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증설 미루고 배당도 취소.. 잔뜩 웅크린 기업들
SK하이닉스·LG엔솔 조단위 투자 재검토
해외에선 고용 축소.. 국내도 배제 못해
기업들이 속속 긴축경영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국내외 투자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는 사례가 잇따르는 가운데 이전에 주주들과 약속했던 배당 계획까지 변경하는 기업도 나왔다. 고환율, 고물가 등으로 비용 압박이 커진 데다 금리 인상에 따른 금융부담까지 겹치자 일단 숨고르기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기업들의 비상경영체제는 전방위로 확산할 가능성이 높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케미칼(011170)은 “당초 2022년 반기배당을 실시할 예정이었으나 상반기 시황 악화 및 대외 경제 불확실성 증가 등 회사 내부 경영상의 판단에 따라 기말배당으로 전환해 실시할 예정”이라고 전날 공시했다. 앞서 롯데케미칼은 지난 3월 주주환원정책을 발표하며 올해부터 반기배당을 도입해 배당현금흐름의 안정성을 높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롯데케미칼은 반기배당을 철회해도 연간 배당성향 30%는 그대로 지향하겠다고 했다.
롯데케미칼이 불과 4개월 만에 배당 정책을 변경하자 석유화학 업황의 불확실성이 극으로 치달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고유가로 인해 비용 부담이 크게 늘었는데, 중국 코로나19 봉쇄와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수요까지 약세를 보이면서 석유화학업체들의 수익성이 크게 떨어진 상황”이라며 “특히 롯데케미칼 등은 시황과 연동되는 석유화학사업의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비(非)석유화학사업을 늘리고 있지만, 아직 수익이 나는 단계가 아니라서 더욱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롯데케미칼의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가 전망 평균치)는 전년 동기 대비 95% 급감한 311억원이다.
다른 기업들도 잔뜩 위축된 모습이다. SK하이닉스(000660)는 지난달 이사회를 열어 청주공장 증설 안건을 의결하려고 했으나 논의 끝에 최종 결정을 보류했다. SK하이닉스는 당초 청주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 내 43만3000여㎡ 용지에 약 4조3000억원을 투자해 신규 반도체 공장인 M17을 증설할 계획이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14일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기자들과 만나 “작년에 세웠던 투자계획은 당연히 바뀔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원자재 가격이 너무 많이 올랐기 때문에 원래 투자 계획대로 하기에는 잘 맞지 않는 부분들이 있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373220) 역시 미국에 1조7000억원을 들여 짓기로 한 배터리 단독공장 계획을 재검토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긴축 경영의 한 형태로 고용 규모를 줄이는 분위기다. 지난 18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애플이 일부 사업 부문의 고용과 지출 증가 속도를 늦추기로 했다고 전했다. 전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애플마저도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점에서 경기 침체 우려가 한층 더 짙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과 마이크로소프트(MS), 테슬라, 넷플릭스, 골드만삭스 등도 채용 축소에 나섰다. 국내 5대 기업 관계자는 “주요 기업들이 대부분 수시 공채를 진행하면서 채용 인원을 밝히지 않아 고용 축소 흐름이 표면적으로 나타나긴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개발직 등 특정 분야 인력은 수요가 지속되겠지만, 일반 관리직의 경우 상황에 따라 채용이 지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긴축 경영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액 500대 기업 10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하반기 국내 투자계획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28%는 올해 상반기 대비 하반기 투자 규모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투자 규모를 확대하겠다는 응답은 16%에 불과했다. 하반기 투자 규모를 축소하겠다고 답한 기업들은 그 이유로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 등 국내외 경제 불안정(43.3%) ▲금융권 자금조달 환경 악화(19%) ▲글로벌 경기침체(9%) 등을 꼽았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현대차가 공들이는 인도… 벤츠·BMW도 적극 공략
- [체험기] 애플 인텔리전스, AI가 영문 기사 요약·사진 편집… “늦게 나왔는데 특별한 건 없네”
- [인터뷰] AI로 심혈관 치료하는 의사 “환자 비용과 의료진 부담 동시 줄인다”
- 올해 개미 평균 31% 손실 … 남은 두 달, 반전 가능할까
- [르포] 수출액 10억불 넘긴 ‘K라면’… 농심, 도심 속 라면 축제 개최
- [실손 대백과] 치료·수술 사용 ‘치료재료대’ 보험금 받을 수 있다
- [과학영재교육 갈림길]② 의대 준비하러 대학 일찍 간 과학영재들, 조기진학제 손 본다
- [단독] 삼성전자, P2·P3 파운드리 라인 추가 ‘셧다운’ 추진… 적자 축소 총력
- [단독] 서정진 딸 관련 회사 과태료 미납, 벤츠 차량 공정위에 압류 당해
- [단독] ‘레깅스 탑2′ 젝시믹스·안다르, 나란히 M&A 매물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