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원청 책임 부정해 사태 키워..정부도 의무 방기"
"대법원 판례·ILO 권고상 대우조선이 사용자"
"정부, ILO 시정권고 무시하고 부동노동행위 감독 안해"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대우조선해양이 하청노동자들의 파업 사태에 있어 원청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부정,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대우조선해양은 원청으로서 책임을, 정부는 사내하청의 부당노동행위 등 관리·감독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참석자들은 간담회에서 국내외 학설, 판례,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기준 등을 근거로 원청 사용자인 대우조선해양이 직접 하청노동자들과 단체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경배 순천향대 교수는 “학계에서도 단체교섭 의무를 지는 자가 고용계약서에 나와 있는 자인지, 실질적인 권한을 가진 자인지 논의가 이어져왔다”면서 “실질적 권한을 가진 자도 단체교섭 의무가 있단 걸 증명한 것이 2010년 현대중공업 사내 하청노조 사건 관련 판결”이라고 짚었다.
실제 대법원은 2010년 3월 25일 판례에서 조선소 원청 업체가 하청노동자들과 관계에서 노동법상 사용자가 될 수 있다는 취지로 판시했다. 당시 대법원은 ‘근로자의 기본적인 노동조건 등에 관해 그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로서의 권한과 책임을 일정 부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정도로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는(중략) 구제명령을 이행해야 할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 교수는 “판례에 따르면 원청업체가 단체교섭을 거부하면 부당노동행위로 범죄에 해당한다”며 “즉각적으로 조사해야 하는 정부가 사태를 방치하는 바람에 노동자들이 의지할 데가 없어져 극단적인 상황이 초래됐다”고 비판했다.
김유정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장)는 대우조선해양이 SAP(전사적 자원관리 시스템)를 통해 하청 업체의 생산일정, 작업량, 작업구역 등을 구체적으로 관리·감독한 점 등을 거론하며 원청 사용자로서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대우조선해양이 SAP를 활용해 하청노동자들의 작업량, 속도, 내용, 업무배치 등을 직간접적으로 감독했으며, 임금, 성과금, 복리후생 등도 정했다”며 “(이는) 대법원 판례에서 판시된 요건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대우조선해양이 하도급업체들의 하도급 대금을 부당하게 결정했다는 내용이 담긴 보도자료를 인용, 대우조선해양이 원청업체로서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공정위 보도자료를 종합하면 대우조선 하청노동자의 임금수준이 어떻게 결정되는지 중요한 사정과 단서를 파악할 수 있다”며 “하청노동자 임금 수준은 대우조선해양이 일방적으로 지급하는 구조라는 점을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러한 상황에서 자신은(대우조선해양) 아무런 관련이 없는 제3자처럼 이야기하면서 하청노동자와 직접 대화 교섭을 거부하는 행태는 법적으로 볼 때 뻔뻔스러운 행위”라고 비판했다.
윤애림 민주주의 법학연구회 소속 박사는 사내하도급과 관련한 국제노동기구(ILO)의 권고 사례를 들며 대우조선해양은 원청 사용자로서의 책임이, 정부는 단체교섭 추진의 책임이 각각 있다고 목소리를 보탰다. 윤 박사는 “ILO는 사내하청이라는 불법적·악질적 간접 고용 형태와 관련해 지난 10년간 한국 정부에 시정을 권고했다”며 “하지만 정부는 원청의 단체교섭을 촉진하기는커녕 부당노동행위를 조사·감독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편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노조인 민주노총 전국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는 지난달 2일부터 임금 30% 인상과 전임자 등 노조활동 인정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갔다. 지회는 지난달 18일부턴 옥포조선소에서 가장 규모가 큰 제1도크(산벅건조장)에서 건조 중인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을 점거하고 농성 중이다.
황병서 (bshwa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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