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탈북 어민 북송' 쟁점 총정리

박원경 기자 2022. 7. 20.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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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어민 북송' 사안을 두고 전 정권과 현 정권이 강하게 충돌하고 있다. 국가정보원이 해당 사안과 관련해 서훈 전 국정원장을 검찰에 고발하고, 검찰이 국정원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수사를 본격화 한 게 기폭제가 됐다.

전 정부와 민주당은 북송된 어민을 '살인마'로 규정하고, '살인마'에 대한 당시의 북송 결정은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반면, 현 정부와 국민의힘은 북송된 어민도 엄연히 우리나라 국민이라며, 당사자의 인권을 강조하고 있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에서 해당 공무원이 '월북'했다고 규정한 당시 정부와 야당(현 여당)이 충돌한 것과 함께 각 당이 지금껏 강조해 왔던 가치와 과거를 염두에 두면 공수가 뒤바뀐 모양새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다. 대통령실과 각 당이 각자의 주장을 쏟아내면서 관련 기사도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는 3년 전 이슈가 됐거나 보도가 됐던 사안이다. 하지만, 마치 새로운 것처럼 많은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다. 잇따른 주장에 쉽게 휩쓸리지 않고, 우리가 알고 있는 건 무엇인지, 알아야 할 내용은 무엇인지를 정리하기 위해 3년 전의 기억을 되짚을 필요가 있다.

한국에 있어 북한의 이중적 지위, 그리고 북한 주민의 국적을 어떻게 규정해야 할 지에 대한 논쟁은 많이 소개됐다. 이번 취재파일에서는 법리 해석에 대한 논쟁은 조금 미뤄두고, 과거 정부 당국자들의 국회 발언을 중심으로 사실 관계를 정리했다. 현재 상당수가 수사 대상자가 된 과거 정부 당국자들의 발언을 촘촘히 곱씹어 볼 필요가 있는 만큼, 내용도 많이 길다.
 

①몰래 계획됐다 들통 난 북송?

2019년 11월, 당시 탈북 어민의 북송 (계획) 사실이 알려진 건 한 장의 사진 때문이다. 국회 예결특위에 출석한 당시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이 JSA 대대장에게 받은 문자가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된 것이다. 오후 3시에 2명을 북송할 것이라는 내용의 문자. 해당 문자 사진이 보도되기 전까지 당시 정부는 탈북 어민들을 나포했다는 것도, 해당 어민들을 북송할 것이라는 것도 언론은 물론 국회에 알려지지 않았다.

나중에 알려진 사실이지만, 해당 어민은 2019년 11월 2일 나포됐고, 한국 정부는 11월 5일 어민들을 북송하겠다는 의사를 북한 측에 전달했다. 그리고 이틀 만인 11월 7일 북송은 이뤄졌다. 북송 결정까지는 나포 후 길어야 3일 만에 결정됐고, 북송 이행은 나포 후 5일 만에 이뤄진 것이다.

당시 북송이 더욱 논란이 된 건 해당 어민들이 귀순 의사를 밝혔다는 점에 있었다. 귀순 의사를 밝힌 사람에 대한 (강제) 북송은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전례 없는 결정이었기에 몰래 북송하려 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정부는 북송이 완료되고 나면 브리핑 등을 통해 알리려고 했다고 밝혔다. 석연찮은 답변이지만 당시 입장을 그랬다. 그러면서 '매뉴얼'을 이유로 들었다. 3급 비밀로 지정된 것으로 보이는 매뉴얼은 아직 공식적으로 공개된 적은 없다. 해당 매뉴얼이 공개되면 '몰래 북송' 여부는 정리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당시 정부는 북송의 이유로 '귀순 진정성'을 인정할 수 없었다는 것을 들었다. 해당 어민들의 나포 과정과 진술 등을 이유로 들었다. '귀순 진정성'은 탈북 어민 북송 논란의 시작이자 끝이라고 볼 수 있는 만큼, 이어질 질문들에서 반복해 언급될 것이다. 우선 해당 사안의 처음으로 가보자.
 

②북한 어민의 NLL 월선 (가능성)을 최초로 인지한 곳은 어디인가.

