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신 부모 욕해서.." 前 여친 모친 앞서 살해한 조현진 반성문엔 '피해자 탓'

항소심 재판부에 총 21차례 반성문 제출

지난 2월21일 오전 충남 천안 동남경찰서에서 전 여자 친구를 살해한 조현진(27)이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천안=뉴스1

 
이별을 통보한 전 여자친구를 살해해 1심에서 징역 23년형을 선고받은 조현진(27)이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한 반성문에서 피해자가 자신과 자신의 부모를 욕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19일 대전고등법원 제3형사부(정재오 재판장)는 살인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3년을 선고받은 조씨의 항소심 2차 공판을 진행했다. 항소 이후 조씨는 재판부에 총 21차례 반성문을 제출했다.

이날 재판부는 조씨의 반성문에 대해 “깊이 반성한다는 내용의 반성문도 있으나, 피해자 A씨를 비난하는 내용도 들어가 있었다”며 “이것이 진실인지 여부는 당장 결론 내릴 수 없으나 중요한 것은 조씨에 의해 피해자가 살해당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씨는 반성문에서 A씨가 자신과 돌아가신 자신의 부모를 욕하고 비난한 것이 누적돼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돌아가신 조씨의 부모를 욕되게 한 것이 범행 동기라고 주장하지만,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해 진실 여부를 가릴 수 없다”면서 “입증 자료가 있으면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조씨는 지난 1월12일 충남 천안시 서북구의 한 빌라에서 동거해온 A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조씨는 A씨로부터 이별을 통보받자 인근 상점에서 흉기를 구입해 빌라를 찾아갔고, A씨를 화장실로 불러 문을 잠근 뒤 흉기를 휘둘러 범행했다. 미리 구입한 흉기는 옷 속에 숨겨간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현장에는 A씨의 모친도 함께 있었지만, 조씨는 “화장실에서 마지막으로 이야기를 나누겠다”며 들어가 범행을 저질렀다. 당시 문밖에 있던 모친이 A씨를 살리기 위해 발버둥 쳤지만, A씨는 갈비뼈가 부러지고 장기가 끊어졌고 끝내 사망에 이르렀다.

1심 재판에서 검찰은 “조씨가 사이코패스 성향이 강하다”며 무기징역을 구형하고, A씨 모친도 “어떤 이유로든 감형은 안 된다”며 사형 선고를 내려달라며 눈물로 호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신상 공개된 조현진(27). 충남경찰청 제공

1심 재판부는 “살해당하는 과정에서 피해자가 느꼈을 충격과 공포, 고통은 감히 가늠하기 어렵다”면서도 “(조씨가) 초범인 점과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생활을 해온 점, 피고인의 나이도 (형량에) 고려됐다”며 징역 23년과 보호관찰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8월16일 공판을 속행한다. 다음 공판에서는 살해방식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위해 부검을 맡았던 법의관과 A씨 모친에 대한 증인 신문이 진행된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