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2~3억씩 떨어졌다?..실제론 "못내려" vs "급매만", 치킨게임 중

유엄식 기자 2022. 7. 20.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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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주택시장 新치킨게임①

[편집자주] 가파른 금리인상이 주택시장을 바꾸고 있다. 매물은 급증했지만 거래량은 더 줄었다. 매주 발표되는 집값 통계도 완연한 하락세다. 하지만 시장에선 가격을 내린 매물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말도 나온다. 직전 최고가보다 하락한 거래에도 집주인들은 쉽사리 호가를 내리지 않는다. 매수자는 시세보다 수 억원 낮은 초급매만 찾는다. 금리인상기 주택시장 치킨게임은 어떻게 결론날까.

서울 시내 한 공인중개사무소에 적혀있는 매매·전세 물건 알림 문구. /사진제공=뉴시스

금리인상이 위축된 주택거래 시장을 더 얼어붙게 할 것이란 전망이 힘을 받고 각종 통계 지표도 아파트값이 고점을 지나 하락 조정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선 집값 하락을 체감하기 어렵다. 저가 급매물은 즉시 입주가 어려운 '갭투자(전세보증금을 낀 매입)' 인수가 많고, 이외 매물은 전보다 호가를 높인 사례도 적지 않다. 시세차익을 포기할 수 없는 매도자와 최저가 급매를 노리는 매수자 간의 '치킨게임'이 시작된 모양새다.
서울 아파트 매물 1년 새 2만 건↑…거래량은 2008년 금융위기보다 적어
20일 아파트 실거래 빅데이터 아실(asil)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6만4668건으로 1년보다 2만2718건(54.1%) 증가했다.

임대차법(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 시행 이전인 2020년 6월 8만 건이 넘었던 서울 아파트 매물은 그해 말 3만 건대로 급감했다. 2030세대 패닉바잉(공황구매) 현상이 두드러진 2020~2021년 4만 건 안팎이었다가 올해 초부터 증가 폭이 커졌다. 3월 5만 건, 새 정부 출범 직후인 5월 18일 6만 건을 넘어선 후에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실거래량은 급감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2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는 813건으로 2006년 통계 작성 후 월간 최저치를 기록했다. 6월 거래량도 1011건으로 저조하다. 서울 아파트 월간 거래량은 지난해 11월부터 8개월째 2000건을 밑돌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그해 9월부터 12월까지 4개월 간 월간 거래량이 2000건 미만이었다가 2009년 1월 3000건대로 반등한 점을 고려하면 역대급 거래절벽이다.
이 같은 현상은 금리인상 변수만으로 설명이 어렵다. 기준금리가 올해 3% 진입이 예상되지만 과거 금융위기 발생 이전 국내 기준금리는 5%대였다. 당시 금융권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평균 7%대로 4%대인 최근보다 높았다. 집주인이 이자 부담을 버티지 못해 손해를 감내하고 '투매(投賣)'를 선택할 것이란 전망은 아직까지 설득력이 떨어진다.
최저가 매물, 즉시입주 어려운 갭투자 많아...직전 최고가보다 비싼 '오기 매물' 수두룩
자녀교육 문제로 이사를 고민 중인 4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서울 노원구 아파트값이 떨어졌다는 뉴스를 접한 뒤 학원가와 가까운 중계동 은행사거리 주변 아파트 시세를 문의했지만 마땅한 가격대를 찾지 못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는 올해 6월 '청구3차' 전용 84㎡(3층)가 12억5000만원에 매매된 거래가 등록됐다. 지난 1월 거래된 같은 평형 실거래가(13억7000만원, 7층)보다 1억2000만원 낮은 금액이다. 하지만 현재 이 가격대 매물은 없고 중개망에 올라온 '급매물' 최저가는 13억원인데 2년 간 입주가 불가능한 '갭투자' 인수 조건이 붙었다.

지난해 거래된 최고가 14억2000만원보다 비싼 매물도 올라와 있다. 침체된 시장 분위기에 역행하는 이른바 '오기(傲氣, 지기싫은 마음)' 매물이다. 단지 인근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집주인이 의뢰한 정상 매물이지만 매수자가 생각하는 가격과 차이가 커서 조율이 어렵다"고 했다.

이전 거래보다 가격이 2억~3억원 내린 실거래가 등록된 다른 단지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인터넷 부동산 커뮤니티에선 "집주인이 당장 팔 생각이 없는데 가격 방어를 위해 일부러 매물로 올리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집주인 입장에선 이런 가격대로 팔지 못하면 추가 대출을 받아도 이른바 '상급지 갈아타기'가 불가능한 현실 때문이라는 반론도 있다.
서울 시내 한 저층 주택 밀집 지역 전경. /사진제공=뉴시스
아파트 거래 주춤하니 가격대 낮은 빌라 시장 들썩
아파트 대체제인 다세대, 빌라 가격이 오르고 거래량이 늘어난 점도 수요자들이 집값 하락을 체감하기 어려운 이유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올해 1~6월 서울 주택가격 누적 상승률은 0.72%로 집계됐다. 주택 유형별 상승률은 아파트가 0.6%, 연립주택이 1.08%로 조사됐다. 특히 재개발 구역이 밀집한 강북권은 연립주택 가격 상승률이 1.49%로 평균보다 2배 이상 높았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6월까지 8개월 연속 빌라 거래량이 아파트보다 2배 이상 많았다. 올해 1~6월 시내 주택 거래량 2만7000여 건 중 약 73%가 다세대, 연립, 다가구 등 비아파트였다. 시세 6억원 이하 매물이 많아 장기 고정금리 상품인 보금자리론을 받을 수 있고 도심 재개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다만 비아파트 주택은 환금성이 낮고 집값하락 국면에서 '깡통전세' 우려도 있어 매매에 신중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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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엄식 기자 usy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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