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 안 돼도 파업노동자 응원할래요" 조용히 지지하는 거제시민
“장사? 안 되죠. 그래도 응원해요. 하청업체 노동자들 돈 못 받는 거 거제사람 다 아는데 뭘.”
지난 19일 오후 8시쯤 경남 거제시 아주동 식당골목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A씨는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의 파업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조선소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열악한 임금 수준을 거제도 사람 중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 거라고 했다.
그는 올케인 B씨와 이곳에서 지난해 장사를 시작했다. 거제도에 자리를 잡은 지는 10년이 넘었다. 하지만 지금은 남편도 동생도 타지에 있다. 일자리를 찾아 거제도에 자리 잡았지만, 다시 일자리를 찾아 거제도를 떠났다. 그는 “조선소 시급이 최저임금과 비슷한 9200원이라고 들었다. 식당 아르바이트도 시급이 1만2000원인데 파업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니냐”고 되물었다.
아주동의 한 중국집에서는 임씨의 말처럼 첫 직장이었던 조선소를 그만두고 식당에서 일하고 있는 청년을 만날 수 있었다. C씨는 조선업을 ‘개고생하고 푼 돈 받는 직업’이라고 평가하면서 첫 직장을 그만둔 사연을 털어놨다. 그는 “더울 땐 더 더운 곳에서, 추울 땐 더 추운 곳에서 일하는 게 조선업”이라며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한 식당에서 일해도 받는 임금이 비슷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조선업은 지난해 대규모 수주로 호황을 맞았지만, 인력난을 겪고 있다. 6~7년 전 대규모 구조조정 당시 조선업을 떠난 숙련공들이 돌아오지 않아서다. 정확히는 조선업 하청업체 숙련공들이다. 2015년 말 13만3346명에 달했던 조선업 하청 인력은 2022년 2월 기준 5만1854명으로 절반 이하로 줄었다.
파업 노동자들은 정부가 공권력 투입의 명분으로 내세우는 불법파업 주장에 대해 “이번 투쟁의 핵심은 불법 파업이 아니라 하청노동자의 저임금”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원청의 하도급 대금 후려치기가 파업과 고용난의 근본적 원인”이라고 말한다.
식당 주인 D씨도 원청 직원과 하청 직원의 임금 격차가 너무 크다고 했다. 똑같은 일을 해도 하청노동자들에게 떡은커녕 ‘콩고물’도 안 떨어지니 일할 이유가 없다고 성토했다. 10년 전까지 그도 조선소 하청업체 직원으로 오랫동안 근무했다고 했다. D씨는 “파업을 하는 분들의 심정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코로나19 사태에 파업까지 이어지면서 매출이 급감했다. 노조도 과격한 행동을 자제하고 대화를 통해 문제가 빨리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식당 주인 E씨는 단골손님이 사라져 장사가 안된다고 했다. 조선업의 열악한 처우 탓에 모두 경기 평택시의 육상플랜트 건설 현장으로 떠나버렸다고 말했다. E씨는 “같은 기술을 가지고 있어도 평택에서는 월 700만원은 번다고 하더라”며 “여기선 300만원도 못 번다”고 혀를 내둘렀다.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인근에서 음식점을 운영 중인 F씨는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의 파업을 두고 멀리서나마 응원하겠다고 했다. 그는 “원청이든 하청이든 우리 손님은 노동자가 대부분”이라며 “노동자가 돈을 많이 벌어야 장사도 잘되는 것 아니냐”고 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김형수 지회장은 “한 번씩 식사할 때마다 식당 주인께서 여기서 절대 멈추면 안 된다고들 한다. 열악한 처우에 하청노동자들이 거제도를 떠나고 있는걸 알기 때문”이라며 “같이 살고 싶어서 7년 전에 빼앗긴 임금의 원상 복귀를 요구하고 있을 뿐인데도 어느새인가 누군가에 의해 우린 ‘귀족노조’로 둔갑해 있는 현실이 답답하다”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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