탈북 어민에 대한 북송이 이뤄진 당일인 2019년 11월 7일. 국회 국방위에 출석한 정경두 당시 국방장관은 해당 사안과 관련해 "합참에서 작전 수행하면서 제가 확인한 사안은 이번에 두 명이 북한에서 10여 명 정도의 살인 사건과 연루가 돼 있고 그 이후에 하여튼 내려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합참의 작전은 2019년 10월 31일부터 시작됐는데, 작전이 시작되기 전에 군은 살인 사건과 연루된 북한 주민이 NLL을 넘어올 수 있음을 알고 있었다는 의미다. NLL를 넘어온 어선을 포착하고 작전을 시작한 것이 아니라, 어선이 넘어올 수도 있음을 미리 알고 대비한 것이다.

해당 첩보의 근거는 무엇이었을까. 일각에서는 북측이 당시 정부에 알려줬던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이에 대해 정경두 장관은 "북한에 그런 것을 타진한 것이 아니라 제가 작전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그것을 인지했다"고 답했다. 북측이 먼저 알려준 것이 아니라 한국 측이 파악한 것이라는 의미다.

어떻게 파악한 것일까. 정경두 장관은 'SI(특수 정보)'를 근거로 들었다. 정 장관의 당시 발언이다.

"처음에 저희가 이 작전과 관련되어서 인지를 한 것은 SI 정보로 확인을 했고, 그래서 북한에 어떤 상황이 있어서 그 사람들이 내려오는데 북쪽에서도 작전을 진행을 했습니다. 이런 사람이 내려오려 그러니 북쪽에서 자기네들은 내려오지 못하도록 하는 작전을 수행한다는 것을 저희가 확인을 했습니다. 그래서 '아, 이런 게 있어서 내려올 가능성이 있겠구나' 그런 상황에서 우리는 경계 강화를 유지를 했었고, 실제로 그렇게 해서 우리가 포착을 했다, 그 이후의 모든 작전 상황은 지속적으로 우리 해군이 계속해서 상황 관리를 하면서 작전을 수행했다 이렇게 말씀드리겠습니다." (2019년 11월 7일 국회 국방위)

SI 정보는 감청 등에 의해 수집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군은 감청을 통해 '살인과 연루된 북한 주민이 북측 해안을 이탈했으며, 북한군을 이들을 막기 위해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을 파악했다는 것이다. 군의 작전이 10월 31일 시작된 만큼, 첩보 입수는 늦어도 10월 31일 당일 또는 그 이전으로 추정된다.

최근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국정원보다 탈북 어민의 NLL 월선 사실을 먼저 파악한 정황이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당시 청와대가 별도의 대북 대화 채널을 갖고 있었던 게 아니라면 군이 최초 첩보를 입수했기 때문에 청와대가 국정원보다 먼저 북한 어선의 NLL 월선 가능성과 월선 사실을 입수했다고 추정할 수 있다.

 

③어선 나포 과정은 어떠했나.

2019년 10월 31일 작전을 시작한 당시 군은 11월 2일 오전 어선 나포 작전을 시행했다. 작전 시작 후 나포까지 걸린 시간은 이틀, 군은 무엇을 했던 것일까. 다시 2019년 11월 7일, 정경두 당시 국방장관의 국회 발언이다.
 
"일단 우리가 정보로 확인을 했던 사안이기 때문에 '아, 뭔가는 내려올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해상 작전 강화를 시켰고, 실제로 그렇게 내려온 겁니다. 그래서 일단 처음에 확인할 때는 귀순 의사를 밝히지를 않았기 때문에 '그러면 다시 올라가라' 그러니까 다시 스스로 올라가다가…… 다시 내려오면서도, 실제로 우리 서남쪽으로 들어오면서 그 사람들이 귀순을 하겠다고 의사를 밝히지를 않았습니다. 서남쪽으로, 우리 쪽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해당 어선은 NLL 남측으로 넘어왔다가 북측으로 넘어갔고 다시 남측으로 내려왔던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군은 귀순 의사를 묻는 방송에도 답이 없자 해당 어선을 북측으로 올라가게 했고, 해당 어선은 경고 사격에 도주하기도 했다고 정부 당국자들은 밝혔다. 다만, 해당 어선은 NLL 남측으로 다시 넘어 온 뒤 서남쪽 방향, 즉 한국 측 해안 방향으로 달아나다 해군 특수요원들에 의해 나포됐다.

