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비행성공 KF-21 조종사 "이륙 순간 감동..끝 아니라 시작"(종합)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 보라매의 첫 비행 시험을 성공한 공군 파일럿이 당시 긴장됐던 순간을 전하면서 남은 시험비행도 순조롭게 이어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20일 공군과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전날 경남 사천에서 이뤄진 KF-21의 첫 시험비행 조종간은 공군 제52시험평가전대(이하 52전대) 소속 안준현 소령(공사 54기)이 잡았다.
안 소령은 이륙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면서 "가장 부담이 됐던 순간이기도 했지만, 조종간을 당기면서 항공기가 부양하는 그 순간의 뭉클함과 감동이 가장 크게 기억에 남는다"고 떠올렸다.
또 "내색은 안 했지만, 실은 이륙 직전까지 마음속의 부담이 컸다"면서도 "막상 이륙 후 사천 상공에 떠오른 뒤부터는 편안하고 순조롭게 정해진 경로대로 비행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다양한 전투기를 운용한 경험상 조종 특성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며 "잘해야겠다는 마음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훈련장비와 시뮬레이터로 훈련했던 그동안의 과정을 믿고 부담을 갖지 않고 안전하게 비행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안 소령은 지난해 2월부터 KF-21 시험비행의 본격적 준비에 나섰다. 1년여 기간에 계통교육부터 조종절차 숙달 훈련, 조종특성 평가, 시뮬레이터 탑승, 모의 임무 수행에 통합훈련, 콕핏 훈련, 각종 절차·교범 검토 등을 쉼 없이 수행했다.
항공기 비행제어법칙을 시뮬레이터로 구현해 비행 특성을 파악하는 장비인 조종성 평가 시뮬레이터(HQS), 정상 및 비상 처치 절차에 숙달하는 조종실 절차 훈련장비(CPT) 등이 동원됐다.
특히 KF-21은 기존 항공기와 달리 거의 모든 조작이 터치스크린 방식의 다기능 시현기(MFD)로 이뤄지므로 이와 관련한 훈련도 CPT로 수행했다.
안 소령은 "KF-21 시제 1호기는 이륙 시 가속력이 우수했고 부양 조작 시에 어려움 없이 원하는 조작으로 이륙이 가능했다. 실제 비행도 시뮬레이터와 거의 유사했고 안정감 있게 조작이 이뤄졌다"며 "착륙 때에도 큰 어려움이 없었으며 항공기 무게가 무거움에도 착륙 충격이 매우 적어 부드러운 착륙감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안 소령은 2026년까지 2천200여 소티(출격 횟수)를 통해 KF-21 비행을 시험하는 과정에도 참여하게 된다.
그는 "2천200소티가 그렇게 많지는 않다. 수많은 기술의 집약체인 항공기를 그 정도로 검증하기가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라며 "최초 시험비행 조종사라는 타이틀에 크게 의미를 두고 싶지는 않다. 앞으로 다가올 시험비행과 이후 해야 할 임무들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정확한 시험비행 평가를 수행해야 한다는 부담은 있지만, 항공기 특성을 반복적으로 느끼다 보니 최초 비행 전에 느꼈던 부담감은 많이 덜어졌다"며 "다만 최초비행은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비행시험을 마지막까지 안전하게 수행하는 것, 비행시험 중에도 정확하게 조작하는 것이 목표"라며 "공군 조종사로서 항공기가 최적의 상태를 갖춰 모두가 만족할 항공기를 만들 수 있도록 기여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안 소령은 "착륙 후 너무도 많은 분의 축하를 받았다"며 "KF-21 개발과 시험비행을 위해 노력해온 모든 분에게 영광을 돌린다"고 동료들과 기쁨을 나눴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최종 평가까지) 2천여 회 시험비행을 안전하게 완료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안 소령은 전날 착륙 직후에는 동료들에게 "훈련을 많이 했는데, 훈련한 것과 비슷하게 기체가 움직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안 소령은 2016년부터 52전대 개발시험비행 조종사로 근무하고 있다. 이전에는 제3훈련비행단에서 국산 기본훈련기 KT-1 비행 교관으로 근무하다가 항공기·무장 개발, 시험비행 등을 통해 공군 전력 발전에 기여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개발시험비행 조종사로 지원했다고 한다.
안 소령이 조종한 KF-21 시제기는 전날 오후 3시 40분께 사천 공군 제3훈련비행단 활주로에서 이륙해 4시 13분께 착륙할 때까지 약 33분간 성공적으로 비행했다.
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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