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안전불감증' 동서식품의 거짓말.. 인명사고 줄잇는데 감추기 급급

협착·골절상에도 "올해 無사고"
땜질 처방으로 대형사고 우려
재발방지 근본 대책 필요 지적

지난 2020년 6월1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제19회 식품 안전의 날 기념식'에서 이창환(왼쪽 세 번째) 동서 대표가 관계자, 유공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인스턴트커피 1위 기업 동서식품 생산공장에서 지난 5월 기계에 직원의 손가락이 끼이는 협착사고가 발생했는데도 외부에는 올해 발생한 안전사고가 '0건'이라며 이를 감추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동서식품은 2020년 418억원을 투자해 커피 제조공정 자동 제어·실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한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했다고 대외에 알렸지만, 그 다음해 직원 2명이 부상을 당하는 등 안전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중대재해처벌법에 해당하진 않지만, 땜질식 대책 마련에 감추기 급급한 기업의 대처를 볼 때 언제 대형 사고가 터질 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동서식품 대표제품인 맥심 커피를 생산하는 경남 창원공장에서 지난 5월 한 근로자의 손가락이 기계에 끼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익명을 요청한 동서식품 창원공장 관계자는 컨베이어에에 제품 상자가 끼었고, 이를 빼내려던 해당 근로자가 사고를 당했다고 전했다. 이 근로자는 3주 통원 치료를 받았다.

공장은 재해유형을 협착(사람이 기계에 끼임), 유해 위험요인을 포장기 구동부 방호 덮개로 분석해 동서식품 본사로 이 사고에 대해 보고했다. 이 관계자는 "포장기 구동부 협착점에 대한 방호 덮개를 보완했다"며 "기존 덮개를 연장해서 아예 손이 들어갈 수 없는 구조로 바꿨다"고 말했다.

하지만 본사측은 해당 사고에 대한 확인을 요청하자 올해 발생한 안전사고가 없다고 답했다.

중대재해법 처벌 수준은 아니지만 안전사고가 발생한 것이 확인이 됐는데도 이를 숨긴 것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사업장에서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했거나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하고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할 경우 중대재해처벌법에 해당한다. 이 법은 지난 1월부터 시행됐다.

앞서 동서식품의 경우 작년 2월 인천공장에서 근로자가 추락한 기계에 맞아 골절상을 당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박스를 포장하는 기계가 1.5m 높이에서 떨어져 1층에서 일하던 근로자가 이 기계에 머리를 맞아 인근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또 다른 근로자는 기계에 오른쪽 팔이 끼면서 골절상을 입었다.

고용노동부 중대산업재해감독과 관계자는 "한 기업에서 안전사고가 반복되는 것은 안전불감증으로 볼 수 있다"면서 "이번 사고는 기업 입장에서는 '운 좋게' 업무상재해 수준으로 끝났지만, 만약 내년 비슷한 형태의 협착사고로 근로자 사망사고 발생할 경우 경영 책임자(대표이사)는 중대법처벌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제대로 된 경영 책임자라면 그 기업체에서 발생했던 사고에 대해서는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한다"며 "이것이 바로 중대재해처벌법이 경영 책임자에게 부과하려는 의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회사는 2020년 인천 부평·경남 창원 공장에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했을 당시, 실시간 모니터링 분석 시스템을 갖춰 설비 고장을 미리 예측하고 점검해 더욱 안전한 제품을 생산할 수 있게 됐다고 대내·외에 알린 바 있다.

또 이 회사는 지난 2015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시리얼 제품 '포스트 아몬드 후레이크' 유통·판매 잠정 금지 처분을 받자, "대장균 같은 경우는 생활 도처에 엄청 많이 있다. 그런 것들에 (시리얼이) 오염됐다고 버리기엔 너무 많다"고 궁색한 변명을 해 네티즌의 질타를 받은 바 있다.

이창환 동서 회장은 지난 2020년 '제19회 식품안전의 날' 기념식에서 동탑산업훈장을 수상한 바 있다.

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