당시 정부와 현재 야당은 귀순 의사를 묻는 방송에 답변이 없었던 걸 '귀순 진정성'이 없다고 판단한 이유 중 하나로 들고 있다. 반면, 당시 야당 즉 현재 여당 측은 귀순 의사가 없었다면 북한 측으로 달아나지 한국 측 해안으로 왔겠냐고 반박한다. 양 측 모두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기 좋은 정황들이다. 바꿔 말해, 이번 사안에 대한 논쟁이 쉽게 마무리 되지 않을 것임을 예고한다.

 

④북송 결정의 이유는 무엇인가?

당시 정부가 북송 결정의 이유로 내세운 건 크게 두 가지다. 그들이 NLL 월선 이전 살인을 저질렀던 것으로 판단된다는 점, 남하 과정에서 귀순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점 등을 종합할 때, '귀순 진정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됐다는 것이다.조사 과정에서는 귀순 의사를 밝히긴 했지만, 조사 이전의 정황들로 볼 때, '진정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앞서도 살펴봤지만, 도주를 막기 위해 해상 작전까지 벌였던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 측이 먼저 북송을 요구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하지만, 당시 정부 당국자들은 이를 부인했다. 북송 당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의 정진석 의원과 김연철 당시 통일부 장관 사이 문답이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
◯정진석 위원 : 북한 당국으로부터 송환해 달라는 그런 의사가 있었습니까?
◯통일부장관 김연철 : 예, 저희들이 통지문을 보냈고 북한이 '인수를 하겠다' 어제 그렇게 다시 답신이 왔고 '오늘 보내겠다' 그래서 오늘 보낸 겁니다.

송환에 대한 북한의 요청이 있었던 건 아니고, 당시 정부가 자체적으로 판단해서 북한으로 송환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표면적으로 귀순 의사를 밝힌 사람을 강제로 북한으로 보내는 전례 없는 일이 벌어진 건 흔들리지 않는 사실이다. 때문에 북한 측이 요청이라는 한국 측에 판단에 영향을 미칠 다른 일들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은 계속되고 있다. 논란 종식을 위해 수사를 통해 확인되어야 할 부분이다.

만약, 북한의 요청 없이 순수하게 한국 측 판단에 따른 것이라면, 왜 그렇게 판단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과거 언급된 것이 '국가안보실 매뉴얼'이다.

지난해 2월 5일, 정의용 외교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은 정 후보자의 서면 질의에 대한 답변을 언급했다. 탈북 어민 북송 과정과 절차에 대한 질문에 정 후보자가 '당시 국가안보실의 매뉴얼에 따라서 이것은 진행된 사항이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매뉴얼'에 대한 언급은 2019년 11월에도 있었다.

탈북 어민 북송 당일인 2019년 11월 7일, 정경두 당시 국방장관은 귀순 의사를 밝힌 사람들을 북송한 이유를 묻는 의원의 질문에 '매뉴얼'을 언급하며 답했다. "지금 현재 귀순 상황이나 이런 것들에 대해서는 매뉴얼이 있습니다. 거기에 따라서 진행이 된 것으로 그렇게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

2019년 11월 19일, 국회 국방위에 출석한 김도균 당시 국방부 대북정책관은 '매뉴얼'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북송 결정을 누가 지시했는지, 누가 결정했는지에 대한 국회의원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국방부대북정책관 김도균 : 기본적으로 NLL 월선과 관련된 대응 매뉴얼……
◯백승주 위원 : 아니, 누구의 지시를 받아서 배를 보냈느냐고요?
◯국방부대북정책관 김도균 : 그것은 아마 국방부 소관 업무가 아니고 안보실이 매뉴얼에 따라서 유관 부처 협의를 통해서 결정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백승주 위원 : 안보실이 북한에 배를 보내기로 결정했다, 그렇지요?
◯국방부대북정책관 김도균 : 유관 부처 협의를 통해서 아마 결정했을 걸로 판단됩니다.

