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국장급에 여성 단 두 명..한국의 옐런 언제쯤 나올 수 있을까 [조지원의 BOK리포트]
중앙은행 지도자 돼라 했지만 국장급 두명
2000년대 초까지 상경계열 여학생 적어
옐런도 "왜 여성은 경제학에 안 끌릴까?"
한은 입행 여성 비율은 2010년부터 늘어
2019~2021년 신입직원 과반수가 여성
“중앙은행에서 일하는 여성들로 가득 찬 방을 보니 기쁩니다. 여러분 모두가 중앙은행의 지도자가 되길 바랍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19일 한국은행 여성 직원 30여명과 ‘경제학계와 여성(Women in Economics)’을 주제로 한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옐런 장관은 바쁜 방한 일정 중에서도 중앙은행가이자 여성 경제학자로서 한은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성 직원들을 만나 격려의 메시지를 전했다. 옐런 장관은 미국에서 여성 최초 연방준비제도(Feb·연준) 의장을 지낸 데 이어 여성 최초 재무장관이라는 기록을 쓴 인물이다. 1971년 예일대에서 경제학 박사를 받을 당시에도 동기 중 여성은 옐런 장관 혼자였다. 이후 부임했던 하버드대에서도 유일한 여성 교수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옐런 장관은 1990년대 연준 이사로 재직하던 당시에도 여성 숫자가 많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그때 국제 회의에서 테이블을 둘러보면 여성이 많지 않았다“라며 ”점차 여성 숫자가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많지 않은 수준“이라고 털어놨다.
한은 역시 고위직급에서 여성 비중은 매우 적다. 총재와 금통위원·감사 등을 포함한 한은의 국장급(지역본부장 포함) 직원 60여 명 가운데 여성은 서영경 금통위원과 전태영 발권국장 등 단 두 명 뿐이다. 보직을 부여받지 않은 다른 1급 직원까지 합치면 3명이다. 이마저도 임지원 금통위원이 5월 퇴임하면서 한 명이 더 줄었다. 29일로 예정된 하반기 정기 인사에서 일부 2급 직원들이 국장급으로 승진할 가능성은 남아 있지만 2급 중 여성은 7명, 3급은 43명 등으로 여전히 많지 않다.
한은 고위직에 여성 비중이 낮은 것은 2000년대 초반까지 상경계열을 전공하는 여성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한은 부총재보 또는 국장들이 대학에 입학했던 1980년대엔 여성 숫자가 더 적었다. 최근 정보통신(IT) 등 다른 전공자 비중이 늘고 있다지만 한은에는 여전히 경제학이나 경영학 등 상경계열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다. 옐런 장관도 이번 간담회에서 “연준에서도 여성 비중이 실망스러울 정도로 적은데 그 이유는 미국에서 경제학을 전공하는 여성이 적다는 것”이라며 “여성이 경제학에 더 끌리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상경계열 여성 전공자들이 많아지기 시작한 2000년대 중반부터 한은 신입 직원의 남녀 성비도 비슷해지고 있다. 최근 6년간 신입 직원 채용 현황을 살펴보면 남성(373명)과 여성(334명) 비중에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남성 신입 직원 비중이 크게 높았던 2018년(남성 95명, 여성 34명)이나 2017년(남성 69명, 여성 60명)을 제외하면 여성 비중이 절반 이상을 넘는다. 2016년(51.9%), 2019년(57.9%), 2020년(51.8%), 2021년(51.4%) 등은 여성이 남성보다 오히려 더 많이 채용됐다. 한은은 성별이나 출신학교를 배제한 블라인드 채용을 한다.
한은은 신입 행원의 남녀 성비가 비슷해진 2000년대 중후반 행번부터 여성 고위 관리직 비중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4급 이상 관리자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4급 가운데 여성 관리자 수는 2020년까지만 해도 35명으로 3.6%에 그쳤으나 2021년엔 270명으로 20.9%로 늘었다.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다만 이들이 부총재보 또는 국장 등 고위직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시기가 되려면 최소 15년에서 20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여성 직원들이 경력을 포기하지 않도록 지원하는 제도적인 뒷받침도 필요하다. 한은은 “여성 직원들의 경력 개발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꾸준히 개발할 계획”이라고 했다.
옐런 장관은 남성의 가사 부담을 강조했다. 그는 ‘어떻게 경력을 이어갈 수 있었느냐’라는 질문에 “가사 노동의 평등한 분배를 중시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한 덕분에 일과 가정의 균형을 찾을 수 있었다”고 답했다. 이어 옐런 장관은 “아이가 초등학교 6학년일 때 연준에서 일해달라는 연락을 받았다”라며 “당시 남편은 ‘당연히 하겠다고 말해. 걱정하지마. 우리는 할 수 있어’라고 말했다”라고 이야기했다. 옐런 장관의 남편은 2001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조지 애컬로프 조지타운대 교수다.
※ ‘조지원의 BOK리포트’는 국내외 경제 흐름을 정확하게 포착할 수 있도록 한국은행을 중심으로 경제학계 전반의 소식을 전하는 연재입니다.
조지원 기자 jw@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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