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초장기론 무슨 소용?.."'9억 급매' 나와도 대출 못받아요"

방윤영 기자 2022. 7. 20.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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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주택시장 新치킨게임③

[편집자주] 가파른 금리인상이 주택시장을 바꾸고 있다. 매물은 급증했지만 거래량은 더 줄었다. 매주 발표되는 집값 통계도 완연한 하락세다. 하지만 시장에선 가격을 내린 매물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말도 나온다. 직전 최고가보다 하락한 거래에도 집주인들은 쉽사리 호가를 내리지 않는다. 매수자는 시세보다 수 억원 낮은 초급매만 찾는다. 금리인상기 주택시장 치킨게임은 어떻게 결론날까.

#내년 초 결혼을 앞두고 생애 첫 집을 매수하려는 30대 이모씨는 시중 금리보다 낮은 정책금융상품인 적격대출을 받으려고 매물을 알아보고 있었다. 적격대출은 소득제한이 없는 대신 9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 최대 5억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이씨가 눈여겨 보고 있는 아파트는 서울 중구 신당동의 약수하이츠로 가장 평형이 작은 전용 57㎡ 매물이 10억원을 훌쩍 넘어서지만 9억원대 급매도 나온 상태다. 이씨는 9억원까지 가격이 더 내려가면 매수에 나선다는 계획을 짰지만 이내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적격대출 지원대상이 되는 주택가격은 매매가가 9억원 이하면서, KB부동산 시세 역시 9억원 이하여야 대출이 가능해서다. 현재 이 아파트 전용 57㎡ KB시세는 9억8000만원으로 9억원에 급매가 나오더라도 적격대출을 받을 수가 없다.

이씨는 "9억원까지 가격이 떨어지더라도 KB시세는 그대로여서 적격대출을 받을 수가 없다"며 "아무리 급매가 나오더라도 서울에서 KB시세 9억원 이하 아파트는 찾기 힘들 것"이라고 토로했다.

집값 떨어져도 '초장기론' 적격대출 받기 힘든 이유는…
1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는 다음달 1일부터 50년 만기 보금자리론과 적격대출을 출시한다고 밝혔으나 이씨의 사례처럼 서울 내에서는 정책금융상품의 혜택을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50년 만기 보금자리론과 적격대출의 금리를 현행 40년 만기 금리 수준으로 책정해 금리 부담을 낮춘다는 계획이지만 조건을 갖추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적격대출은 소득조건이나 주택 면적에 제한 없이, 주택가격이 9억원 이하일 경우 대출이 가능한 상품이다. 적격대출을 취급하는 시중은행에서는 단순히 주택 매매가만 보는 것이 아니라 담보(주택) 평가를 할 때 KB부동산 일반평균가(시세)를 기준으로 한다. 주택가격과 KB시세 모두 9억원 이하여야 대출이 나오는 구조다. 이 때문에 9억원에 급매가 나오더라도 KB시세가 9억원을 넘어섰다면 대출은 불가능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보통 은행에서는 주택 매매가에 더해 KB시세를 기준으로 지원대상 주택가격을 본다"며 "간혹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감정평가를 받는 경우도 있지만 극히 예외적인 경우"라고 말했다.

보금자리론 대출은 받기가 더욱 까다롭다. 연소득 7000만원 이하(미혼이면 본인만, 기혼이면 부부합산)에 주택면적 전용 85㎡ 이하, 주택가격은 6억원 이하일 경우 최대 3억6000만원(미성년 자녀 3명일 경우 4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적격대출에 비해 갖춰야 할 조건이 더 많지만, 대출 한도는 적다. 보금자리론 역시 KB시세가 6억원 이하여야 한다.

이처럼 금리 인상기에 시중금리보다 낮은 정책금융상품을 이용하려 해도 서울 내에서는 9억원 이하 또는 6억원 이하 매물을 찾기가 어려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50년 동안 '5% 금리' 안고 가야…"오픈런 없을 것"
50년 초장기론 금리도 크게 낮은 수준은 아니어서 시장에서 큰 인기를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50년 만기 보금자리론과 적격대출 금리는 다음달 공개될 예정이나 5%에 육박하는 수준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 대출 수요자들이 크게 매력을 느끼기 어렵다는 것. 주금공은 금융비용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50년 만기 상품 금리를 40년 만기 수준으로 내린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현재 보금자리론 40년 만기 금리는 4.75%(아낌e보금자리론), 적격대출은 4.85% 수준이다. 다음달 금리가 조정되면 40년 만기 금리 수준으로 결정되더라도 50년 만기 금리는 5%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2~3년 전만 하더라도 보금자리론·적격대출 금리가 2~3% 수준으로 저금리를 30년간 유지할 수 있어 인기가 높았다"며 "당장은 금리가 올라간다고는 하지만 대출 기간 50년 동안 5%의 높은 금리를 안고 가야 하는데다, 금리가 고점을 찍고 내려갈 가능성도 있어 과거 처럼 상품이 내놓자마자 모두 팔리는 '오픈런' 현상은 나타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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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윤영 기자 by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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