정의용 당시 외교장관 후보자가 언급한 매뉴얼과 정경두 당시 국방장관 등 국방부 관계자가 언급한 매뉴얼이 동일하다면, 해당 매뉴얼은 'NLL 월선과 관련한 대응 매뉴얼'인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매뉴얼은 당시 공개되지는 않았다.

그런데 최근 '매뉴얼'이 또 언급됐다. '국민의힘 국가안보문란 실태조사 TF'에 의해서다. 해당 TF 위원장을 맡고 있는 한기호 의원에 따르며, 문재인 정부 청와대 안보실은 '북한 선박·인원이 관할 수역 내 발견 시 대응 매뉴얼'이란 지침을 2019년 9월 제정했다. 매뉴얼 제목으로 볼 때 과거 국방부 관계자들이 언급한 것과 유사하거나 동일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기호 의원이 파악했다는 매뉴얼의 내용 중 일부는 "상황 처리 담당기관(해군 · 해경 · 해양수산부)은 북한 선박이 단순 진입으로 확인 시 현장에서 퇴거 또는 현지 송환하라"는 내용과 "현장 정보를 바탕으로 합동조사 필요성이 인정되거나 북한인의 자행, 기상 악화 등으로 근접 검색이 곤란할 경우 주관기관(안보실)에 보고하고 국정원과 협의해 조치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2019년 국방부 관계자들이 언급한 매뉴얼과 국민의힘 TF가 밝힌 매뉴얼이 동일하다면, 왜 2019년 10월 31일 작전에 들어간 군이 11월 2일에 해당 어선을 나포했는지,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국정원보다 먼저 NLL를 월선한 북한 어선의 존재를 먼저 파악한 정황이 있는 지가 대략적으로 설명된다. 또, 북송 당시 청와대 안보실장이던 정의용 전 외교부 장관"사실은 이런 사람들은 애당초 제 판단으로는 NLL에서 나포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뻔했다"고 지난해 2월 인사청문회에서 말한 이유를 추정할 단서가 될 수도 있다.

그런데 국민의힘 TF와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해당 매뉴얼은 대통령 기록물로 지정된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용산 대통령실 안보실에서 해당 매뉴얼을 확인하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다만, 국방부 관계자 등의 2019년 11월 발언 등에 따르면 해당 매뉴얼이 관계 부처에 전파됐던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대통령실이 아닌 국방부 등 개별 부처에 '매뉴얼'이 남아 있을 가능성은 있다. 해당 매뉴얼이 공개된다면, 2019년 당시의 의사 결정 이유를 좀 더 면밀히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⑤북송 결정의 근거 법률은 무엇인가?

④번에 이어지는 질문이다. 현재 민주당에선 당시 북송 결정의 근거 법률로 북한이탈주민지원법, 국제난민법, 출입국관리법 등을 들고 있다. 북한이탈주민지원법의 비보호 대상이 살인 등 범죄를 저지를 사람을 포함할 수 있고, 북한의 이중적 지위를 감안해 북한 주민을 외국인으로 규정한다면 국제난민법와 츨입국관리법을 적용해 '추방'할 수 있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서는 북한이탈주민법은 '추방'이나 '송환'의 근거가 아닌 '보호 대상 지정 여부'를 결정하는 법률적 근거일 뿐이라는 반론이 지배적이다. 국제난민법과 출입국관리법은 북한 주민을 우리나라 국민으로 인정하는 헌법 3조 규정상 근거법이 될 수 없다는 반박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된 법률적 논쟁은 다른 기사 등에서 많이 다뤄졌다. 다만, 여기서 살펴볼 것은 2019년 11월 당시 정부는 현재 민주당이 주장하는 법률들을 근거로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북한이탈주민법 적용을 위해선 우선 귀순을 인정한 후, 보호 대상 여부 판단을 해야 하는데, '귀순 진정성'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북한이탈주민지원법까지 갈 것도 없었다는 것이다. 또, 북한 주민은 우리 국민으로 봐야하기 때문에 난민법과 출입국관리법 역시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다. 2019년 11월 15일, 김연철 당시 통일부 장관의 국회 답변이다.
 
