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체크K] 정부가 청년의 '빚투'까지 탕감하려 하나?

임주현 2022. 7. 20.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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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빚을 내서 주식에 투자한 청년들 모두가 원리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중략) 정부가 선제적으로 지원하지 않는다면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가 안고 가야 할 사회적 비용은 더 커질 것입니다."
- 윤석열 대통령 (7월 14일 제2차 비상경제민생회의 모두발언)

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가 0.5% 포인트 인상된 바로 다음 날, 윤 대통령이 '비상민생경제회의'에 참석해 한 말입니다. 물가 급등과 금리 상승의 여파로 취약 계층의 채무 부담이 가중되자 정부가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위한 지원책을 마련했는데 이런 청년 지원책도 담긴 겁니다. 자격 조건을 만족하는 저신용자에 한해 이자를 감면하거나 상환을 유예하는 내용이 핵심입니다.

정부는 이를 위해 우선 9월 하순까지 신용회복위원회(신복위)에 저신용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신속채무조정 특례 프로그램'을 신설하고 1년간 한시적으로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정부는 해당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청년 4만 8천 명이 1인당 연 141만 원에서 263만 원 정도의 이자 부담을 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금융위원회는 이런 정책을 구상한 이유에 대해 " 청년‧서민의 투자 실패 등이 장기간 사회적 낙인이 되지 않도록 청년 특례 채무조정 제도를 신설하고 기존 제도 간 연계를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들이 신용불량자나 실업자로 전락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해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겠다는 겁니다.

그러자 온라인에서는 "정부가 '빚투' 투자자의 손실까지 국민 세금으로 메워주려 한다"며 "용납할 수 없다"는 반응이 쏟아졌습니다.

인터넷 반응 재구성


한마디로 '도덕적 해이'가 우려된다거나 공정하지 못하다는 반응입니다. 누리꾼들 주장대로 정말 정부가 청년의 '빚투'까지 탕감하려 하는 걸까요?

■ 원금 탕감 내용 없어…"따뜻한 마음으로 이해해달라"

금융위원회는 관련 논란에 대해 가상자산 투자와 주식투자 원금을 탕감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취약계층이 파산해 신용불량자나 실업자로 전락할 경우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이들의 부채상환을 국가가 일부 도와줄 필요가 있다는 설명입니다.

"가상 자산 투자, 주식 투자 빚의 원금을 탕감한다는 그런 거 아닙니다. 실패한 투자자를 위한 제도도 아닙니다. 이번 대책은 정말 부채상환이 어려운 분들을 위한 조치라고 이해해주시고 이런 분들에 대해 좀 더 따뜻한 마음으로 이해해주고 도와주려는 마음을 가졌으면 합니다."
- 김주현 금융위원장 7월 18일 민생안정대책 브리핑 발언

대통령실도 공식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마찬가지 입장을 밝혔습니다.


대통령실과 금융위는 특히 "기존에 운영해온 개인채무조정 제도를 취약 청년층에게 일부 확대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는데요. 실제로 금융위원회가 작성한 <금융부문 민생안정 과제 추진현황 및 계획>을 보면 논란이 되고 있는 '청년 특례 프로그램'의 혜택은 기존 제도보다 더 강화됐습니다. 정부 설명대로 저신용 청년을 대상으로 한 원금 탕감 내용은 없었습니다.

정부 안에 따르면 신용평점 하위 20% 이하, 만 34세 이하 청년이 대상인데 채무 정도에 따라 이자를 30%에서 50%까지 감면받을 수 있습니다. 원금 상환 유예는 최대 3년까지 가능하고 해당 기간 이자율은 3.25%만 적용됩니다.

채무조정을 통해 감면되는 부분은 해당 대출을 취급한 금융회사가 나눠 부담합니다. 금융위는 "부실 채무자를 방치해 대출채권 일체가 부실화되는 것보다 선제적 이자감면 등을 통해 부실을 방지하는 게 더 낫다는 판단으로 금융기관도 채무조정에 동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왼쪽이 기존 채무조정 제도, 오른쪽이 한시적 청년 특례 프로그램


■ '도덕적 해이' 방지가 관건..."확인에는 한계"

원금을 탕감하는 게 아니라고 해도 논란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코로나19와 경제여건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큰 손실을 떠안게 된 '생계형' 채무자를 지원하는 것과 '빚투' 채무자를 지원하는 것을 동일 선상에서 바라볼 수는 없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또, 어려운 형편에 성실하게 상환해온 이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됩니다. 정부가 금융사에 부실을 떠넘기아니냐는 논란도 있습니다.

가장 큰 논란의 지점은 '도덕적 해이'에 대한 부분입니다. 빚을 갚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도적으로 상환하지 않거나 정부 지원을 믿고 '빚투'를 더하게 될 거란 우려도 나옵니다.

금융위는 이런 도덕적 해이를 현실적으로 원천차단할 수는 없지만,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입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도덕적 해이 문제는 당연히 나올 수 있는 문제"라면서 "지원대상을 엄격히 제한하고 심사를 꼼꼼히 해 그런 문제를 최소화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신용회복위원회와 금융회사가 지원자의 소득과 재산 등을 면밀히 파악해 지원 여부와 수준을 결정하겠다는 겁니다.

다만, 신청자가 갚지 못한 대출금이 '도덕적 해이'에서 비롯된 것인지는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신청자가 대출금을 생활비로 썼는지, 빚투에 활용했는지까지는 신용회복위원회가 확인할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금융위 관계자는 KBS와의 통화에서 "주택담보대출 같은 경우는 용도 확인이 되지만 신용대출은 그 용도를 확인할 방법이 사실상 없다"면서 "신용회복위원회가 수사기관처럼 신청자의 계좌를 들여다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채무조정 신청 시 상담 내용에 의존해야 하는데 신청자가 말하지 않으면 알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청년 저신용자 중 무리하게 빚을 내 투자했다 손해를 본 뒤 채무조정을 악용하는 경우는 극소수일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금융위는 대출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면 대출금 사용처를 불문하고 채무조정 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대출 자금을 어디에 썼는지까지 알 수는 없어요. 그건 수사권이 있어야죠. 그런데 우리 사회가 그런 부분까지 따져서 채무조정을 한다는 건 너무 잔인하지 않나요? 다양한 사정이 있고 그 중에 투자도 있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모른척하고 연체될 때까지 기다리는 건 아니라는 거죠. 이 정책으로 인한 도덕적 해이 비판은 감내하려고 합니다."
-권대영 금융위 금융정책국장

다소의 논란이 있다고 해도 취약계층의 금융 재기 지원이라는 본연의 목표에 충실하겠다는 말입니다.
금융위는 불거진 논란과 우려를 감안해 관계 기관과 협의를 거쳐 9월 말부터 해당 정책을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취재지원: 최유리 인턴기자 ilyoucho@naver.com)

임주현 기자 (le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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