 심언기 기자 = 문재인정부 시절 법무부가 탈북어민 북송 직전 법리검토를 진행한 결과 위법성이 짙다는 결론을 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당시 청와대의 법리검토 요청은 북송 3시간 전에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법무부의 이같은 법리검토 결과가 청와대 등 안보 라인에 전달됐는지, 위법성을 인지하고도 송환 결정을 했는지 여부에 대한 검찰의 진상규명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 법무부, 북송 3시간전 법리검토 요청 받아
법무부는 "2019년 11월7일 정오 무렵 청와대로부터 탈북선원 북송과 관련된 법리검토를 요청받은 사실이 있다"고 20일 밝혔다. 앞서 법무부는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당시 법적검토 요구를 받았는지를 묻는 질의서에 "의사결정에 관여한 사실이 없으며, 이에 대해 제출한 별도의 자료는 없다"고 회신한 바 있다.
탈북어민 북송 사건은 2019년 11월2일 발생했다. 우리 군당국은 사흘 간 NLL을 넘나드는 북한 어선을 예의 주시하다 이날 나포했다. 당시 SI(특수정보)를 통해 이들이 선상에서 16명을 살해한 정황을 파악하고 있었다고 한다.
우리 정부는 사흘 간 탈북 경위를 조사했고 이들은 조사 진행중 귀순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살인 혐의자로서 수 일간 NLL을 오가며 퇴거에 불응하다 나포 이후에야 귀순하겠다고 밝힌데 대해 당국은 '진정성이 없다'며 송환을 결정했다.
사흘이라는 이례적으로 짧은 조사기간 끝에 송환이 결정된데는 당시 서훈 국정원장 등의 외압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11월5일 북측에 송환 의사가 전달되고, 그로부터 이틀 후인 11월7일 판문점을 통해 전격 송환 조치된 점도 청와대 안보라인 등 윗선의 개입이 때문이라는 것이 여권의 주장이다.
문재인정부와 당시 청와대 측은 그간 "관계 부처 협의를 통해 북송 결정에 대한 법리검토를 거쳤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정의용 당시 국가안보실장도 지난 17일 공개입장문을 통해 "여러 부처가 협의해 법에 따라 결정하고 처리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령해석의 주무부처인 법무부는 당시 탈북어민 송환 의사결정 과정에서 비켜선 채 방관자적 입장을 취했다. 법무부가 청와대로부터 법리검토를 요청받았다고 밝힌 시점은 송환 당일 정오쯤으로, 판문점을 통해 송환되기 불과 3시간 전이었다.
송환 의사결정 과정에서 법리검토 시간이 사실상 주어지지 않았고 법무부의 역할도 미미했던 셈이다. 안보라인 자체적으로 법리를 따져본 뒤 송환을 이미 결정했고, 사후에 요식행위로 법무부에 법리검토를 요청했다는 지적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 "북송, 위법성 소지 상당하다" 결론…청와대 보고 여부 새 쟁점으로
법무부 역할 및 법리검토 실효성 논란과 별개로 위법성 소지가 상당하다는 문재인정부 법령 주무부처의 검토결과는 상당한 파장을 예고한다. 탈북어민 송환에 관계된 Δ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북한이탈주민법) Δ출입국관리법 Δ범죄인인도법의 세 가지 현행법을 살펴봐도 근거가 없거나 위법성 시비가 농후하다는 결론을 냈기 때문이다.
북한이탈주민법 제 9조는 Δ항공기 납치, 마약거래, 테러, 집단살해 등 국제형사범죄자 Δ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자 Δ위장탈출 혐의자 Δ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공공복리에 대한 중대한 위해 발생 우려 등에 해당할 경우 보호결정 예외 대상자로 규정한다. 문재인정부는 이를 근거로 탈북어민들을 송환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당시 법무부 해석은 유보적이었다. 예외사유에 해당될 경우 비보호 대상자의 국내입국을 지원할 의무가 없지만, 이미 입국한 비보호 대상자를 강제출국 조치하는 데 대해서는 근거가 없다는 설명이다. 군당국에 의해 나포된 순간부터 이들은 이미 입국 상태이므로, 보호 조치를 할 필요는 없지만 이들을 강제 송환할 수 있는 근거 역시 없다는 판단이다.
탈북어민들의 애매한 지위도 향후 피고발된 송환 결정권자들이 기소될 경우 치열한 법리다툼을 예고한다. 헌법상 북한 주민 역시 대한민국 국민이므로 엄밀히 따지면 이들의 귀순 의사 진정성과 별개로 송환 조치의 정당성은 상당한 논란이 불가피하다.
당시 법무부 역시 이같은 헌법과 현실의 불합치, 법령상 미비점 등으로 탈북어민 송환결정 여부 법리를 두고 상당히 고심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법무부 법무실장은 이용구 전 차관이었다.
그럼에도 법무부는 "외국인을 전제로 하는 출입국관리법상 강제 출국 조치는 적용하기 어렵다", "사법부의 상호보증 결정 없이 범죄인인도법 제4조에 따른 강제 송환을 하는 것은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며 위법 가능성에 좀더 무게를 실었다.
결국 탈북어민 강제북송 의혹 사건은 검찰의 수사와 재판 결과에 따라 갈릴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가 이같은 법리검토 결과를 청와대 또는 군·안보 라인에 전달했는지, 아울러 위법성 판단과 별개로 송환에 찬성했는지 여부 등도 검찰 수사가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은 현재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부장검사 이준범)가 수사 중이다. 중앙지검은 내부 인력조정을 통해 조만간 공공수사3부에 검사 1명을 업무지원 형식으로 추가 배치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eonk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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