◯이정현 위원 : 북한이탈주민을 추방을 했었던 건데 비보호대상으로 구분해서 강제 추방을 한 거지요?
◯통일부장관 김연철 : 북한이탈주민법에 적용하지 않았습니다.

◯통일부장관 김연철 : 그래서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귀순의사의 진정성을 수용하게 되면 그때부터 국내법의 난민법이라든가 출입국관리법이라든가 여러 가지 적용을 받습니다. 그렇지만 그 이전에 된 것이고, 다만 그 법을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지만 그 취지라든가……

◯이인영 위원 : 난민법이나 아까 말씀하셨던 출입국관리법 이런 것들을 검토하고 그 사례를 준용하거나 이랬던 겁니까?
◯통일부장관 김연철 : 북한 주민이기 때문에 그런 법들을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법의 취지라는 것이 있습니다.

당시 북송 결정을 위한 국내법 상 명확한 근거는 없었다는 의미다. 표면적으로는 귀순 의사를 밝혔음에도 송환을 한 것에 전례가 없었던 것도 명확한 법 규정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김연철 당시 통일부 장관은 법의 취지를 원용했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강조하는 것이 앞서 살펴본 '귀순 진정성'이다.
 

⑥'귀순 진정성' 판단의 결정적 근거인 '살인'은 살인은 신뢰할 만한가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북송된 어민 2명의 '귀순 진정성'을 인정하지 않은 결정적 이유로 드는 것은 이들이 16명을 살인하고 남측으로 도주했다는 것이다. 그들이 살인을 저질렀다고 하더라도 국내 법정에 세워 처벌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는, 자백 뿐이라 국내 법정에 세우지도 못 할 것으로 생각됐다고 말한다.

자백 뿐인데 어떻게 그들의 범죄 혐의를 사실로 전제하고 '살인마'라고 규정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정의용 전 외교부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이렇게 밝혔다. 국회의원과의 문답이다.

정의용 외교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외교부장관후보자 정의용 : 범죄행위에 대해서 우리 정부가 그런 사실을 정확하게 규명할 수도 없는 건데 범죄행위를 한 것은 확실한 거였습니다.
◯지성호 위원 : 규명이 안 됐는데 왜 보냈습니까?
◯외교부장관후보자 정의용 : 그것은 북한에서 규명을 해야지 우리가 규명할 문제는 아니었으니까요.

◯지성호 위원 : 도대체 무엇이 그렇게 급했고 그 과정에서 뭐 이런 노력을 하지 않았습니까?
◯외교부장관후보자 정의용 : 이것은 북측 지역에서 발생한 범죄의 실체적 진실 규명은 사실상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이 사람들이 북한을 탈출해서 공해상에서 저지른 범죄가 너무나 끔찍했습니다. 이렇게……

설마 정부가 자백 만으로 북송된 어민 2명을 범죄자로 규정했을까. 물론 그러지는 않았다. 2019년 11월 15일, 통일부는 국회 보고 자료에서 북송된 어민을 범죄자로 판단한 근거로 3가지를 들었다. 첩보, 나포 선원 2명의 분리 신문 진술 결과, 북한 반응 등이다.

그런데 문제는 판단의 근거를 3가지로 설명했지만, 결국에는 '선원들의 자백' 한 가지로 귀결된다는 것이다. 감청 등으로 파악한 SI 정보는 김책항에서 붙잡힌 공범 1명의 진술 기반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송환 제안 당시 북 측이 16명이 살인 혐의를 알고 있었던 것 역시 북한에서 붙잡힌 사람의 진술일 가능성이 다분하다.

이런 상황에서 탈북 어민 2명을 북한으로 보내면 실체적 진실 규명이 가능할까. 통일부는 범인들(북송 어민 2명 포함)이 범행 후 선박을 내부 청소하고 사체와 범행 도구를 유기했다고 밝혔다. 증거를 인멸했다는 의미다. 덧붙여 당시 정부는 아프리카 돼지 열병 우려 때문에 해당 목선을 방역해서 북한으로 돌려보냈다. 범죄 행위 실체 규명을 위해 북한으로 돌려 보냈다지만, 북한도 증거는 없고 결국 선원들의 자백만 있는 상황. 당시 한국 정부 상황과 다르지 않다. 북송된 어민을 살인범으로 규정하고, 실체 규명을 위해 북한으로 보냈다는 당시 정부의 설명이 궁색해지는 부분이다. (실체적 진실 규명이 어렵다면서 '살인범'으로 규정한 것 자체도 어폐가 있다.)

