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단체 "인하대 사건으로 '여성=피해자 남성=가해자' 프레임은 성별 갈등 부추겨"

이동준 2022. 7. 20.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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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잠재적 가해자로 치부하면 성별갈등"
인하대 캠퍼스 안에서 동급생을 성폭행하다 숨지게 한 20대 남성 A씨가 17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스1
 
인하대학교 재학생 성폭행 사망 사건과 관련해 여성단체가 “성별 갈등이 아닌 성폭력 문제 해결의 새로운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바른인권여성연합(상임대표 이봉화)은 지난 18일 입장문을 내고 “이 사건을 보도하는 언론들은 2016년 강남역 화장실 사건과 연관시키며 남성과 여성을 또 갈라치기하려는 냄새를 풍기고 있으며, 여초 커뮤니티에서는 여성혐오범죄 근절이라는 주장을 앞세워 여성가족부 존치카드를 꺼내 들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여성가족부와 기존 여성단체들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여성을 피해자로, 남성을 가해자로 규정한 특정 프레임으로 성폭력 문제를 보는 편협한 시각은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오히려 성별 갈등을 부추겨왔고 자신들의 영향력을 유지, 확대하는 일에 이용해 왔다”고 일갈했다.

이어 “성폭력 문제의 원인을 오로지 남성성에 두고, 남성성 자체를 죄악시하고 이를 억제함으로써 해결하려는 방식은 모든 남성을 잠재적 가해자로 치부하여, 성별 간 갈등을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라며 “남성성이나 여성성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은 여성 혐오 범죄사건이 아니다”라며 “학문의 전당이어야 할 캠퍼스 내에서 새벽 시간 자유롭게 통행하며, CCTV가 없는 지역에서 술에 취한 여성이 무참히 성폭행 후 죽임당한 끔찍한 성범죄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덧붙여 “우리 사회는 이러한 범죄가 더 이상 반복되지 않기를 간절히 원한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본질적 문제점에 접근하여야 한다”며 “이 사건이 갈등과 논쟁의 씨앗이 아닌 문제의 해결의 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동급생을 성폭행하고 숨지게 한 인하대학교 1학년생이 범행 당시 불법촬영을 시도한 정황이 드러났다.

전날 YTN 보도에 따르면 인천 미추홀경찰서는 A씨(20)가 지난 15일 범행 현장에 놓고 간 휴대전화에서 당시 상황이 담긴 동영상 파일을 확보해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김 씨가 의도적으로 불법 촬영을 시도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당시 범행 상황이 담긴 내용을 분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영상이 제대로 촬영되지 않은 경우에도 불법촬영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이러한 가운데 성폭행을 당한 여학생이 건물에서 추락한 뒤 1시간 넘게 방치됐다가 숨진 것으로 전해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A씨가 도주하지 않고 곧바로 119에 신고했더라면 피해자를 살릴 수 있었던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준강간치사 혐의로 최근 구속된 인하대 1학년생 A씨는 지난 15일 새벽 시간대 인천시 미추홀구 인하대 캠퍼스에 있는 5층짜리 단과대학 건물에서 지인인 20대 여성 B씨를 성폭행한 뒤 도주했다.

그는 B씨가 3층 복도 창문에서 1층으로 추락하자 B씨의 옷을 다른 장소에 버리고 자취방으로 달아났고, 당일 오후 경찰에 체포됐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행인의 신고로 119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B씨는 머리뿐 아니라 귀와 입에서도 많은 피를 흘리고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심정지 상태는 아니었고, 다소 약하긴 했지만 호흡을 하고 맥박도 뛰고 있었다. B씨는 병원에서 치료 중 결국 숨을 거뒀다.

경찰은 B씨가 건물에서 추락한 시간대를 사건 당일 오전 1시30분에서 오전 3시49분 사이로 보고 있다. 오전 1시30분은 A씨가 B씨를 부축해 해당 건물에 들어간 시각이며, 오전 3시49분은 B씨가 피를 흘린 채 건물 인근 길에서 행인에게 발견된 시점이다.

경찰은 주변 폐쇄회로(CC)TV 등을 통해 B씨가 추락한 뒤 1시간 넘게 혼자 건물 앞에 쓰러진 채 방치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어두운 새벽인데다 B씨가 쓰러진 장소도 인적이 드문 장소여서 늦게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B씨가 추락한 직후 A씨가 집으로 도주하지 않고 곧바로 119에 신고했다면 B씨를 살릴 수도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B씨가 건물에서 떨어져 사망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B씨를 밀지 않았다”며 고의성을 부인하고 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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