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자전거 천국' 베이징, 비결은 '값싼 공유자전거' 뿐일까?
값싼 공유자전거 95만대..22명당 1대꼴
2017년 5천만→2021년 9억5천만회 이용
코로나19로 대중교통 이용 기피도 한몫
1970~80년대 중국 수도 베이징의 주요 교통수단은 자전거였다. 톈안먼(천안문) 광장 앞 신호등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자전거 부대’의 모습은 중국의 낙후된 경제를 상징하는 장면으로 널리 쓰였다. 1990년대 들어 자가용과 대중교통이 늘고 공기 질이 나빠지며 급격히 줄었던 베이징의 자전거 부대가 최근 다시 돌아왔다. 저렴한 비용의 공유자전거, 잘 닦인 자전거 도로,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대중교통 기피 현상 등이 두루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8일 오후 6시, 알리바바·포스코 등 대기업들이 몰려있는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의 왕징동 지하철역 시(C) 출입구 앞. 노란색·파란색·민트색 공유 자전거가 끊임없이 밀려들었다. 한 시간 전께 수십 여대였던 공유자전거가 300여 대까지 불어났다. 곧 공유자전거 회사 ‘분산원’들이 출동해 자전거를 작은 트럭에 가득 싣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시켰다. 출퇴근 시간 베이징의 지하철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메이투완·하뤄·칭쥐 95만대 운영…한달 3천원, 자유주차 장점
베이징이 다시 자전거 도시가 된 데는 공유자전거의 역할이 컸다. 여러 사람이 함께 쓰는 공유자전거는 초기 구입 부담과 주차·보관 걱정이 없고,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자전거를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베이징상보>의 보도를 보면, 베이징에서는 2015년부터 공유자전거가 도입됐고, 한때 10여개 회사가 235만대를 운영할 정도로 난립했다. 베이징 인구가 2100만명임을 고려하면, 주민 9명 당 공유자전거 1대 꼴로, 과도한 투자가 이뤄졌다. 현재는 음식배달 플랫폼인 ‘메이투완’과 전자 상거래 플랫폼인 알리바바 계열의 ‘하뤄’, 차량 호출 플랫폼인 디디 계열의 ‘칭쥐’ 등 세 회사가 95만대를 운영하고 있다. 주민 22명 당 1대꼴이다. 자전거는 줄었지만 이용량은 급증했다. 베이징교통발전연구원 자료를 보면, 2017년 베이징의 공유자전거 운영 횟수는 총 5천만 회였는데, 2021년 9억5천만 회로 늘었다. 베이징 주민 1인당 2017년 연간 2.4회에서 2021년 45.2회로 증가한 것이다.
세 회사의 공유자전거는 저렴한 이용료와 어디든 주차할 수 있는 서비스, 자전거의 강한 내구성 등이 특징이다. 우선 알리바바 계열의 하뤄를 한달 동안 이용하는 비용은 15 위안 정도로, 한국돈 3000원이 채 안된다. 메이투완 자전거의 경우 1회 이용료는 1.5 위안(290원)이고 한달 이용료는 하뤄와 비슷한 3000원이다.
이들 공유자전거는 어디든 주차가 가능하다. 서울시 공유자전거 ‘따릉이’의 경우 적절한 관리를 위해 전용 주차 공간이 있지만, 세 회사의 자전거는 주차가 자유롭다. 공유자전거가 특정 시간과 장소에 집중되는 현상은 기사를 투입해 직접 자전거를 분산시키는 방식으로 해결한다. 자전거를 개인이 독점하거나 주차해서는 안 되는 숲 속이나 외딴곳에 주차한 경우 사용자의 신원을 파악해 향후 이용을 제한한다. 이들 회사의 자전거에는 공기를 넣지 않아도 되는 타이어가 장착돼 관리 수요도 확 줄었다.
안전한 자전거 도로, 코로나19도 한몫
베이징이 공유자전거만 있어 자전거 도시가 된 것은 아니다. 서울과 달리 평지에 위치한 베이징은 왕복 8~10차선의 폭넓은 도로가 많고 도시 외곽은 물론 중심부에도 자전거용 도로가 많이 마련돼 있다. 또 자전거 도로의 상당 부분이 화단 등으로 차량용 도로와 분리돼 있어 안전성이 높다. 주차나 우회전을 하는 자동차가 자전거용 도로에 진입할 수 있지만, 자전거나 오토바이 등 이륜차가 우선하여 운행한다.
베이징시는 자전거 도로 확보에 계속해서 힘을 쏟고 있다. 베이징시가 발표한 ‘2021년 베이징시 만행(느린 운행) 체계 품질 재고 방안’을 보면, 폭 12m 이상 도로의 경우 2.5m 이상의 자전거 도로를 확보하도록 했고, 실제 2021년 약 32㎞, 97개 도로를 정비했다.
코로나19 사태도 베이징의 자전거 부흥에 한몫했다. 코로나19로 시민들이 대중교통을 꺼리게 되면서 나 홀로 이동수단인 자전거 운행이 주목받은 것이다. 아침·저녁 출퇴근을 자전거로 하는 이들이 늘었고, 장을 보거나 약속 장소에 갈 때, 운동을 할 때도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증가했다.
코로나 사태 이후 급격히 좋아진 베이징의 대기 질도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 과거 베이징은 봄·여름에 황사와 미세먼지가 매우 심해 사람들이 자전거 운행을 꺼렸는데, 대기 질이 나아지면서 자전거 타는 것을 즐기게 된 것이다. 중국 생태환경부가 올해 발표한 중국 337개 도시의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는 2021년 30㎍/㎥로, 2015년 46㎍/㎥보다 크게 개선됐다. 2020년은 33㎍/㎥였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만 5살에 40분 수업 강요, 폭력적”…내일 대통령실 앞 반대집회
- 하퀴벌레, 하퀴벌레…바퀴벌레만도 못한 혐오를 곱씹으며
- ‘대구 더위’ 넘어선 광주…거대한 습식사우나 그 자체였다
- ‘검사 대통령’과 실종된 정치…5년을 이렇게 살아야 한다
- 열대 수증기 한반도 쪽으로…태풍 ‘송다’ 습기와 만난다
- 국힘 휘젓는 윤 대통령 ‘보이는 손’…“누가 와도 하수인”
- 월드클래스 ‘우영우’ 17개국서 1위…세계인도 사로잡았다
- ‘소주잔 투척’ 김용진 경기부지사 사임…취임 사흘 만에
- ‘양두구육’ 윤석열 정권: 도이치 주가조작과 취임식 VIP
- 백년대계 ‘취학연령 하향’도 집무실 옮기듯 졸속인가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