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한일 고위급 교류 재개 '물꼬' 텄지만.. 과제도 여전

노민호 기자 2022. 7. 20.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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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장관회담서 강제동원 관련 문제 '조속해결' 공감
'수출규제' 등 연계 현안에 대한 日 입장은 안 알려져
박진 외교부 장관(왼쪽)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외교부 제공) 2022.7.19/뉴스1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박진 외교부 장관이 지난 18일부터 이어진 2박3일 간의 일본 방문을 통해 양국 간 고위급 인사 교류 재개의 '물꼬'를 텄다.

방일 첫날이던 18일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무상과의 첫 한일 외교장관회담 및 업무만찬에 임한 데다, 이튿날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를 예방해 양국관계 개선에 관한 윤석열 대통령의 구두 메시지를 전하면서다.

윤 대통령은 박 장관을 통해 기시다 총리에게 전한 메시지에서 그를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라고 부르며 양국 간 우호협력 관계를 발전시켜가자고 당부했다. 박 장간은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 간 회담 개최에 대한 의향도 전달했다.

우리 외교부 장관이 한일 외교장관회담을 위해 일본을 찾은 건 지난 2017년 12월 이후 4년7개월 만에 처음이다. 그간 한일관계는 일본 전범기업들에 대한 우리 법원의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배상 판결, 그리고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 강화라는 '보복' 조치 등을 둘러싼 갈등이 증폭되면서 1965년 국교정상화 이후 '최악'이란 평을 들어왔다.

특히 2020년 이후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유행 여파로 한일 양국의 민간 교류 또한 크게 위축됐던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한일 양국은 이번 박 장관 방일을 앞두고 2년 넘게 중단됐던 김포~일본 하네다(羽田) 국제공항 간 여객노선 운항을 재개하며 '교류 활성화'의 시동을 걸었다. 박 장관도 이번 방일 과정에서 이 노선을 이용했다.

박 장관은 하야시 외무상과 만나서는 강제동원 피해배상 관련 문제를 '조속히 해결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으며, 특히 피해자 측이 배상금을 주지 않는 일본 전범기업들의 국내 자산을 매각해 현금화하기에 앞서 '바람직한 해결 방안이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19일 일본 도쿄 자민당 본부에서 최근 사망한 아베 신조 전 총리에 대한 조의를 표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2022.7.19/뉴스1

우리 대법원은 지난 2018년 10월 일본제철, 그리고 같은 해 11월 미쓰비시(三菱) 중공업을 상대로 각각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1인당 1억원 또는 1억5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일본 측은 그간 '강제동원 피해자 등에 대한 배상 문제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체결 당시 한국 정부에 제공한 총 5억달러 상당의 유·무상 경제협력을 통해 이미 해결됐다'며 우리 대법원의 해당 판결이 "국제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해온 상황이다.

이 때문에 해당 일본 기업들 또한 강제동원 피해자 측과의 배상 협의에 응하지 않았고, 이에 피해자 측에선 일본 기업들의 국내 자산 압류 및 매각을 위한 법적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르면 올 8~9월쯤 매각에 관한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내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측은 그간 자국 기업들의 한국 내 자신이 실제로 매각 및 현금화되는 상황을 한일관계의 '레드라인'(한계선)으로 봐왔기에 박 장관의 이번 방일을 통해 한일 외교수장이 관련 문제 해결의 시급성에 공감한 것만으로도 '긍정적인 신호'란 평가가 나온다. 우리 정부는 현재 피해자 측과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민관협의회를 구성해 관련 해법을 모색 중이다.

그러나 박 장관의 이번 방일과정에서도 일본 측이 대(對)한국 수출규제 강화조치 등 연계 현안 해결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사실은 여전히 '문제 해결의 책임은 한국에 있다'는 일본 측 입장을 보여준다는 해석도 있다.

손열 동아시아연구원(EAI) 원장은 "박 장관이 이번 방일에서 강제동원 문제를 (고위급 차원에서) 일본과 처음으로 논의한 것 자체는 상당히 중요한 일보(一步)"라고 평가했다.

다만 손 원장은 "여러 사안이 엮여 있는 한일관계를 풀어나가야 한다"며 "강제동원 문제가 마치 전부처럼 생각하면 곤란하다. 앞으로도 국익의 관점에서 우리가 적극적으로 일본과 대화를 이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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