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는 사람이 떠나는 사람보다 많아"..달라진 제2도시 하르키우

강영진 2022. 7. 20.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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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점령 시도 러시아군 격퇴한 뒤 귀환 늘어
지금도 러시아군 폭격 매일 이어지는 속에
주민들 점령될까 겁나지만 일상 이어가

[하르키우=AP/뉴시스] 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에서 한 주민이 러시아군의 공격이 한차례 지나간 후 아파트 지하 부서진 배수관에서 흘러나오는 물을 받고 있다. 2022.07.05.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우크라이나군이 탈환한 제2의 도시에 탈출했던 주민들이 돌아오고 있지만 러시아군의 공격이 계속되고 있어 주민들의 걱정이 크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군이 다시 점령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는 것이다.

열차편으로 귀향한 알리나 티토바(35)는 중앙역 계단 앞에 무릅을 꿇었다. 그를 마중나온 친구들에게 "계단에 키스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하르키우가 포위되면서 3명의 자녀들과 탈출한 뒤 독일에서 피난생활을 하다가 돌아온 참이었다.

전혀 설레는 귀향은 아니었다. 처리해야 할 일도 있고 인근 시골 마을에 사는 부모님들을 설득해 겨울이 오기 전에 하르키우로 옮겨오도록 하려는 생각이었다. "모두가 하르키우로 돌아오고 싶어 한다. 독일에서 걸어서 올 수도 있었지만 아이들 때문에 어려웠다"고 했다.

러시아 국경에서 40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 하르키우는 전쟁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곳중 하나다. 우크라이나군은 집중 포격을 당하면서도 도시 점령을 시도하는 러시아군을 물리쳤으며 거의 대부분 북쪽 교외지역으로 밀어내거나 러시아로 쫓아냈다. 하루키우 전투는 의미가 큰 승리로 주민들에게도 용기를 북돋았다.

그러나 안심하기엔 일렀다. 러시아군이 쫓겨난 뒤에도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공습으로 도시 시설을 파괴하고 지금도 매일 밤마다 로켓과 포탄이 날아들고 있다.

군사전문가들은 러시아군의 하르키우 공격이 우크라이나군을 북쪽에 묶어두려는 작전으로 본다. 그러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군이 하르키우를 다시 공격하기 위해 집결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루키우는 러시아의 공격에 대비하고 있다.

현지 군사행정책임자 올레 시녜후보우는 "러시아가 하르키우 점령 야망을 포기하지 않은 걸 안다. 우리 방어선의 약점을 찾아내는 즉시 공격해올 것"이라고 했다. 매일 네다섯차례의 공격이 있으며 주로 학교와 대학교들을 겨냥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러시아군은 사거리가 60km를 넘는 로켓포 공격 위주라고도 했다. "러시아군이 9월에 개학하는 학교에 보내지 못하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쟁 전 180만명에 달하던 하르키우의 사업체 90%가 문을 닫았으며 우크라이나 동부의 문화 중심지였던 도시 중심부는 황폐한 상태다. 시내를 오가는 차량과 사람이 드물며 빈 전차가 철로를 따라 비틀비틀 운행되고 있다.

최근 어느 날 아침 커다란 우크라이나 국기를 매단 전동휠체어를 탄 어떤 사람이 텅빈 도로를 지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거리의 건물마다 유리창이 깨져 판자로 막은 상태였다. 크게 부서진 은행 건물 옆 빵집에 두 사람이 들어섰다. 빵집은 얼마 남지 않은 업체중 하나다.

발레리아 골로우키나(42)는 터키인인 남편과 시동생이 망가진 기계들을 수리하고 폭격으로 끊어진 수도를 이은 뒤 이틀 전 빵집을 다시 열었다고 했다. 그는 "일을 안하고 어떻게 먹고 사나"고 했다. 지난 3월 남편과 함께 이스탄불로 피난했다가 지난달 돌아와 보니 창문이 모두 깨져 있고 천장이 마루에 내려앉은 상태였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돌아오면서 안심이 됐지만 지금은 다시 걱정"이라고도 했다. 사람들이 돈이 바닥나 돌아온 것이라고 했다.

시청 직원들은 대부분 피난을 가지 않았다. 또 가난해서 피난갈 돈이 없는 사람, 전시 하르키우 생활의 어려움을 이겨내겠다고 각오한 젊은이들도 남았다. 대부분 자녀가 없는 사람들이다.

이호 테렉호우 하르키우 시장은 약 200곳의 학교 중 109곳이 공격으로 파괴됐다면서 시에서 오는 9월 3년 연속 온라인 교육을 하기 위해 준비중이라고 밝혔다. 과학도서관과 하르키우미술관 등 약 4500채의 건물이 대파됐고 아파트 건물 400채의 5만여 가구가 수리가 불가능한 상태라고 했다.

지난달 전투가 잠시 소강상태일 때 5000여명의 주민들이 돌아왔다. 시에서 버스와 전차, 지하철 운행을 재개했다. 돈이 없는 주민들을 위해 모두 무료로 운행되고 있다.

테렉호우 시장은 "하르키우 주민들로선 하루키우가 나라나 마찬가지다. 도시를 떠난 삶은 생각조차 못한다"며 지금도 떠나는 사람보다 돌아오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그는 "겨울을 나는 것이 큰 문제"라며 망가진 200km 길이의 가스관을 수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할아버지한테 살던 집을 물려받은 드미트로 코노발로우(19)는 지난 3월 옆 집이 공습 당한 뒤 피난했었다. "옆집에 불이 붙어서 가방을 싸서 뛰쳐 나왔다. 집 앞에는 무너진 고급스러운 커피 바가 있었다. 요리사인 코노발로우는 집에 남은 것이 뭐가 있는 지 살펴보려고 돌아왔다면서 하르키우에 일자리가 없어 떠날 것이라고 했다.

하르키우에는 위험 속에서도 남아 있는 술집이 있다. 도시에 남아 있는 걸 영예로 생각하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술취한 체리 바"에서 빨강 플라스틱 컵에 체리주를 내놓은 블라드 피보바르는 "이곳 사람들 절반이 일자리가 없어서 저녁마다 모여서 수다를 떨고 친구를 만나 긴장을 푸는 것 말고 할 일이 없다"고 했다.

술집에서 나온 손님들이 지하철 입구 벽에 걸터앉아서 음악 공연을 보고 있었다. 멀리서 폭발소리가 들렸다. 너무 멀어서 날아오는 포탄 소린지 날아가는 포탄 소린지 구분이 안됐다.

손님 중 한 사람인 이리나 홀룹(21)은 "하르키우 주민들은 모두 익숙하다. 적응 못한 사람들은 모두 떠났다"고 했다.

옆의 다른 술집에 군영 밴 차량이 사이렌을 울리며 도착했고 가게가 문을 닫는 시간이 되자 손님들이 떠날 준비를 했다.

바텐더 에우헤니 모스칼렌코(27)는 "손님중 많은 사람이 지금 돈이 없다. 나중에 주겠다고 한다. 그러면 '여기 앉아서 잠깐 얘기나 하자'고 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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