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요양병원' 만들려 모은 돈 빼돌려도..대법원 "횡령죄 아냐"

박미영 2022. 7. 20.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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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인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 불법 요양 병원을 만들려고 모은 투자금을 어느 한명이 개인적인 용도로 써버렸어도 횡령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첫 판단이 나왔다.

 범죄의 실행을 위해 형성된 위탁관계는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처벌할 수 없으며, 돈을 돌려받기 위해서는 민사소송을 해야 한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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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인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 불법 요양 병원을 만들려고 모은 투자금을 어느 한명이 개인적인 용도로 써버렸어도 횡령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첫 판단이 나왔다. 범죄의 실행을 위해 형성된 위탁관계는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처벌할 수 없으며, 돈을 돌려받기 위해서는 민사소송을 해야 한다는 취지다.
사진=뉴시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횡령 혐의로 기소된 A(51)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0일 밝혔다.

A씨는 2013년 1월 B·C씨와 함께 의료소비자 생활협동조합을 만들어 요양병원을 운영하기로 약정한 뒤 두 사람에게서 투자금 2억5000만원을 받았다. 이들은 모두 의료법상 의료기관을 개설할 자격이 없음에도 요양병원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당초 만들기로 한 협동조합은 병원 후보지를 물색하던 중 세 사람의 갈등으로 중단됐다.

A씨는 투자금을 두 사람에게 돌려주지 않고 2억3000만원을 개인 빚을 갚는 데 썼고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A씨의 횡령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해 징역 1년을 선고했다. 

2심은 C씨에 대한 횡령죄는 인정하면서도 B씨에 대한 횡령 부분은 면소 판결했다. 면소란 확정판결이 있거나 공소시효가 완성된 경우 등의 기소를 면하는 판결을 말한다. A씨는 앞서 B씨에게서 2억2000만원을 받아 챙긴 사기 혐의로 기소됐다가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2심이 유죄로 인정한 횡령죄 역시 무죄라고 판단했다.

기존 판례에 따르면 횡령죄가 성립하려면 재물의 ‘보관자’와 ‘소유자’ 사이에 신임에 의한 위탁관계가 존재해야 하고, 이 위탁관계가 형법상 보호 가치가 있는지는 사안에 따라 규범적으로 따져야 한다.

대법원은 “규범적 관점에서 볼 때 범죄의 실행이나 준비 행위를 통해 형성된 위탁관계는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봐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의료기관을 개설할 자격이 없는 자의 의료기관 개설 및 운영이라는 범죄의 실현을 위해 교부됐으므로 해당 금원에 대해 A씨와 C씨 사이에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신임에 의한 위탁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씨에게 횡령죄 성립을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횡령죄에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의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부산지법에 돌려보냈다.

박미영 기자 my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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