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속항원검사 3만원 부담되고, 검사할 곳 찾아 헤매고..

2022. 7. 20.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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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 급증 속 부담 이중고
무증상이면 비급여로 분류
일부 병원에선 5만원 요구도
"가족·회사동료 걱정에 받는데"
전문가 "선별진료소 더 늘려야"

주말이었던 지난 16일 직장인 김모(28) 씨는 지인과 함께 그간 보기 어려웠던 대형 콘서트를 다녀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했단 소식을 접하고 노파심에 이틀 뒤인 지난 18일 서울 강남구의 한 내과 의원을 찾았다. 그는 해당 의원 측에서 요구한 신속항원검사 비용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증상이 있거나, 자가검사 결과 양성이 나오지 않는 이상 코로나19 검사 비용이 비급여로 처리돼 3만원 이상을 내야 했기 때문이다.

김씨가 해당 의원 측에 가격 부담을 토로하자, 이 병원 관계자는 “가격이 너무 부담되면 ‘목에 통증이 있다’고 말하고 진료비만 지불하라”고 했다. 이에 대해 김씨는 “터무니없이 높은 검사 비용을 보고 어안이 벙벙했다”며 “걱정되는 마음에 코로나 검사를 받을 수도 있는 것인데 가격이 너무 오르면 환자들이 부담을 느껴 발길을 돌릴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증가하고 있다. 20일 0시 기준 코로나19 확진자는 7만6402명으로 전날(7만3582명)에 비해 무려 2820명 증가했다. 지난 18일 신규 확진자가 2만6299명인 점을 감안하면 이틀 만에 2.9배 급증, 더블링 추세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다시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려는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올해 초만큼 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를 시행하는 병·의원이 많지 않을 뿐더러, 김씨 사례처럼 비용 부담 역시 만만치 않아 시민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20일 헤럴드경제가 서울 강남구 내과 8곳과 이비인후과 5곳을 연락한 결과 3곳의 내과에서는 코로나19 검사를 시행하지 않고 있었다. 이들 병·의원은 코로나19 백신은 예약할 수 있지만 검사는 더 이상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서울 강남구의 또 다른 내과 관계자는 “눈과 코를 전문으로 진료하는 이비인후과에서 코로나 검사를 담당하고 있어 내과에선 점차 환자들에게 코로나 검사를 하지 않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와중에 코로나19 검사 비용은 시민들에게 부담이다. 증상이 없는 경우 비급여로 책정돼 병·의원별로 원하는 값을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본지가 연락한 내과·이비인후과 병·의원은 모두 코로나19 검사 비용이 3만원을 넘었다.

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 비용으로 5만원을 부르는 이비인후과도 있었다. 해당 이비인후과 관계자는 “병원 입장에선 코로나 검사를 위해 필요한 키트나 용품들을 자비로 구매해야 한다”며 “병원 사정에 따라 원하는 가격을 부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이 급증해 일부 의원에서는 진료비만으로 비용을 부담할 수 있도록 배려 차원에서 편법을 쓰는 곳도 있었다. 서울 강남구의 한 내과 원장인 A씨는 “증상이 없거나 자가검사키트에서 음성이 나오면 원칙적으로 검사 비용을 비급여로 적용해야 하지만 최근 들어 환자들에게 진료비만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며 “코로나 검사로 병원을 찾는 이들이 많아져서 부담이 안 되도록 배려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병·의원마다 코로나19 검사 비용이 천차만별인 탓에 불만을 드러내는 시민들도 있었다. 꼭 증상이 있어서라기보다 걱정 탓에 병·의원을 찾아가는 사례가 꽤 있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는 강모(57·여) 씨는 “지인들을 만나면서도 코로나가 걱정돼 검사를 받고 싶을 때가 있다”며 “다들 자신의 건강을 챙기기 위해 검사를 받으려는 건데, 이렇게 가격을 높여버리면 부담이 클 것 같다”고 우려했다. 직장인 정모(28) 씨도 “꼭 증상이 있어야만 코로나 검사를 맞느냐”며 “증상이 없어도 가족이나 같이 일하는 회사 동료들에게 걱정돼서 검사를 받을 수도 있는 건데, 이렇게 검사 비용을 급여와 비급여로 나눠놓는 게 아이러니하다”고 토로했다.

천은미 이화여대 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정확한 증상은 의사가 판단하는 것인데, 증상이 없다는 환자들의 말만으로 비급여로 책정, 부르는 대로 가격을 요구하는 것은 잘못됐다”면서도 “동네 병·의원 뿐만 아니라 대학병원에서도 (코로나19) 선별진료소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철 기자

yckim645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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