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자살 아니다, 죄책감이 더 큰 형벌"..두 아들 살해母 '징역 20년'

생활고에 시달리다 초등학생 두 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40대 여성 A씨가 지난 4월13일 오전 서울 금천경찰서에서 서울남부지검으로 송치되고 있다. A씨는 지난 5일 금천구 다세대주택에서 초등학생 아들 2명의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범행 이후 극단선택을 시도했지만 실패하고 7일 오후 4시40분쯤 경찰에 자수했다./사진=뉴스1

서울 금천구에서 초등학생 아들 두명을 살해한 40대 여성이 1심에서 징역20년을 선고받았다.

서울 남부지법 형사합의14부(김동현 부장판사)는 20일 오후 2시10분쯤 살인 혐의를 받는 김모씨(41)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징역 20년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김씨에게 아동 관련 기관 10년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검찰은 김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으나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자녀지만 생명체의 목숨을 앗아간 사건이기 때문에 책임을 엄하게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이 사건은 동반자살 사건이 아니라 자녀 살해 후 자살 미수 사건일 뿐"이라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인간이란 태어나면서 이미 독립된 인격체로 부모조차도 아이에 대해서 생사여탈권을 가질 수 없고 오로지 성인으로 성장할 때까지 보호하고 양육할 책임만이 있다"고 했다.

김씨의 남편과 시댁 가족 등이 김씨의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제출한 데 대해 재판부는 "피고인이 자녀들의 생명에 대해서 어떤 결정권도 없는 것처럼 남편이나 시댁도 이 자녀들에 대해서 결정권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죄를 뉘우치고 있음은 유리한 양형요소로 삼았다. 이날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을 후회하고 있고 형을 살지 않더라도 평생 형을 사는 것과 다름없다"며 "설령 자유의 몸이 된다 해도 평생 내 자식을 내 손으로 죽이고 나만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것이 어떤 형벌보다 피고인에게 무겁고 고통스러운 형벌이 될 것"이라고 했다.

재판부의 선고가 내려지는 동안 김씨는 울먹거리만 할 뿐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선고 직후에도 말없이 법정을 떠났다.

김씨는 지난 4월5일 오후 9시30분쯤 금천구 한 다세대주택에서 초등학생 3학년, 2학년생 아들 2명을 목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김씨는 범행 이후 본인도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고, 이틀간 사건 현장에 더 머문 뒤 경찰에 자수해 긴급체포됐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남편과 별거 중 1억원이 넘는 빚으로 생활고를 겪다 아이들을 살해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따르면 남편의 월급으로 생활을 하던 A씨는 지난 3월 남편이 직장에서 해고조치 받은 사실을 알게 됐다. 이후 남편 명의로 된 자신의 주거지까지 압류가 들어오지 않을까 걱정한 나머지 A씨는 자식을 살해하고 자신도 극단적 선택을 해야겠다고 다짐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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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균 기자 dk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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