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두헌의 현장에서] '열심히' 하지 말고 '잘'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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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사원 "열심히 하겠습니다", 직장 상사 "'열심히' 하지 말고 '잘'해라".
지난 19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 집무실 출근길에 '국정수행 부정 평가가 높게 나오는 원인을 무엇이라고 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원인은 언론이 잘 아시지 않습니까. 열심히 노력하는 것뿐입니다"라고 답한 것을 보며 위와 같은 상황이 떠올랐다.
평범한 직장인들도 "열심히보다는 잘하라"는 잔소리를 들을진대, 국정 최고책임자인 윤 대통령은 누구로부터 압박을 받고 있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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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사원 “열심히 하겠습니다”, 직장 상사 “‘열심히’ 하지 말고 ‘잘’해라”.
회사원들이라면 한 번쯤 겪어봤을 상황이다.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하는 신입사원이나 후배 직원을 향해 상사가 미소 지으며 ‘성과에 대한 압박’을 가하는 일종의 수사적 표현이다. 물론 열심히, 성실하게 일하는 것도 당연히 중요하다. 다만 열심히만 하고 성과를 못 내면 어느 조직에서든 도태될 수밖에 없기에 책임감을 가지고 성과를 내자는 것이다.
지난 19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 집무실 출근길에 ‘국정수행 부정 평가가 높게 나오는 원인을 무엇이라고 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원인은 언론이 잘 아시지 않습니까. 열심히 노력하는 것뿐입니다”라고 답한 것을 보며 위와 같은 상황이 떠올랐다. 평범한 직장인들도 “열심히보다는 잘하라”는 잔소리를 들을진대, 국정 최고책임자인 윤 대통령은 누구로부터 압박을 받고 있나 싶었다.
윤 대통령이 눈치를 봐야 할 직속상사는 대선에서 그에게 권력을 위임하고 국정을 맡긴 국민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지지율 하락) 원인을 잘 알면 어느 정부나 다 잘 해결했겠죠”라고도 했다. 원인을 잘 모르겠다는 말인데 이해하기 어렵다. 몇몇 여론조사기관이 국정수행 부정 평가의 이유까지 조사해서 매주 친절하게 알려주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 윤 대통령 부정 평가의 원인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건 ‘인사(人事)’ 문제(26%)였다. 두 번째인 ‘경험·자질 부족, 무능함’(11%) 윤 대통령을 뽑지 않은 국민의 응답이라고 해도 세 번째에 ‘경제·민생 살피지 않음’(10%)이란 답변이 나온 건 뼈아픈 대목이다(해당 여론조사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특히 인사 문제는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연일 비판하고 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20일 오전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사적 채용, 측근 불공정 인사 등으로 드러나고 있는 대통령 권력의 사유화는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된다”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이 원인을 잘 모르겠다고 말한다면 ‘우리는 잘하는데 야당과 언론의 과도한 공세 때문에 지지율이 떨어진 것 같아 억울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야당과 언론은 지지율 하락의 핑계가 될 수 없다. 역대 어느 정부에서나 야당과 언론은 정부여당을 견제·감시·비판하는 역할을 수행해왔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일엔 “선거 때 선거운동을 하면서도 지지율은 별로 유념치 않았다. 별로 의미가 없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매주 쏟아지는 지지율 수치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여론조사에서 중요한 건 ‘추세’다. 경보음을 무시해선 결코 안 된다. 우리가 운전을 하다가도 경보음이 들리면 차에서 내려 확인하고, 잘 모르겠으면 정비소에 가서 정밀 점검도 받는다.
무작정 열심히 달린다고 해서 올바른 길로 갈 수 있는 건 아니다.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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