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서 저류조 청소 작업 중 1명 사망·2명 중태.."시안화수소 검출"

백경열 기자 2022. 7. 20.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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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류조 청소 노동자 1명 치료 중 사망
구조 나섰던 공무원 2명도 의식불명
노동당국,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 조사
소방대원이 20일 대구 죽곡정수사업소 저류조 사고 현장에서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대구소방본부 제공

대구 죽곡정수사업소에서 저류조 청소 작업을 하던 노동자와 공무원 등 3명이 유독가스를 마셔 노동자 1명이 치료 도중 숨졌다. 노동당국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기로 했다.

20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오전 9시45분쯤 달성군 다사읍 죽곡리 죽곡정수사업소 저류조 지하 2층에서 노동자 2명과 사업소 소속 공무원 2명(30대·50대) 등 4명이 청소 작업을 벌이다 3명이 유독가스를 마시고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급히 옮겨졌다.

구조 당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노동자 A씨(60대)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이날 오전 11시쯤 숨졌다. 부상자들은 모두 약 2.5~3m 깊이의 저류조 바닥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 상태였다.

용역업체 노동자 2명은 이날 오전 9시30분쯤 저류조 청소를 위해 맨홀 안으로 들어갔다. 이들은 작업에 앞서 이날 오전 7시쯤부터 2시간 30분 동안 맨홀 뚜껑을 열어두는 방식으로 자연 환기가 이뤄진 것으로 판단했다. 저류조는 정수과정에서 걸러진 이물질이 밀폐 상태로 보관되는 일종의 창고다. 일반 가정의 정화조에 해당되는 곳이다.

이날 노동자들은 작업을 위해 사다리를 타고 저류조 안으로 들어갔지만, 이상 징후를 느껴서 탈출을 시도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노동자 1명은 무사히 저류조 밖으로 빠져나왔지만 나머지 1명은 다리가 미끄러지면서 저류조 안에 떨어졌다는 게 현장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에 노동자 1명이 정수사업소 공무원 2명에게 구조를 요청했고, 공무원들이 저류조 안으로 들어갔다가 함께 의식을 잃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남은 노동자 1명이 119에 신고하면서 구조대원들이 현장에 출동했다.

사고는 작업자들이 유독가스인 ‘시안화수소’를 마시면서 발생했다. 하지만 작업 전 가스 측정 등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노동자들이 측정장비를 현장에 갖고 오지 않았다고 전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다만 노동자들은 마스크와 안전모, 안전화 등은 착용한 상태였다.

소방당국은 사고 이후 정화조 내부에서 유독가스인 시안화수소가 47ppm 검출됐다고 밝혔다. 무색 물질로 맹독성인 시안화수소의 치사량은 50ppm이다. 특유의 냄새가 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시안화수소가 공기 중에 100ppm이 있는 상태에서 사람이 노출될 경우 30분~1시간 정도면 숨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일본 등에서는 공기 중 농도를 10ppm으로 규제하고 있다.

사고 당시 저류조 내부에는 성인 남성의 무릎 높이 정도로 슬러지가 차 있었다.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연 1회 저류조를 청소하고 있으며, 이날 작업은 올 들어 처음으로 이뤄진 것이다. 사업소 단위에서 연례적으로 이뤄지던 작업이라는 게 상수도사업본부의 설명이다.

고용노동부 대구지방고용노동청은 사고 발생 후 조사관들을 현장에 보내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 등을 살펴보고 있다. 대구고용노동청 관계자는 “사고 경위를 자세히 파악한 후 관리 책임자에 대해서도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관할인 대구 달성경찰서에서 대구경찰청 광역수사대로 사건을 넘겨 사고 경위를 자세히 파악하기로 했다. 김정섭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장은 “불의의 사고가 발생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사고와 관련한 후속조치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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