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공급 협의한 한미..새로운 장치는 무엇

류난영 2022. 7. 20.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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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통화스와프 재개 방안 유력 거론
기재부 "그동안 없던 새로운 장치 마련 가능"
외화 유동성 등 모두 고려해 내놓을 것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외환보유액이 4382억8000만 달러로 전월 대비 94억 3000만 달러 감소해 13년 6개월 만에 최대 감소폭을 나타냈다. 5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를 정리하고 있다. 2022.07.05. scchoo@newsis.com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한국과 미국의 경제수장이 필요시 유동성 공급장치를 실행하기로 합의하면서 양국 재무장관이 언급한 '유동성 공급장치'가 무엇을 의미하는 지에 대한 관심이 높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은 19일 열린 '한미 재무장관 회의'에서 외환시장에 관한 긴밀한 협의를 지속하고, 관련 이슈에 적절히 협력하기로 했다. 또 필요시 유동성 공급 장치 등 다양한 협력 방안을 실행할 여력이 있다는 데 인식을 공유했다.

앞서 지난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 공동선언문을 통해 "질서있고 잘 작동하는 외환시장을 포함해 지속 가능한 성장과 금융 안정성을 증진하기 위해 양 정상은 외환시장 동향에 관해 긴밀히 협의해 나갈 필요성을 인식했다"고 합의한 데 대한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시행된 '달러 유동성 공급장치'는 한·미 통화스와프, 상설 임시 레포기구(FIMA Repo Facility)가 유일하다. 레포제도는 달러 유동성이 부족할 때 한은이 외환보유액으로 보유하고 있는 미 국채를 담보로 제공해 이를 팔지 않고 달러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현재 600억 달러 한도의 계약을 체결하고 있는데 거래한도를 늘리는 방안이 거론된다. 하지만 미국과 통화스와프 체결을 하지 못한 신흥국들이 주로 활용하는 방식이라 '주홍글씨'가 씌어질 수 있다. 우리도 아직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는데다, 오히려 금융시장을 더 불안하게 만들 수 있어 역효과가 날 수 있어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지난해 말 종료된 한미 통화스와프 재개 가능성에 대해 더 무게를 두는 시각이 많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언급은 안 해 '유동성 공급장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레포기구 거래한도 확대 방안보다는 지난해 종료된 통화스와프 재개를 의미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달러 유동성 공급장치에 한·미 통화스와프도 포함돼 있지만 그것 하나만 있는 게 아니다"며 "향후 어떤 부분에서 어떻게 달러 유동성이 부족한지 등 시장 상황에 맞게, 그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새로운 장치를 고안해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새로운 장치가 무엇 인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이 관계자는 "최근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커지긴 했지만 전반적인 외화유동성 상황은 과거 위기와 달리 양호하고 안정적인 상황이기 때문에 지금 당장은 통화스와프 같은 유동성 공급 장치가 필요 없다는 게 기본적인 생각"이라며 "전반적인 외화 유동성과, 은행의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여력이 충분한지, 금융기관의 달러 조달 시장인 외화스왑시장에 달러 조달에 어려움이 있는지 등을 모두 감안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화스와프는 협상을 맺은 국가간 비상시 각자의 통화를 빌려주는 계약으로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는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 개념으로 외화 유동성 위기를 막는 안전판 역할을 한다. 유사시 자국 화폐를 맡기고 미리 정해진 환율로 상대국 통화를 빌려올 수 있다.

최근 들어서는 미국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물가를 잡기 위해 고강도 긴축에 나서면서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을 하는 등 통화스와프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 15일 전 거래일(1312.10원) 보다 14.0원 오른 1326.1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종가 기준 2009년 4월 29일(1340.7원) 이후 13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환율은 유로화 강세에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기대감까지 겹치면서 19일 다시 1300원대 초반에서 등락중이다.

통화스와프가 재개되면 원·달러 환율 안정에는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미국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하게 되면 실제 사용을 안 한다고 해도 그 자체만으로도 외환 안전망을 확충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인만큼 원화 약세를 완화하는 데는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최근 원화 약세는 미국 금리인상 등 대외 요인에 주도 돼 나타난 현상이고 달러인덱스와 비슷한 수준"이라며 "유로화 등 기타 통화에 비해 원화가 유독 약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상설 통화스와프는 가능성은 희박하다. 미국은 영국과 일본, 유럽연합(EU), 스위스, 캐나다 등 전세계 주요 5곳과 상시적으로 통화스와프를 체결하고 있는데, 아직 원화가 이들 국가들과 같은 수준으로 취급받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수출 대금 결제에서 원화가 활용되는 비중은 2.4%에 불과한 등 전세계 20위 권에도 들지 못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미국과 상설 통화스와프를 체결하고 있는 국가들은 미국 입장에서 볼 때 자국 내 은행들이 상대 국가의 통화인 유로화나 엔화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체결하는 것"이라며 "원화는 해외 금융기관들이 원화 역외 거래가 안 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필요할 일이 없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o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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