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피해 학생 외면하지 않은 대가.. 끝나지 않는 '10년 소송전'[플랫]
‘교수가 상습적으로 성추행을 한다’는 학생들의 호소를 외면하지 않고 나선 것인데 이렇게 긴 시간 학교로 돌아가지 못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김애옥 전 전남도립대 유아교육과 교수(57)는 2013년 학생들이 특정 교수에 의한 성폭력을 호소하자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후 대학은 김 전 교수에게 석연찮은 이유로 해임과 재임용 거부 처분을 내렸다. 김 전 교수는 지난 10년간 학교로 돌아가기 위해 교원소청위원회 소청 3번과 5번의 재판을 진행해야 했다.
지난달 30일 대법원은 ‘김 전 교수에 대한 재임용 거부는 위법’이라고 최종 판결했다. 하지만 대학은 아직도 “법률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 전 교수가 학교를 떠난 사이 성추행을 저질러 해임됐던 교수는 법원 판결을 통해 복직했다. 전라남도가 올해에만 127억 원을 지원한 도 산하 대학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전남도립대 유아교육과 학생들은 2013년 6월 A교수의 상습적인 성추행을 참다못해 학과 교수 4명 중 유일한 여성이었던 김 전 교수에게 고충을 털어놨다. 김 전 교수는 피해 사실을 정리하도록 한 뒤 진술서를 학교 측에 전달하며 사태 해결을 요구했다.
하지만 학교는 진상조사 등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다. 당시 학내 성폭력 문제를 상담하는 대학 인력지원실장은 A교수였다. A교수는 ‘성희롱·성매매 방지대책위원회’ 위원이기도 했다. 학교의 조치가 없자 피해 학생 11명은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다.
2014년 5월 인권위는 A교수의 성폭력 행위가 대부분 인정된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인권위는 2014년 5월 대학에 A교수를 중징계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도록 했다. 교수 임명권자인 전남도지사에게도 A씨에 대한 징계가 제대로 이행되도록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도록 권고했다. 대학은 A교수를 해임했지만 2018년 법원 판결로 복직됐다.
A교수가 해임된 이후 대학은 김 전 교수를 석연찮은 이유로 해임했다. 유아교육과 다른 교수들이 2015년 1월 “졸업예정자들을 상담하는 과정에서 김 전 교수에 대한 비위행위를 들었다”며 대학에 진상조사위원회 개최를 요청했다.
대학은 진상조사위를 구성한 뒤 그해 4월 부실한 수업 진행 등을 사유로 김 전 교수를 해임했다. 그는 이에 불복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사건을 심리한 1심 법원은 2017년 1월 ‘해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대학은 항소했지만 같은 해 8월 2심 법원도 김 전 교수의 손을 들어줬다.
해임 처분이 취소됐지만 대학은 김 전 교수를 복직시키지 않고 2차례의 ‘재임용 거부’로 다시 학교에서 쫓아냈다. 김 전 교수는 또다시 소송을 냈고 지난 2월 광주고법에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당시 법원은 “총장이 최하 점수를 줘도 (김 전 교수가)재임용에 필요한 업적 평가 점수를 충분히 초과해, 점수 미확보를 이유로 한 거부처분은 위법하다”고 밝혔다. 이 판결은 지난달 30일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됐다.
하지만 전남도립대는 또다시 ‘법적 검토’를 주장하며 김 전 교수에 대한 즉각적인 재임용을 추진하지 않고 있다. 전남도립대 교무기획처는 “법원 판결은 김 전 교수를 곧바로 재임용하라는 것이 아니다. ‘재임용 거부’가 취소됐을 뿐이어서 심사 절차를 다시 진행해야 한다. 법적 자문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김 전 교수의 대리인인 조재건 변호사는 “법원 판결은 대학이 의도적으로 점수를 안 줘 탈락시켰다는 것을 명확히 한 것으로, 심사 없이 재임용 절차만 밟아 즉각 임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교수는 “힘들었지만 옳은 일을 했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면서 “이제라도 교수 임용권자인 전남도지사가 나서 상황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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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석 기자 kaja@khan.kr
플랫팀 twitter.com/flatflat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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