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세 아이 문 사고견에 "살처분해야" vs "견주가 문제" 와글와글
경찰이 8세 아이의 목덜미를 물어뜯은 사고견을 안락사하려는 것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추가 사고를 막기 위해 안락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많지만 동물권단체들은 “살처분이 견주의 보호 책임을 경감하는 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지난 11일 울산시 울주군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70대 남성 A씨가 키우던 14㎏가량의 개가 B군(8)에게 달려들어 목과 팔 등을 물었다. 이 사고로 B군은 봉합수술을 받고 입원 치료 중이다. 공개된 폐쇄회로(CC)TVC 영상을 보면 사고견은 도망가던 B군의 목을 물고 몸을 흔들기까지 했다.
견주 A씨를 과실치상 혐의로 입건한 울주경찰서는 사고견을 ‘압수물 폐기처분’(살처분) 할 수 있도록 울산지검에 지휘를 요청한 뒤 사고견을 유기동물보호소로 보냈다. 형사소송법 제130조는 위험발생의 염려가 있는 압수물은 폐기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인터넷상에 사고 영상이 공개되자 사고견에게 ‘응당한 처분’을 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한 커뮤니티에는 “잘못하면 그 자리에서 아이가 죽을 뻔했다. 도살이 필요하다” “아이의 목을 잘근잘근 물어 뜯었는데 위험 발생 염려가 없다고?”라는 글이 올라왔다. 다른 커뮤니티에는 “목덜미 물고 늘어지는 개는 교화가 안 된다”는 댓글도 달렸다.
대통령 집무실에서 운영하는 청원 사이트 ‘국민제안’ 심사위원회는 시민들이 도입을 원하는 정책 과제 투표 후보 ‘톱10’에 ‘반려동물 물림사고시 견주 처벌 강화 및 안락사 제도 시행’을 포함시켰다.
하지만 ‘개 물림’ 사고를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사고견 안락사보다 견주 처벌 강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동물권행동 ‘카라’의 전진경 대표는 20일 통화에서 “‘개 물림’ 사고를 면밀히 살펴보면 견주의 학대로 개의 공격성이 유발되는 경우가 많다. 사고견 보호자를 강하게 벌하고, 견주의 개 보호를 관리·감독하는 사회적 제도와 문화가 필요하다”며 “사고견을 살처분하는 것은 오히려 견주가 개 보호 책임을 경감하는 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다”고 했다.
‘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에서 활동하는 권유림 변호사도 “생명을 박탈하는 안락사는 최후의 보루이며, 안락사 선택 이전 과정에서 충분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면서 “충분한 기질 평가를 통해 개의 공격성이 강하다고 판단되면 그때 안락사를 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울산지검은 지난 17일 “현재까지 조사된 바로는 사고견이 ‘위험 발생의 염려가 있는 압수물’로 보기 어렵다”며 살처분에 제공을 건 상태다. 경찰은 보강 수사를 통해 검찰에 살처분을 다시 요청할 계획이다. 울주서 관계자는 “사고 당시 폐쇄회로(CC)TV 영상 확인 결과 사고견의 위험성이 커 보여 살처분을 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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