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임금·다단계 하청구조·채권단 관리..실타래처럼 꼬인 대우조선 사태

김민성 기자 2022. 7. 20.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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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불황으로 다단계 저임금 하청 고착화..채권단관리로 운신폭도 좁아
조선업 구조적 문제점 개선 안되면 언제든 사태 재현 가능성
19일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하청노동자들이 점거 농성을 하고 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하청지회의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1독(dock·배를 만드는 작업장) 불법 점거 사태는 이날로 49일째 이어지고 있다. (공동취재) 2022.7.19/뉴스1 © News1 김영훈 기자

(거제=뉴스1) 김민성 기자 = 49일째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의 불법 점거 농성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장기 불황 터널을 지나면서 형성된 조선업의 고질적인 다단계 저임금 하도급과 대우조선의 채권단 관리체제 등 복잡한 구조가 얽혀있는 게 이번 사태의 근본적 배경 중 하나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우조선의 피해 규모가 7000억원을 넘어설 정도로 눈덩이처럼 커지며 지역 사회 경제에 큰 충격을 주고 있어 하청노조의 불법 점검 농성이 하루빨리 해결되어야 하는 상황이다. 다행히 노사 양측이 마라톤 협상을 통해 이견을 좁혀가고 있어 극적 타결의 기대감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그러나 조선업의 구조적인 문제점들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이같은 사태는 언제든지 재현될 수 있다는 게 조선업계의 중론이다.

2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하청지회)는 당초 임금 30% 인상, 상여금 300% 지급 등을 요구했다.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 하청지회는 임금 올해 5%, 내년 10% 인상, 상여금 150% 지급 등으로 수정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다. 노조 전임자 등 노동조합 지위 인정에 대해서는 여전히 협의 중이다.

◇조선업 '보릿고개' 이후 저임금 고착화…채권단 관리 체제도 영향

하청노조측은 조선업이 장기간 불황의 터널을 지나오는 동안 노동자들에게 고통분담을 줬고, 최근 5년간 하청노동자의 실질 임금이 30%가량 하락했다고 주장한다. 줄어든 실질 임금 30% 올리고 '정상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다시 조선업 수주가 늘고 호황이 찾아온 만큼 임금 수준을 원상 회복해달라는 요구다.

이같은 하청노조의 요구를 들어주기 위해선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이 하청업체에 주는 기성금을 대폭 인상해야 한다. 기성금은 원청이 하청에 주는 공사대금으로 대우조선해양은 전년보다 약 3%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대우조선 사정이 녹록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해 1조7000억원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올해 1분기에도 4700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기성금이 더 큰 폭으로 오르지 않는다면 협력업체의 임금인상도 어려운 상황이다. 하청지회와 협상을 하고 있는 하청업체 측은 임금 대폭 인상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조선업 특성상 최근 대규모 수주가 수익으로 연결되려면 시차가 존재한다. 수주 이후 건조 등 실제 생산에 이르기까지의 약 1~2년 정도가 걸린다. 수주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수주효과가 고용과 임금인상으로 연결되기까진 시간이 걸린다는 뜻이다.

원청업체가 임금 인상을 대승적으로 결단하더라도 문제가 해결되긴 쉽지 않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관리를 받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은 눈치를 볼 수밖에 없고, 산업은행도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않다.

◇'고질병' 원·하청 노동구조…단가 후려치기·비용전가에 고용 질 하락

이같은 조선업 특수성에 원청과 하청이 얽힌 우리나라 노동구조의 영향도 적지않다. 그간 2차, 3차 하도급을 주는 국내 산업구조와 맞물려 하청업체들이 조선업 불황 기간에 저가 수주로 인한 비용 부담의 상당 부분을 떠안았다.

원청은 하청에 이른바 '단가 후려치기'로 비용 부담을 떠넘기고, 하청업체가 다시 2차, 3차 재하도급 업체에 부담을 넘기면서 인건비가 쪼그라들었다는 것이다.

대형 조선소들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인건비 절감 등을 위해 사내하청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조선업체들은 인력난이 심해지자 다단계 하도급까지 활용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사내하청 노동자가 2015년엔 원청의 4배에 달했고 최근엔 대부분 2차, 3차 하청 노동자를 통해 건조 작업이 진행된다.

조선업 하도급은 '원청 조선소→1차 하청업체(사내하청 혹은 사외협력업체)→물량팀(하청의 하청)' 구조다. 1차 하청업체를 구하기 어려워지자 물량팀, 알바천국 등에서 인력을 모아 조선소에 공급하는 아웃소싱 업체들이 덩달아 늘어났다. 다단계에 가까운 원·하청구조 탓에 수십년 경력을 가진 숙련공도 최저임금 수준을 받으며 일하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한다.

조선하청지회 관계자는 "6~7년째 이어지는 저임금 상황과 조선업 원·하청 구조의 본질적인 문제를 정부에서도 정확하게 인지해야 한다"며 "아직은 못느끼겠지만 이런 구조 탓에 고용의 질은 악화되고 현장사고로 이어지고 건조된 배의 퀄리티도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m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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