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사실 아니다"라는 시민사회수석..총무비서관실 검찰 수사관 파견, 팩트는?

김관진 기자 2022. 7. 20. 14:2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전문성 갖춘 인사" 해명에, 일선 검찰 수사관들 "민망"

SBS는 그제(18일)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실에 대검찰청 소속 수사관들이 파견 근무를 해왔다는 내용을 단독 보도했다.
 
해당 기사
▷ [단독] '곳간 관리' 총무비서관실에 대검 수사관 파견
[ 원문 링크 : https://news.sbs.co.kr/d/?id=N1006827386 ]

윤재순 총무비서관과 과거 대검에서 함께 근무한 인연이 있는 수사관 2명이 새 정부 출범 이후 총무비서관실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검찰 수사관이 사정 관련 업무와 무관한 총무비서관실에서 근무하는 것이 이례적이라는 검찰 안팎의 평가도 달았다.

보도 이후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이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보도 전 대통령실과 대검에서 해명한 대로 ▲파견 수사관들이 재무·인사에 전문성이 있다는 점 ▲이들 수사관 2명을 포함해 대통령실에 근무 중인 검찰 수사관은 5명에 불과하다는 점 등을 강조했다. 강 수석은 한발 더 나아가 "의혹은 모두 사실이 아니다" "사실관계조차 왜곡한 악의적 프레임 씌우기에 불과하다"고 날을 세웠다. 정말 그럴까?

"사실이 아니다"라는 시민사회수석…팩트는?

총무비서관실에서 파견 근무 중인 검찰 수사관은 모두 2명이다. A 수사관은 2020년 2월 서울서부지검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옮겨왔고, 같은 해 8월 정기 인사 때 대검 수사정보2담당관실(현 정보관리담당관실)로 전보돼 근무해왔다. B 수사관은 2018년 7월 정기 인사 때 서울중앙지검에서 대검 운영지원과로 전보돼 근무해왔다. 윤재순 총무비서관은 2020년 2월 3급 부이사관으로 승진해 서울중앙지검 집행2과장에서 대검 운영지원과장으로 전보돼 근무했고, 이후 올해 1월부터 퇴직한 5월까지 인천지검 부천지청 사무국장으로 근무했다.

이들 3명의 대검 근무 기간을 비교해보자. 윤 비서관은 ① A 수사관과는 최소 2020년 9월부터 A 수사관이 파견 근무를 하기 전까지 근무 기간이 겹치고 ② B 수사관은 대검 운영지원과 직속 부하 직원으로 만나 2년 가까이 함께 근무했다.

물론 검찰 수사관들은 소속 근무지가 아닌 타 검찰청이나 기관에 파견 근무를 가는 경우가 왕왕 있지만 복수의 대검 직원들에 따르면 A 수사관과 B 수사관 모두 대통령실(인수위 포함) 파견 근무 전 다른 곳에 장기 파견 근무를 가지 않았고 각각 소속 부서에 근무한 것으로 파악됐다.

"총무비서관실에서 근무하는 2명의 공무원 모두가 총무비서관과 같이 대검찰청에서 근무했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는 주장은 무엇을 근거로 한 것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 정부 20명 파견, 우리는 5명"…자세히 들여다보면

강 수석은 "200명의 파견 공무원 중 검찰 공무원은 5명이다" "문재인 정부는 20여 명의 검찰 공무원이 비서실에 파견됐다" 고 설명했다. 20여명 대 5명. 숫자만 놓고 보면 전 정부 검찰 수사관 파견자가 4배나 된다. 하지만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얘긴 달라진다.
문재인 정부 5년을 통틀어 청와대에 파견된 검찰 수사관은 20명이다. 검찰 수사관 20명이 청와대에서 동시에 근무한 게 아니라 전부 합한 숫자가 그만큼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로 한정하면 청와대 파견된 검찰 수사관은 9명으로 파악됐다. 지난 정부와의 '비교'를 통해 현 정부의 파견 인사에 우려점이 없음을 설명하려 했다면, '9명 대 5명'으로 설명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이런 사실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고 뭉뚱그려 20여명 대 5명으로 얘기하는 것이야말로 사실관계 왜곡 아닐까.
 

핵심은 '검찰 수사관'이 '재정·인사' 업무를 하는 것…굳이 왜?

하지만 기사를 통해 얘기하려고 한 건 이 '수치'가 아니다. '지난 정부보다 검찰 수사관을 적게 파견했는데 뭐가 문제야'라고 얘기하는 건 기사의 핵심을 이해하지 못한 반응이다.

기사의 핵심은 대통령실의 곳간지기 역할을 하는 총무비서관실에 굳이 왜 검찰 수사관이 파견을 가서 '재정' '인사' 업무를 하고 있는지를 묻는 것이다. 이들 수사관이 각각 재정과 인사 업무에 전문성을 인정받았다고 하지만, 검찰 수사관의 전문성이 '수사'에 있다는 건 상식 중의 상식이다.

통상 과거 청와대의 재정과 인사 업무는 기획재정부 등 해당 분야에 정통한 부서 출신 공무원이 담당해 왔다. 이들 공무원과 비교해 검찰 수사관이 재정·인사 업무에 더 높은 전문성을 갖고 있다면, 그렇게 판단한 구체적인 이유를 먼저 설명하는 게 '올바른' 반박일 것이다.

수치상으론 문재인 정부 시절 파견된 검찰 수사관이 더 많아 보이지만, 정권 초기 파견된 검찰 수사관 9명 전부가 현재는 없어진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파견을 가 근무한 것으로 파악됐다. 민정수석실은 총무비서관실과 달리 검찰과 업무 연관성이 있는 곳이다.

"전문성 언급 민망, 총무비서관실까지 가야하나"…검찰 수사관 부글부글

이번 상황을 바라보는 대검 안팎의 수사관들은 '무리한 인사'라고 입을 모은다. 수사를 업으로 삼는 수사관들이 총무비서관실에 파견 근무를 가는 것이 전례 없는 일인데다, 두 수사관이 재정과 인사 업무에 전문성을 인정받았다는 해명에는 실소를 금치 못했다. 한 수사관은 "전문성 인정받았다는 해명 듣고 민망하더라"며 "행정 업무를 잠시 했다고 전문성이 인정되는 거라면, 검찰 수사관이 못 갈 부서나 기관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수사관은 "뒷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인사"라며 "수사관들의 자존심은 수사 업무로 세울 수 있는 건데, 총무비서관실까지 파견을 가야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디자인 : 장지혜)

김관진 기자spirit@sbs.co.kr

Copyright ©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