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캠프, 창업자 심리교육 나선 이유..10명 중 2명 자살 고위험군

김유경 기자 2022. 7. 20.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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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 국내 첫 창업자 정신건강실태보고서 발간스트레스 요인은 자금·실적 압박..여성창업자 정신건강 위험 수위 도달디캠프, 분당서울대병원 교수 초청, 창업자 30명 대상 오피스아워 진행
김정현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19일 디캠프에서 국내 스타트업 창업자 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사진제공=디캠프


"특정한 시간을 정해놓고 쉬는 것을 권고합니다. 쉬는 방법은 개인별로 다르겠지만 저의 경우 집과 직장이 아닌 제3의 장소, 이를테면 피트니스센터나 스타벅스 등에서 리프레시를 합니다."

집과 직장만 왔다갔다 하면서 제대로 쉬지 못하는 청년 창업자가 쉬는 게 죄스럽다는 말에 김정현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쉬는 것에 죄책감을 갖지 말라"면서 이같이 답했다.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는 지난 19일 저녁 김정현 교수를 초청해 창업자를 위한 마음고민 상담소로 오피스아워를 진행했다. 2019년 첫 행사에는 신청만 하고 참석하지 않는 '노쇼' 비율이 50%에 달할 정도로 높았지만 코로나19 팬더믹 이후 처음 개최한 이날 행사에는 신청자 30명이 대부분 참석했다.

창업가들은 자금 압박과 투자유치에 대한 스트레스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디캠프가 분당서울대학교병원과 함께 창업자의 정신건강 문제와 원인을 분석해 발간한 '국내 스타트업 창업자 정신건강 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창업자의 정신건강 상태는 모든 지표에서 낙제점이다.

김 교수는 "그동안 창업 의도 및 활성화에 대한 연구는 많았으나 창업자의 정신건강에 대한 연구는 찾기 어려웠다"면서 "이번 연구를 통해 일반 성인 대비 창업자들의 우울, 불안, 자살의 유병률이 높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스트레스 요인은 자금 압박과 투자 유치
이번 연구는 올해 4월 4일부터 19일까지 15일동안 국내 스타트업 창업자 880명을 대상으로 △우울 △불안 △수면 문제 △문제성 음주 △자살위험성 △스트레스 등 정신건강과 관련한 설문조사를 실시해 유효 응답자 271건에 대해 분석했다.

그 결과 중간 수준 이상의 우울을 겪는 사람이 88명(32.5%)으로 전국 성인 평균 18.1%보다 높았고, 불안 비율도 55명(20.3%)으로 전국 성인 평균 8%를 훨씬 웃돌았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창업자 10명 중 2명은 자살 위험성 고위험군에 속해 치료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창업자들의 응답 중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한 스트레스 요인은 자금 압박 및 투자 유치(121명, 44.6%)였으며 조직관리 및 인간 관계(55명, 20.3%)와 실적 부진 및 성과 미흡(53명, 19.6%) 등 조직 관리와 관련된 요인이 그 뒤를 이었다. 특히 창업자의 업력이 길수 록 우울과 불안, 자살 위험성과 스트레스 지수가 높게 나타났다.

여성창업자의 정신 건강 위험 수위 도달
성별로는 남성에 비해 여성 창업자에서 자살 위험성(34.1%)과 중등도 이상의 스트레스를 보이는 비율(68.2%)이 더 높았다. 남성 창업자의 경우 각각 18.5%, 57%로 나타났다.

또한, 여성 창업자의 경우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방식으로 스트레스와 관련 없는 행동으로 스트레스를 회피하는 '역기능적 대처'를 남성 창업자에 비해 더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역기능적 대처를 자주 사용하게 되면 문제성 음주 증가 등의 문제로 이어질 위험성이 있다. 김 교수는 여성 창업자를 대상으로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심리 교육 및 프로그램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 교수는 창업자들이 사업을 포기하지 않고 지속하기 위해선 업무에 흥미나 만족을 찾으려는 원동력인 '내재적 동기'를 높이는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스타트업 창업자들의 정신건강은 개인의 삶 뿐만 아니라 기업의 운영에도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인 만큼 언제든 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심리 교육의 기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마켓 등을 창업했던 김영덕 디캠프 상임이사는 "저도 사업 할 때 일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아 불면증을 심각하게 겪었다"면서 "당시 이를 극복하기 위해 잠들기 전 뇌의 스위치를 내리고 오전에 일어나서 다시 켜는 연상법을 연습했다. 이렇게 하지 않았다면 견디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을 잘하려면 오히려 일과 무관한 무언가를 하거나 일과 무관한 사람을 만나야 한다. 창의성은 딴 짓을 하다가 영감이 나오기 때문"이라면서 "컴퓨터가 과열되면 잘 작동하지 않는 것처럼 사람도 과열을 막고 분산시켜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디캠프는 스타트업 심리교육의 일환으로 2019년부터 창업자의 스트레스나 불안감 등을 주제로 한 세미나와 심리상담 프로그램을 이어왔다. 김영덕 상임이사는 "창업자의 긍정적 심리상태는 결과적으로 업무 능률을 높이고, 성공적인 창업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해당 프로그램을 지속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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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경 기자 yune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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