이와 관련해 파생되는 의문은 SI 정보의 취득 경위다. 10월 31일 작전에 들어가기 전 군이 획득했다는 정보는 피살됐다는 선원들의 숫자나 살해 과정까지 포함하고 있다. 놀라울 정도로 구체적이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남측에 일부러 들으라고 이야기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구체적인 내용을 감청 등으로 파악할 수 있었겠느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SI 정보의 취득 경위와 내용이 수사 등을 통해 공개된다면 이와 관련한 의혹을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⑦'귀순 결정'의 주체와 논의한 사람은 누구인가?

정의용 전 외교부 장관은 지난해 관훈토론회에서 탈북 어민의 북송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이하 질의응답 내용이다.
 
Q. 그럼 최종 결정은 국가안보실장이 책임지고 하신 것인가요?
A. 글쎄요. 안보실장이 최종결정을 했다고…
Q. 아니면 대통령께서 재가하신 것인가요?
A. 대통령께 까지 보고된 것은 아니고요 그렇습니다, 안보실장 책임 하에 결정됐다고 볼 수도 있는데요. 그러나 그 결정 과정에 NSC 상임위 차원에서 상임위원 간의 비공식 협의는 충분히 있었습니다.

다소 모호한 답변인데, 안보실장 책임 하에 결정됐다는 취지로 볼 수 있다. 정 전 외교부 장관은 NSC 상임위원들과 비공식 협의는 충분히 했다고 덧붙였는데, 당시 규정상 NSC 상임위는 위원장인 국가안보실장을 제외하고 7명이다. 외교부장관, 통일부장관, 국방부장관, 국가정보원장, 대통령비서실장, 사무처장(국가안보실 제1차장) 및 국가안보실의 제2차장이다.

그런데 국방부 장관은 '북송 결정' 논의에 참여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정경두 당시 국방장관은 2019년 11월 7일, 국회 국방위에서 북송 사실을 언론 보도를 보고 알았다고 답했다. 이후 국방부 관계자들은 북송 당일 오전, 북송이 예정된 사실을 정경두 당시 장관에게 보고했다고 정정하기는 했지만, 역시 결정된 사안을 전달 받았다는 의미다. 논의 과정에 참여하지는 않은 것이다.

김연철 당시 통일부 장관은 북한에 탈북 어민 2명을 인수해 가라는 통지문을 보낸 11월 5일 즈음 북송과 관련한 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북송에 대한 결정은 당연히 통지문 작성 이전에 되었을 것이기 때문에 김연철 당시 장관은 결정 막바지에 논의에 참여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강경화 당시 외교부 장관이 논의 과정에 참여했는지는 속기록 등으로 통해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NSC 상임위의 인적 구성과 안보실 매뉴얼의 존재 전제, 국방장관의 논의 미참여와 통일부 장관의 막바지 참여를 사실로 전제하면 국정원장과 대통령비서실장 및 안보실이 북송 결정의 주된 논의 주체라고 볼 수 있다. 검찰 수사가 당시 국정원과 청와대를 겨냥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⑧문재인 전 대통령은 보고 받지 않았나?

⑦번에서 파생되는 질문이다. 정의용 전 외교부 장관은 2019년 11월 7일 당시의 탈북 어민 북송을 문재인 당시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문 전 대통령이 송환을 결정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해당 사안 자체를 몰랐다는 의미다.

