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예술 메카' 대학로 명성 되찾을까? 공공극장 '쿼드' 개관 "신대학로 시대 열겠다"

선명수 기자 2022. 7. 20.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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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년간 한국 공연예술의 중심지 역할을 했던 서울 대학로에 새로운 공공극장 ‘쿼드’가 문을 연다. 대학로에 4개 문화예술 공간을 잇따라 개관하는 서울문화재단은 “새로운 대학로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서울문화재단 제공

135개의 소극장이 골목마다 모여 있는 서울 대학로는 세계 최대의 소극장 밀집 지역이다. 한 때 200여개의 소극장이 운영되며 지난 30여년간 한국 공연예술의 중심지 역할을 해왔다. 한 때 ‘연극의 메카’로 불렸지만, 이제는 과거와 같은 활기를 찾아보기 힘들다. 지나친 상업화로 인한 젠트리피케이션과 이에 따른 공연장 대관료 상승,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까지 겹치며 많은 예술인과 관객들이 대학로를 떠났다.

대학로에 다시 문화예술의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공공극장과 창작 공간이 잇따라 문을 연다. 서울문화재단은 옛 동숭아트센터 자리에 대학로극장 ‘쿼드(QUAD)’를 개관한다고 20일 밝혔다. 지난해 대학로에 둥지를 튼 예술청부터 극장 쿼드, 오는 11월 재개관을 준비하고 있는 서울연극센터와 대학로로 옮겨오는 서울장애예술창작센터까지 공연 관련 시설 4개가 대학로에 자리를 잡는 셈이다. 서울문화재단은 “신(新)대학로 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창작 초연 중심 제작극장 쿼드…‘창작연극 산실’ 남산예술센터 명맥 이을까

서울문화재단 대학로센터 지하에 조성된 ‘쿼드’는 옛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을 리모델링한 가변형 블랙박스 형태의 극장이다. 서울문화재단이 2009년부터 공공극장으로 위탁 운영하던 남산예술센터의 계약이 2020년 종료돼 문을 닫으면서 재단 극장운영단이 2018년 매입한 동숭아트센터를 리모델링해 새 극장을 열었다. 실험적인 창작 연극의 산실 역할을 했던 남산예술센터를 잇는 공연장이 될지 주목된다.

서울문화재단이 새 공공극장 ‘쿼드’를 소개하는 기자회견을 20일 오전 대학로극장 쿼드에서 열었다. 서울문화재단 제공

2년간의 공사 끝에 이날 정식 개관한 ‘쿼드’는 숫자 4와 사각형(Quadrangle)이란 뜻을 기본으로, 사각의 빈 공간에서 자유롭게 객석과 무대를 조성할 수 있는 블랙박스 극장의 정체성을 담은 이름이다. 김영호 서울문화재단 예술창작본부장은 이날 오전 극장에서 열린 개관 기자회견에서 “무대와 객석이라는 물리적인 제약에서 벗어나 장르나 형식의 제약없이 새로운 실험을 시도하는 가능성을 지향하는 의미”라며 “다양한 공연이 가능하도록 기존의 프로시니엄(액자형 무대)이 아닌 현대적 극장 형태라 할 수 있는 가변형 극장으로 조성했다”고 말했다.

20일 개관한 대학로극장 ‘쿼드’는 비어 있는 사각형 공간에 자유롭게 객석과 무대를 조성할 수 있는 가변형 블랙박스 형태의 극장이다. 서울문화재단 제공

최대 258석까지 객석을 만들 수 있는 쿼드는 창작 초연 중심의 1차 제작·유통 극장을 표방한다. 연극·음악·무용·전통·다원예술 등 다양한 장르가 공연된다. 쿼드에서 1차 제작된 작품을 서울시 25개 자치구에 있는 공공극장에 공급하는 유통극장으로도 운영할 방침이다. 이창기 서울문화재단 대표는 “창작이 활발해도 작품이 재공연할 기회를 얻기가 쉽지 않고, 그래서 좋은 작품이 사장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창작자들에겐 작품이 재공연을 통해 발전하고 레퍼토리가 될 수 있도록 유통망을 제공하고, 예산상 여건이 제한적인 자치구에 좋은 작품을 보급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쿼드는 2023년 정식 운영에 앞서 올해는 프리-오픈 시즌(Pre-Open Season)으로 운영한다. 개관 페스티벌은 ‘새로운 시대, 새로운 예술가·관객과 함께, 새로운 극장의 가능성을 열다’를 슬로건으로 21일부터 내달 28일까지 6주간 열린다. 클래식과 재즈, 연극, 무용, 전통음악, 월드뮤직 등 12편의 공연을 선보인다. 더블베이스 연주자 성민제가 결성한 몰토 콰르텟의 <저스트 바흐(JUST BACH)>를 시작으로 극단 풍경의 연극 <오일>,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의 신작 <생 날 몸뚱아리>, 실크로드 뮤직 프렌즈의 전통 음악 <바람 불다> 등의 공연이 이어진다.

예술청·쿼드 이어 서울연극센터 등 재개관…“신대학로 시대 이끌겠다”

쿼드 개관에 이어 문화예술 공간 2곳도 올해 안에 재단장을 마치고 대학로에 문을 열 예정이다. 2007년 개관해 대학로 연극의 허브 역할을 했던 서울연극센터는 낙후된 건물의 리모델링 및 증축 공사를 거쳐 오는 11월 재개관한다. 총 4층 규모로 종합 공연 안내 데스크를 비롯해 연극 창작 및 지원, 민간 연극단체를 위한 공유 공간 등으로 조성된다. 서울 송파구에서 장애예술인 레지던시로 운영됐던 ‘잠실창작스튜디오’도 대학로로 이전해 오는 11월 ‘서울장애예술창작센터’라는 이름으로 새로 문을 연다. 연간 200여명의 장애예술인의 창작 활동을 지원할 예정이다.

서울문화재단은 지난해 예술인 창작지원 기관 ‘예술청’ 개관에 이어 새 공공극장을 갖추고 서울연극센터·서울장애예술창작센터까지 재단장을 마치면 이 4개 공간이 대학로의 공연예술 활성화를 이끌 ‘문화 벨트’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창기 대표는 “문화예술의 중심인 대학로에서 4개의 예술공간을 개관하며 문화예술로 다시 한 번 도약할 것”이라며 “예술가가 다시 뛰고 시민이 다시 찾는 새로운 대학로 시대를 열어나가겠다”고 말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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