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마크를 다는게 꿈입니다" 미래의 국가대표를 꿈꾸는 안산FC의 아프리카 3총사[대통령금배]
어느 순간부터 한국 스포츠계에도 ‘귀화 선수’들이 생겨났다. 뛰어난 실력을 갖고 있는 외국 국적 선수들이 한국으로 귀화해 태극마크를 달고 한국 국가대표팀으로 국제 무대에 나서는 모습은 이젠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여기 미래의 한국 축구 국가대표를 꿈꾸는 기대주들이 있다. 머나먼 아프리카에서 건너와 축구를 통해 꿈을 찾으려는 3명의 청소년들이 한국 선수들과 무더운 날씨 속에서도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안산FC U-18의 아이작 오세이(17), 딕슨 주드(17), 스워프 엘빈(16)이 그 주인공이다.
딕슨은 나이지리아, 스워프는 라이베리아, 아이작은 가나 출신이다. 모두 어릴적 부모님을 따라 한국으로 이주했다. 이들은 16일부터 경남 남해군에서 진행중인 제55회 대통령금배 전국고교축구대회에서 안산FC U-18의 주축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3명 모두 공격 전 지역을 볼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는 안산 전력의 핵심이다. 아이작과 스워프는 170㎝ 중후반대로 키는 그리 크지 않지만 폭발적인 스피드를 앞세운 1대1 능력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 182㎝의 딕슨은 체격 조건이 좋은데다 아이작과 스워프에 밀리지 않는 스피드를 자랑한다. 그래서 김도훈 안산 감독은 딕슨의 센터백 전환을 염두에 두고 훈련을 시키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는 3명 모두 아직 득점이 없는데, 이는 김 감독이 최대한 경험을 많이 쌓게 해주기 위해 저학년 대회에도 출전시키느라 플레이 타임을 길게 가져가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김 감독은 “3명 모두 100m를 11초대에 주파한다. 3명이 전방에서 스피드를 이용해 정신없이 몰아치며 상대를 밀어붙인다”고 설명했다.
지난 19일 만난 이들은 피부 색깔만 다를 뿐, 유창하게 한국어를 구사하고 자신있게 한국 음식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등 영락없는 한국인이었다. 딕슨은 “난 제육볶음과 떡볶이를 좋아한다. 너무 매운 건 좋아하지 않지만, 떡볶이는 매울수록 맛있다”며 환하게 웃었다. 아이작과 스워프도 각각 제육볶음과 떡볶이를 먹고 싶다며 딕슨을 거들었다.
이들 중 대외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선수는 아이작이다. 다름 아닌 형 덕분이다. 수원 계명고에서 뛰고 있는 1살 터울의 둘째 형 데니스 오세이는 뛰어난 실력으로 프로의 주목을 받고 있다. 동생인 아이작 또한 형 못지 않은 재능으로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형이 속한 계명고도 이번 금배에 참가했는데 2패를 당해 일찌감치 조별리그 탈락이 결정됐다. 아이작은 “평소 형이랑 축구 얘기는 잘 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번에는 형이 축구 얘기를 하면서 많이 아쉽다고 했다”고 말했다.
어릴 때 한국으로 와 초등학교,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까지 다니고 있는 이들이 처음부터 한국 친구들과 쉽게 어울려 지냈던 것은 아니다. 피부 색깔도, 문화도 달라 다가가는 것이 쉽지 않았다.
이들은 좋아하는 축구를 통해 그 벽을 무너뜨렸다. 딕슨은 “친구들이 축구를 하는 것을 보고 같이 어울려서 했다. 너무 재미있어서 시간이 날 때마다 축구를 했는데, 초등학교 감독님이 그 모습을 보고 같이 할 생각이 없냐고 해서 시작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축구를 시작하고 나서도 시기와 견제는 계속됐다. 실력이 출중해 상대 선수들로부터 집중 견제를 당했다. 거친 파울에 그라운드에 쓰러지는 일도 잦았다. 그럼에도 이들은 꾹 참았다. 화를 내고 맞서 싸우는 순간, 다시 ‘외톨이’가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신 월등한 실력을 앞세워 상대를 압도하는 것으로 분풀이를 대신했다. 스워프는 “난 경기장에 들어가면 누가 뭐라고 말을 해도 싸우지 말고 경기에만 집중하자고 되뇌인다. 견제는 여전히 심하다. 그래도 골을 넣은 뒤 상대를 바라보면 뭔지 모를 후련함이 가슴을 채운다”며 미소를 지었다.
이들은 한국으로의 귀화를 바라고 있다. 국적법상 귀화 조건을 이미 갖춰 만 19세 성인이 되면 정식으로 귀화를 신청할 수 있다. 아이작은 “한국에 처음 왔을 때부터 너무 좋았다. 축구도 여기서 시작했다. 되도록 오래오래 한국에서 살며 축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귀화를 하고 난 뒤 이들의 꿈은 조금의 이견도 없이 동일하다.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고 국가대표로 뛰는 것이다. 세징야(대구)의 꿈이기도 한데 아직 축구에서는 실현된 적이 없다. 딕슨은 “국가를 대표해 뛸 수 있는 것만큼 선수로서 영광스러운 일은 없다. 난 한국 축구 역사에서 처음으로 국가대표로 뛰는 귀화 선수로 이름을 남기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남해 |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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