이른바 '국가안보실 매뉴얼'은 2019년 6월 삼척항을 통한 목선 귀순 등에 대한 비판 이후 수정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표면적이나마 귀순 의사를 밝힌 북한 주민을 의사에 반해 북으로 송환한 것은 당시가 첫 사례였다. 여론과 정치권 등의 비판으로 수정한 매뉴얼의 사실상 첫 적용사례, 그리고 전례 없는 결정이 이뤄졌는데 대통령에게 보고되지 않았다는 건 상식적이지는 않다. 정 전 장관은 지난해 관훈토론에서 문 대통령의 재가 여부를 묻는 질문에 다소 곤혹스러워 하는 듯 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사실 유무는 검찰 수사로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⑨며칠 만에 이뤄진 북송 결정과 '귀순 진정성'

북송된 북한 주민 2명에 대한 나포 작전은 2019년 11월 2일 오전 이뤄졌다. 그리고 통지문을 통해 북한 측에 그들을 송환하겠다는 의사 전달은 같은 해 11월 5일 이뤄졌다. 탈북 어민들에 대한 북송 결정은 아무리 늦어도 통지문 작성 직전에는 이뤄졌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해상에서 나포한 탈북 어민을 육지로 이송해 합동조사 공간으로 이동시키는데 필요한 시간,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그들에 대한 북송 결정을 내리는데 필요한 시간 등을 감안하면 실제 조사 시간은 길어야 이틀 정도로 추정된다. 이틀 정도면 탈북 어민들의 '귀순 진정성'을 파악하기에 충분한 시간일까.

일각에서는 과거 우리나라로 들어와 북한으로 송환된 전례에 비춰보면 결정까지 걸린 시간, 그리고 송환까지 걸린 시간이 이례적이지는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런데 과거 전례는 귀순 의사가 없다고 밝혔던 사람들을 송환하는 데까지 걸린 시간이다. 표면적 의사에 반해 강제로 북한으로 보낸 이번 사안과 비교 대상이 될 순 없다.

현 정부 국정원은 당시 조사에 걸렸던 기간에 주목하는 것으로 보인다.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국정원은 서훈 당시 국정원장이 조사를 강제 종료시켰다는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한 것으로 전해진다. 전례 없는 사안에 대한 조사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의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강제 조사 종료는 문재인 정부와 현재 야당이 주장하고 있는 '귀순 진정성 여부' 판단에 대한 의심으로도 이어진다. 조사를 강제로 종료시켰다면, 조사 결과는 제대로 나왔을까. 이어질 수밖에 없는 의문이다.

더욱이 당시 정부는 합동 조사에서의 탈북 어민들의 진술을 북송 결정의 주요 이유로 들었다. 2019년 11월 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한 박재민 당시 국방부 차관은 북송 결정의 주체를 합동조사팀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통일부와 국정원 등 합동조사팀이 있습니다. 거기서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로 말한 것이다. 여러모로 당시 합동 조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에 관심이 더욱 모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결국, 현재 진행 중인 검찰 수사의 핵심은 당시 합동 조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누군가 개입에 의해 강제로 종료되지는 않았는지, 합동 조사의 결과는 누군가의 개입 없이 자체적으로 내려졌는지, 북송의 최종 결정이 합동조사팀이 아닌 당시 국가안보실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 맞는다면 판단의 근거가 됐을 조사 결과 보고서가 특정한 의도를 가지고 편집되지는 않았는지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2019년 11월, 김연철 당시 통일부 장관을 합동 조사 결과를 일부만 공유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새로운 논란을 낳지 않고 논란을 종식시켜야 할 검찰 수사

2019년 탈북 어민 북송 당시의 속기록 등에 의할 때, 당시 정부는 전례 없는 결정을 하기는 했지만 명확한 법적 근거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다만, 16명을 살인한 의혹이 있는 사람이 남측으로 넘어야 귀순 의사를 밝히는 경우 등을 예정하지 못한 입법의 미비로 볼 측면도 있다. 때문에 당시의 결정을 넓은 의미의 통치 행위, 고도의 정책적 판단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통치 행위와 고도의 정책적 판단 과정에서 불법은 없어야 하고, 정당한 절차에 따라 결정이 내려졌어야 한다는 건 당연하다. 2019년 11월 당시 정부의 결정은 통치 행위의 일환인지, 불법 행위가 포함된 의도된 결정인지는 검찰 수사를 통해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검찰 수사는 불법 행위 확인과 사실 관계 확인을 위한 건조한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검찰 수사 과정과 결과가 또 다른 논란을 낳는다면, 검찰은 정치에 동원됐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박원경 기자seagull@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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