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카 빼곤 매각·감원 공포.. 뒤숭숭한 'IT 성지' 판교

이희권 기자 2022. 7. 20.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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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판교에 자리한 A 중소 정보기술(IT) 개발업체는 지난달 개발자 3명을 내보냈다.

회사 관계자는 20일 "다른 회사 개발자로 옮겨간 사람도 있었지만 끝내 이직 자리를 찾지 못하고 나간 직원도 있었다"며 "사실상 구조조정이 시작된 셈"이라고 했다.

카카오모빌리티 매각은 "사업 성장을 위해 매각이 불가피하다"는 사측의 입장과 "카카오 울타리 안에 계속 남아 있고 싶다"는 직원들의 내부 여론이 충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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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만 혹은 불안… 판교 출근길 : 20일 오전 경기 성남 분당구 판교역 광장에서 출근하는 직장인들이 분주히 이동하고 있다. 김동훈 기자

■ IT기업들 긴축 움직임 현실화

게임 · 포털 등 고꾸라진 실적에

연봉인상 릴레이서 분위기 급변

네이버도 올해 신규채용 줄이고

자금력 동원 ‘핵심 인재 붙잡기’

네카 계열사 직원들 “매각 반대”

일부선 처우 양극화에 집단행동

경기 판교에 자리한 A 중소 정보기술(IT) 개발업체는 지난달 개발자 3명을 내보냈다. 회사 관계자는 20일 “다른 회사 개발자로 옮겨간 사람도 있었지만 끝내 이직 자리를 찾지 못하고 나간 직원도 있었다”며 “사실상 구조조정이 시작된 셈”이라고 했다. 지난해 회사 설립 이래 최대규모의 신규 채용을 진행했던 네이버는 올해 채용 기조를 5년 차 안팎의 실무 경력직 중심으로 바꾸고 지난해보다 30%가량 채용 인원을 줄일 것으로 알려졌다.

‘IT산업 1번지이자 메카’로 불리는 판교가 술렁이고 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수백 명씩 채용하던 IT업계 채용 바람이 뚝 끊긴 탓이다. 네이버·카카오마저 ‘인재 옥석 가리기’에 나섰다. 올 초까지만 해도 ‘묻지마’ 임금 인상과 복지 제도 도입, 주5일 재택근무제 등을 경쟁적으로 도입했던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콧대가 높아진 직원들의 눈높이를 더 이상 맞추기가 어렵다는 목소리가 판교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부분의 게임·포털 등 IT기업들은 최근 실적과 주가 하락으로 채용 동결 또는 인력 감축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핵심 개발자를 제외한 대부분의 신규 채용을 포기한 기업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상당수 중견·중소·스타트업은 “올해 연봉을 일괄적으로 다 올릴 계획은 없다”고 엄포를 놓았다.

경기 침체 우려 속에 내로라하는 간판 빅테크 기업들이 사업 재편에 들어가면서 계열사 직원들이 느끼는 위기감과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최근 불거진 카카오모빌리티 매각 논란이 대표적이다. 카카오모빌리티 매각은 “사업 성장을 위해 매각이 불가피하다”는 사측의 입장과 “카카오 울타리 안에 계속 남아 있고 싶다”는 직원들의 내부 여론이 충돌하고 있다. 인수 작업은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만 해도 ‘네이버나 카카오 울타리에 굳이 남아 있을 필요 없다’는 분위기가 어느 정도 있었는데 이제는 어지간한 실력과 자신이 있는 게 아닌 이상 그 누구도 홀로서기에 도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직원 처우를 둘러싼 양극화 문제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호황기에는 대부분 직원들이 함께 누릴 수 있었던 연봉 인상폭과 앞다퉈 늘어나는 복지 혜택이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점차 같은 회사 안에서도 월급과 근무 형태는 물론 밥값 지원 등 사소한 부분에서까지 차이가 나는 것에 대해 불만이 커지고 있다. 네이버, 카카오 등은 이달부터 코로나19와 상관없이 완전 재택근무를 포함한 자율적 근무제도를 도입했다. 이들 기업은 주5일 전면 재택근무를 시행한 뒤에도 오히려 마사지실과 사내 병원, 어린이집 등을 갖춘 신사옥을 잇따라 짓는 등 위기 상황에서도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핵심 인재 붙잡기에 나섰다.

이에 일부 계열사는 본사와 비슷한 수준의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집단행동에 돌입하는 등 내부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네이버의 경영지원, 서버 관리, 고객 서비스 등을 주 업무로 하는 계열사 5곳의 노조는 “직원들 초봉이 본사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실적 침체가 본격화된다면 어떻게든 핵심 인재만을 지키려는 기업과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직원 사이의 갈등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희권 기자 leeheke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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