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인사이드] '로컬송' 들으며 잠시, 고막 여행 떠나요

이민아 2022. 7. 20.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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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색’이라는 말은 보통 부정적인 의미로 해석됐지만, 요즘은 ‘지역색’이 뚜렷하면 뚜렷할수록 강점이 됩니다. 지역색은 말 그대로 그 지역만의 색깔인 것이죠.

일례로, 강릉의 한 전통주 연구기관에서는 병에 라벨을 붙이는 대신 지역색을 띠는 동물을 그린 실크스크린 처리해서 생산했습니다. MZ세대에선 강릉여행 때 꼭 사가야 할 기념품으로 인기가 많아졌죠.대기업이 지역 명물과 콜라보 해 출시한 제품이 성공하는 경우도 많이 볼 수 있는데요.

이런 흐름을 타고 최근에는 지자체마다 로컬크리에이터들을 육성해 ‘지역특성화’를 꾀하는 노력을 하고 있는 추세. 지역이 문화를 통해 하나의 인기 있는 상품처럼 유통되고 유행하는 것을 우려하는 사람도 있지만, 중앙에 쏠려 있던 관심이 분산된다는 것만으로 지역에서는 반가워하는 분위기입니다.

‘지역’이 하나의 트렌드로 소비되는 것으로 끝날 것이냐, 지역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으로 깨어 ‘자기혁명’의 과정을 거칠 것인지는 앞으로 두고 볼 일. 로컬 인사이드에서는 ‘로컬리티’라는 환영이 아닌 현실 ‘로컬리티’를 소개합니다.

그 포문을 열 이들은 지역을 기반으로 문화예술 기획을 하는 뮤지션들입니다. 그들이 2020년도 꾸린 사회적기업은 충북 충주를 중심으로 예술 교육과 다양한 기획 공연을 추진해왔는데요. 문화예술이 척박한 지역에서 주민들이 손수 만든 우리 마을 노래를 부르게 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자발적 지방러’ 김세영 대표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재즈피아니스트 김세영 씨와 남편 이창훈 씨, 창훈 씨는 드러머이면서 로컬송 작곡을 맡았다. 김세영 대표 제공

Q. 지역을 기반으로 한 문화예술 콘텐츠를 발굴하고 만들어가는 일들을 해오고 있는데, 기억에 남는 작업이 있다면?

단연 ‘로컬송프로젝트’예요. 저희가 뮤지션들이 모여 만든 기업이다 보니 저희가 가장 진정성있게 잘할 수 있는 것은 단연 음악창작과 음악교육, 연주였어요. 저희가 잘할 수 있는 걸 지역에서 꾸준히 진행하다 보니, 지역민들과 함께 “지역 자부심을 일깨우자!”라는 컨셉으로 진행한 ‘로컬송 만들기 프로젝트’가 제일 기억에 남고, 많은 분이 기억해주시는 것 같습니다.

충주 지역 주민들이 직접 만든 로컬송으로 공연과 레코딩 작업을 하고 있다. 김세영 대표 제공

Q. 로컬송을 직접 만든다니 지역 주민들에게도 새로운 경험이었을 것 같은데요?

네, ‘로컬송 프로젝트’가 처음 시작된 게 2019년인데요. 제가 충주시 살미면이라고, 복숭아가 많이 나는 동네인데 마을 주민들이랑 같이 노래를 만든 게 계기가 됐어요. 그게 충주시의 열두 동네, 올해는 충주의 13개 읍면 이런 식으로 확장이 된 거거든요. 그때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를 해주셨고 음악을 하는 우리도 즐겁지만 주민 분들도 굉장히 재미있어 하셔서 가능성을 보게 된 거죠. 프로젝트에 참여할 시민을 모집했을 때 10대부터 50대까지 연령도 정말 다양했어요. 동네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노랫말이 뚝딱 완성됐고요. 한 동네에 대해 비슷한 기억이 많으니까 공감도 잘 됐죠. 또 내가 만든 우리 지역 노래를 내 목소리로 부르고 그걸 녹음해서 음원까지 발매를 하니까 주민 분들도 너무 좋은 추억이 됐다면서 행복해 하시더라고요.

넉넉한 동네 인심 덕분에 길고양이들도 마음 편히 산책하는 봉방동 이야기를 주민들이 노래로 만들어 음반을 발매했다

Q. 지역에 이런 젊은이들이 있다는 것은 정말 행운인데, 로컬리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가 있나요?

사실, 지역이라서 좋은 점이 정말 너무너무 많은데, 지역에 거주하면서 느꼈던 가장 큰 아쉬움은 정작 지역에 오랫동안 거주하셨던 지역민들은 지역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갖고 계시는 것이었습니다. 항상 주변 대도시와 비교를 하시고, 주말이면 서울 수도권으로 문화생활하러 떠나시는 모습이 왠지 모르게 씁쓸하고 속상하기도 했습니다.

저희 팀원들 모두 서울 수도권에서 활동하다가 우연히 충주에 정착하게 된 케이스인데요, 지역에 계신 분들은 서울살이를 꿈꾸지만 저희는 사실 서울이 답답해서 지역으로 이주한 거였고, 좀 더 여유롭게,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지역으로 오게 되었거든요. 실제로 서울살이에서 느꼈던 많은 우울감과 불안함들이 지역에 와서 해소되었고 평안해졌습니다.

해가 지날수록 지역민들과의 교류도 많아지고, 활동영역이 늘어나면서 내가 살고있는 지역에 대해 더 많이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지역마다 찐한 고유 특징이 있고 고유한 문화 자원들이 있는데 그런 것들을 찾아보고 공부하는 게 재밌었던 것 같아요.

충주 지역을 탐방하는 ㅅ문화예술기획 팀원들

Q. 충청도 지역에 대한 편견일수도 있는데 뜨뜻미지근하다고들 하잖아요. 이런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하고 반응을 이끌어내는 데 어려움은 없나요?

사람 사이에 예측 불가능한 상황들도 생기고 관계에서 오는 어려움도 있긴 하지만, 늘상 어디서나 있는 일이라 생각해요. 기획자인 제가 중심을 잃지 않고 당초 기획했던바, 열매를 맺기위해 목표지향적으로 계속 전진하는 스타일이라 그런지 이런 기회가 있는 것에 매순간 감사하고 있어요. 그리고 과분한 관심과 지역민들의 사랑을 받는 것을 항상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충주 지역 주민들과 젊은 뮤지션들이 함께 만든 로컬송은 충주시 홈페이지에 공공저작물로 개방해 누구나 자유롭게 듣고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어지는 로컬 인사이드에서는 ‘자발적 지방러’ 뮤지션들과 주민들이 만든 지역색 충만한 축제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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