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태풍·가뭄 등 자연재해 2000년대에 3536건..50년 전보다 5배 늘어
70년대 700여건 → 2000년대 3500여건
인명피해 태풍>가뭄>홍수>극한기온 순
사망 91% 이상이 개발도상국에서 발생
재해로 인한 경제 손실은 갈수록 상승세
국내 사망자도 1960·70년대보다 7배 줄어
기후변화로 지난 50년 동안 전 세계 재해 발생 수는 5배 증가한 반면 조기경보와 재난관리로 재해로 인한 사망자 수는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경향을 보여 1960·70년대보다 2000년대 이후 자연재해로 인한 사망·실종자 수가 7배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기상기구(WMO)가 벨기에 루바인가톨릭대 보건대 안에 있는 재난역학연구센터(CRED)의 재난통계자료(EM-DAT)를 바탕으로 분석한 최근 보고서 내용을 보면, 1970년부터 2019년까지 전 세계에서 발생한 자연재해는 1만1072건으로 이 가운데 1970년대에는 711건이 발생한 데 비해 2000∼2009년에는 3536건으로 다섯배로 늘어났다.
반면 같은 기간 총 사망자는 206만4929명으로 집계돼, 지난 50년 동안 하루 115명의 재해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1970년대와 1980년대는 사망자가 각각 55만6천명과 66만7천명이었던 데 비해 1990년대와 2000년대에는 각각 32만9천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특히 2010년대 들어서는 사망자 수가 18만5천명으로 감소해 1970·80년대의 3분의 1 수준으로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이 발생한 재해는 홍수(44%)이지만 인명피해가 가장 큰 재해는 태풍·폭풍(39%)이었다. 가뭄의 경우 재해 수는 6%에 불과한데 관련 사망자 수는 34%에 이르러 발생 빈도에 비해 사망률이 가장 높았다. 특히 과거 50년 기간 10대 재해 가운데 가뭄이 4건으로 가장 많고, 인명피해(65만명)도 가장 컸으며, 주로 아프리카(에티오피아·수단·모잠비크)에서 발생했다.
50년 동안 경제적 피해는 모두 3.6조달러(4천조원)로 집계됐다. 하루 2억200만달러(2283억원)의 피해가 발생한 셈이다. 태풍·폭풍(54%)과 홍수(31%)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역대 가장 경제적 피해가 큰 10대 재해 가운데 허리케인이 7개였으며, 1992년 앤드루를 뺀 나머지 6개가 2000년대 이후에 발생했다. 최근 들어 기후변화로 대형 재해가 늘어나는 추세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2017년에는 하비, 마리아, 어마 등 3개의 허리케인이 몰리기도 했다. 그 결과 1970년대에는 1754억달러(197조원)였던 경제적 피해가 2010년대에는 1조3810억달러(1560조원)로 8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런 재해 사망의 91% 이상이 개발도상국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세계 국가의 절반만이 여러 재해에 대한 조기경보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아프리카, 남미와 섬 국가 등에서는 날씨와 기후 관측과 예측에 큰 격차가 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페테리 탈라스 세계기상기구 사무총장은 “기후변화 결과로 자연재해가 세계 여러 지역에서 더욱 빈번하고 심각해지고 있지만 위험 조기경보시스템이 사망률을 크게 감소시켰다는 데서 희망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유엔과 세계기상기구는 지난 3월 향후 5년 동안 지구상의 모든 인구가 재난조기경보시스템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15억달러(1조7천억원) 규모의 프로그램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세계기상기구는 올해 말 이집트에서는 열리는 유엔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7)에서 구체적인 계획을 공표할 계획이다.
태풍 ‘루사’ 계기 재난법 제정·전담기구 신설
재해의 강도와 경제적 피해는 증가세임에도 인명피해는 줄어드는 현상은 국내에서도 같은 경향을 보이고 있다.
20일 행정안전부가 해마다 발간하는 ‘재해연보’를 바탕으로 분석해보니, 자연재해로 인한 경제적 피해액은 1960년대와 1970년대에는 연평균 각각 1242억원과 2090억원이었던 것이 1990년대와 2000년대에는 각각 8199억원과 2조2097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2000년대에는 2002년 루사의 피해가 가장 컸지만, 2002년을 뺀 나머지 9개 해 평균도 1조5530억원이나 됐다.
반면 재해로 인한 연평균 사망·실종자 수는 1960년대와 1970년대에 각각 256명과 330명에서 2000년대에는 72명, 2010년대에는 17명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1960·70년대 대비 2000·2010년대의 인명피해는 6.6배 감소한 셈이다. 이 비교에서 2010년대 인명피해는 폭염 사망자 수를 뺀 수치이다. 정부는 2018년부터 재해 인명피해에 폭염 사망자를 포함하고 있다.
재해연보에는 재해 발생 숫자를 집계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기후변화 영향으로 강우 강도와 태풍 강도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기상청이 집계하는 61개 관측 지점의 일강수량 최고 순위(극값) 1∼5위를 연도별로 분석해보면, 1960년대와 1970년대에는 각각 5개, 28개에 불과하고 2000년대와 2010년대에는 각각 70개와 66개에 이르고 있다. 지금까지 일최고강수량이 기록된 것도 2002년 8월31일 태풍 ‘루사’ 때 강릉에서 기록된 870.5㎜이다. 그만큼 최근 들어 집중호우가 자주 강하게 내리는 것을 반영하고 있다.
태풍의 강도도 갈수록 세어지고 있다. 기상청 산하 국가태풍센터가 2009∼2018년 10년 동안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태풍의 강도를 분석해보니, 중심 풍속이 초속 44m 이상인 ‘매우 강’에 해당하는 태풍이 절반을 차지했다. 또다른 분석에서 ‘초강력’ 등급(중심 풍속 초속 54m 이상) 태풍의 연간 발생 수가 1990년·2000년대 초반에는 2개 이하였던 데 비해 최근에는 3∼4개로 증가하고 많게는 7개까지 늘어났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들어 각종 재난에 대한 조기경보시스템이 갖춰지고 작동하면서 인명피해가 크게 줄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1950년 태풍 ‘사라’를 계기로 경제기획원 산하에 국토건설청을 신설하고 하천법을 제정하는 등 자연재난 정책의 초석을 놓았다. 이후 1970년 태풍 ‘올가’와 1978년 홍성지진, 1987년 태풍 ‘셀마’ 등을 겪으면서 방재대책을 건설부에서 내무부로 이관하면서 재난정책을 더욱 체계화했다. 하지만 본격적인 재난관리가 이뤄진 것은 2000년대 들어서다. 2002년 수백명의 인명피해와 수조원의 재산피해를 낳은 태풍 ‘루사’는 2004년 재난및안전관리기본법 제정을 낳았고, 국가재난전담기구(당시 소방방재청, 현 재난안전관리본부)를 출범시켰다.
세계기상기구는 “재난 피해를 방지하는 수단은 예측력과 관리 능력이다. 기술의 발달로 열대성저기압(태풍·허리케인 등)의 거의 정확한 경로를 사흘 전에 예측할 수 있게 됐다. 24시간 전에 경보를 발령하면 피해를 30%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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