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훈 "'어대명'이면 당 분열..'수박' 규정은 폭력적"[민주당 당권주자 인터뷰]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박광연 기자 2022. 7. 20.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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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더불어민주당 8·28 전당대회에 당대표 후보로 출마한 설훈 의원(69)은 지난 18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당의 분열을 막고 총선 승리를 위해 저를 던지겠다”며 “당대표 마음대로 하는 공천을 뿌리 뽑고 시스템 공천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설 의원은 “이재명 의원이 당대표가 되면 분열로 총선 패배 확률이 커진다”며 “이 의원을 강력히 지지하는 소위 ‘개딸’들이 ‘수박’(겉과 속이 다른 정치인을 뜻하는 은어)들을 다 자르라고 하지 않나”라고 했다. 그는 “이 의원에 (다른) 의원들이 공천에 불이익을 당할까 터놓고 말하지 못하는 분위기를 바로잡아 당내 민주주의를 살리겠다”고 밝혔다.

- 이재명 의원과 동반 불출마를 주장했다.

“당을 먼저 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재명 의원이 당대표가 되면 분열 때문에 총선 패배 확률이 커진다. 내가 나가서 막아야겠다는 심정으로 출마를 선언했다. 총선에서 이기고 5년 뒤 집권을 위해 저를 던지겠다.”

- 97세대(1990년대 학번·1970년대생) 당권 주자들이 있는데, 왜 직접 나왔나.

“김대중, 김영삼 전 대통령이 40대 기수론을 주장해 한국 정치를 업그레이드했듯이, 97세대 당대표가 나올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런데 지금 97세대 중에 대중성 있는 정치인이 보이지 않는다. 나이만 젊다고 당선되겠나. 나라를 위해 내가 철길에 뛰어들겠다는 심정으로 출마했다.”

- 이 의원은 “공천학살은 없다”고 했는데, 분열이 우려되는 이유는.

“공천학살 하겠다고 대놓고 말하는 사람이 있겠나. 이 의원을 강력히 지지하는 소위 개딸들은 ‘수박들 다 들어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 친이재명계는 ‘이재명 흔들기’야말로 분열이라고 지적한다.

“자기들은 옳으니 무조건 따라오라는 게 친명계의 치명적인 약점이다. 그런 독재가 어딨나. 더 큰 분열을 막기 위한 작은 싸움일 뿐이다.”

- 이 의원의 사법 리스크가 있다고 보나.

“당연히 있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성남 FC 후원금, 변호사비 대납, 배우자 법인카드 의혹 등에서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 의원이 당대표가 되면 본인 리스크가 당의 리스크로 돌아갈 것이다. 그렇게 되면 대여투쟁도 제대로 할 수 없다. 여당 입장에서 이 의원의 출마는 꽃놀이패다.”

- 출마 선언했을 때 문자폭탄 받았나.

“아직 안 왔다. 나는 민주당 정신에 어긋나지 않게 살아왔다고 자부한다. 내 지적이 틀렸다면 서로 토론하면 된다. 그런데 일방적으로 ‘당신 수박 아니냐’라고 몰아붙이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 이 의원에 반대하면 다 수박인가.”

나라를 위해 철길에 뛰어드는 심정으로 출마
수박으로 몰아붙여 죽이라고 하면 칼이 돼 돌아올 것
- 설훈 의원, 경향신문 인터뷰

- 팬덤 정치에 대한 생각은.

“팬덤은 당을 강력히 움직일 수 있지만, 잘못하면 우리를 해치는 무기가 되는 양날의 검이다. 지금같이 동지에게 수박이라고 몰아붙이고 죽으라고 하면 칼이 돼서 돌아온다. 이 의원이 직접 팬덤 정치를 진정시켜야 한다.”

- 당 혁신 방안을 꼽자면.

“당의 백가쟁명을 독려하겠다. 모든 사람이 마음 놓고 얘기할 수 있도록 당내 민주주의를 활발히 보장하고 그 힘으로 단합하겠다. 이재명의 권위와 ‘수박’이라는 규정이 가진 폭력성을 제거해야 한다. 그렇게 민주당다움을 회복하면 자연스레 민생도 챙기고, 대여투쟁으로 전환할 수 있다. 당대표 마음대로 하는 공천을 뿌리 뽑고, 시스템 공천을 보장하겠다.”

- 윤석열 정부는 어떻게 견제할 것인가.

“제대로 국정을 운영할 역량이 없다는 게 확실히 보인다. 조금만 타격을 가하면 확 무너질 것이다. 우리가 뭉치면 금방 넘어갈 것이다.”

- 당 노선으로 좌클릭과 우클릭 전략 중에 어느 것을 지지하나.

“지금처럼 대선이 5년 남은 상황에서는 우리 정체성을 확실히 해야 한다. 당이 단합하고 서민과 중산층을 위하는 좌클릭 정책에 충실해야 한다. 선거가 가까워지면 중도층을 끌어내는 정책으로 바꿔나가야 한다.”

- 출마한다고 했을 때 이낙연 전 대표 반응은.

“열심히 하라고 하더라.”

- 컷오프 전이라도 단일화할 계획 있나.

“할 수 있으면 얼마든 좋다. 컷오프(예비경선) 이후에라도 이재명 의원과 다른 후보 간 일대일 구도를 만드는 데 힘쓰겠다. 이 의원 외 남은 두 사람 중 더 당선 가능성이 높은 사람에게 몰아주는 것이 합리적이다.”

- 이재명 의원이 당선되면 앞으로 역할은.

“계속 쓴소리하겠다. 지도부가 잘못하면 가감 없이 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 앞장서겠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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