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또 '명낙대전' 발발?..거세지는 '反어대명' 기류
친이계 정성호 "당인의 도리 아냐" 반발..'수박 논쟁' 재현 우려도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이재명 (의원)의 출마는 '절대반지'에 대한 갈망이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재명 (의원)은 사리사욕으로 살아오지 않았다." (정성호 민주당 의원)
전당대회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내 계파 갈등 조짐이 일고 있다. 이른바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 구도에 맞서 '친문재인계', '친이낙연계', '97그룹'(90년대 학번, 70년대 출생) 등이 네거티브 공세를 시작하면서다. 이들이 이재명 의원의 약한 고리로 평가받는 '사법리스크'를 부각시키자, '친이재명계' 의원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서면서 당내 긴장감이 감도는 모습이다.
非明 "이재명 출마? 사리사욕+방탄용"
이른바 민주당의 '비명연대'를 선두에서 이끄는 건 '97그룹'이다. 이들은 이 의원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쟁점화하고 있다. 대장동 개발 특혜, 성남FC 후원금, 변호사비 대납, 이 의원 배우자 김혜경씨 법인카드 유용 의혹 관련 수사 등이다. '97그룹'은 검경 수사의 피의자이자 참고인 신분인 이 의원이 당 대표가 되면 '방탄 출마' 논란이 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강병원 민주당 의원은 17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재명 의원의 당 대표 출마는 그저 '절대반지'에 대한 갈망일 뿐"이라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이 본인에게 있다고 했는데 고작 이뿐이냐"고 직격했다. 강 의원은 한발 더 나아가 '의원 자격정지제' 도입을 주장하고 나섰다.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의 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국회의원은 체포동의안 의결 대상에서 아예 배제하자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 구상이 이 의원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박용진 의원은 강 의원과 비교해 다소 낮은 수위로 이 의원을 견제하고 있다. 다만 이 의원의 출마를 '절망적 기대감'에 비유하며 날을 세우는 모습이다. 박 의원은 지난 5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대선 패배와 지방선거 패배에도 다시 그냥 이재명 의원으로 간다? 저는 그걸 '절망적 기대감'이라고 표현한다"며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소금물이라는 걸 알면서도, 지금 당장 목이 마르다고 바닷물을 마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바닷물로는 갈증을 해소할 수 없다. 자칫 잘못하면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대선 경선 당시 이 의원과 각을 세웠던 '친문계'와 '친낙계' 의원들도 '어대명'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이들은 대선에서 패한 뒤 수사를 받고 있는 이 의원이 당의 '실세'가 되면, 당의 분열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나아가 '패장' 출신인 이 의원을 내세워서는 총선과 다음 대선 역시 패할 것이란 게 이들의 주장이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출신인 윤영찬 민주당 의원은 1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재명 의원을 중심으로 (당내) 민주주의적 질서와 제도적인 과정들이 굉장히 흐려진 부분이 있다"며 "예를 들어 어떻게 (이 의원이) 인천 계양에서 공천된 것인지,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어떻게 누가 데려온 것인지, 이런 부분들이 아직도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당이 특정인의 정당, 그리고 특정인의 사당화가 되는 것에 대해 단호하게 거부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친낙계' 좌장인 설훈 민주당 의원은 1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재명 의원이 당 대표가 되면 분열이 일어난다는 것은 일반적인 시각"이라며 "그 분열이 심화할 것인데 총선을 어떻게 치르겠느냐. 총선에 실패하게 되면 대통령 선거도 실패할 것"이라고 밝혔다.
친명계 "李 수사는 정치보복…비판 당원 도리 아냐"
자당 의원들이 이 의원을 향해 총구를 겨누자, 민주당 내 '친명계' 의원들도 방어에 나섰다. 이들은 '내부총질'이 심화되면 당이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네거티브 공세가 계속되면 정부 견제마저 쉽지 않아진다는 해석이다.
이 의원 최측근인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1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 의원은) 철저히 공적 의식으로 무장해왔고 기득권과 단 한번도 타협하지 않고 싸워온 사람"이라며 "(이 의원을 공격하는 건) 당인으로서 도리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당대표가 된다고 방탄이 되겠나"라고 반문한 뒤 "과거 김대중 대통령이나 박지원 전 국정원장 같은 당 지도자들이 정치보복 수사를 당했을 때 당과 의원들이 함께 싸워줬지, 정치보복 수사에 사법리스크가 있다고 공격하는 건 굉장히 문제"라고 비판했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박주민 의원은 20일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인터뷰에서 이 의원의 '사법 리스크'에 대해 "현재 실체화가 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당장 뭐라 하긴 어렵고, 자제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과거에 여야를 막론하고 당내 경선 과정에서 과도하게 공격할 경우에는 결과적으로 당에 마이너스가 됐던 경험이 있다"고 덧붙였다.
당내 분열이 일면서, 야권 일각에선 지난 대선 경선과 지선 당시 불거졌던 '명낙대전'(이재명-이낙연계의 갈등)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최근 민주당 지지세력이 '비명'과 '친명' 진영으로 갈리면서 '수박 논쟁'이 다시금 이는 양상이다. '수박'이란 지난 대선 경선 과정에서 친명계 인사들과 지지자들이 친낙계 인사들을 향해 '민주당 소속이면서 말과 행동은 국민의힘 소속인 것처럼 한다'고 비하하며 쓰기 시작했다. 이에 전당대회를 앞두고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수박 단어 사용 금지령'을 내린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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