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2개월 尹정권에 '레임덕' 경고..민생 부각·文정권 반성도
부동산·'이중적 태도' 등 거론하며 자세.."진보적 대중정당으로 거듭날 것"
민생 17번 외치며 '경제 협치' 당부..원전·법인세 등 차별화도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출범한 지 2개월여에 불과한 윤석열 정부를 향해 "대선에서 윤 후보에게 투표한 국민 3분의 1이 지지를 철회했다. 국정 지지율이 정권 말기 레임덕 수준"이라고 날을 세웠다.
박 원내대표는 2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대통령실 직원 '사적채용' 의혹 등 정권의 인사 논란 등을 집중적으로 부각했다.
권력 사유화 등을 우려하는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을 경우 민심의 더 큰 비판과 저항에 직면해 정권이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 출범 초기이긴 하지만 확실한 대립각을 세우며 국정 주도권을 확실히 쥐고 가겠다는 생각이 담긴 공세 메시지로 풀이된다.
다만 부동산 정책을 비롯한 문재인 정권의 5년을 두고는 자세를 낮추며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조국 사태 등 '내로남불'을 사과하고, 민생 개선을 위한 여당의 정책에 협조할 것은 협조해 수권 정당의 면모를 보이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최순실 사태·탄핵까지 소환…인사 난맥 대대적 공세
박 원내대표는 이날 연설의 절반가량을 인사 난맥상 등 윤석열 정부의 실정을 드러내는 데 할애했다.
최근 문제가 된 '지인 채용'은 물론 장관 후보자들의 잇따른 낙마, 검찰 출신의 요직 배치, 김건희 여사 관련 논란 등을 일일이 지적했다.
박 원내대표는 "엄격한 공사 구분은 공직자에게, 더구나 대통령에게는 반드시 지켜져야 할 원칙"이라며 "대통령 가족과 친인척, 측근 비리는 정권뿐만 아니라 나라의 불행까지 초래한다"고 말했다.
이는 각종 비리 의혹으로 정권이 심각한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경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원내대표는 "(국정 운영 지지율이) 곧 30%도 무너질 것이라는 예측마저 나온다"며 "지지율 추락으로 나타난 민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지율은 의미 없다"고 한 윤 대통령의 발언 등을 겨냥해 직격한 셈이다.
그 이면에는 현 정부의 약점을 부각해 반사이익을 기대하려는 생각도 엿보인다.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의 공적 시스템을 무력화한 비선 실세 최순실의 국정 농단은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졌다"며 탄핵 이슈까지 언급한 것은 이와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을 경험하고 현직 대통령의 탄핵까지 끌어낸 민심을 향해 다시 한번 권력에 대한 준엄한 감시와 평가를 촉구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민생"…'민생'만 17번 외치며 대안정당 어필
윤석열 정권을 향한 비판은 고물가, 고유가, 고환율 등 '3고(高)'를 비롯한 민생 경제의 위기로도 향했다.
박 원내대표는 "대통령과 정부·여당이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첫째도 민생, 둘째도 민생, 셋째도 민생"이라고 강조했다.
박 원내대표는 단순히 문제를 지적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서민·중산층 지원 예산 증액을 비롯해 유류세 대폭 인하, 근로자 식비 비과세 한도 인상 등의 민생안정 대책 추진을 약속했다.
이 같은 메시지는 결국 현 정권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단순히 국정의 발목을 잡는다는 프레임에 갇히는 것을 경계한 것이다.
단순한 비판을 넘어서 민생에 강한 대안정당의 면모를 보여 민심의 선택을 받겠다는 것이다.
이날 연설에서 '민생'이라는 단어가 17차례나 언급됐던 것도 이런 해석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박 원내대표는 "원내 제1당인 민주당은 경제와 민생을 제대로 챙기는 일이라면 (정부·여당에) 초당적으로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출산과 고령화를 비롯한 인구 정책 등을 여야 공통의 과제로 언급하고 사회적 합의를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생 개선 부족·이중적 태도로 실망"…'겸손' 모드로 등 돌린 민심 잡기
이번 연설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문재인 전 대통령과 함께한 민주당 정부 5년에 대한 겸허한 반성의 태도를 보였다는 점이다.
박 원내대표는 "부동산 가격 폭등은 물론 불평등과 양극화 심화 등 국민 삶을 개선하는 데 부족함이 많았다"라며 "이중적 태도와 행보로 국민께 실망을 드렸다"고 밝혔다.
당 안팎에서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의 원인으로 지목된 '오만한 태도'를 반성함으로써 다시 민심에 민주당을 지지해 달라고 호소하는 메시지로 읽힌다.
한편으로는 민주당을 '진보적 대중정당'으로 규정하며 민주당만의 강점을 살린 진보 의제·정책에도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비쳤다.
박 원내대표는 "법인세 감세로 국가 재정이 축소되는 일은 반드시 막아내겠다"고 하는 등 세제 문제에 대해서는 여권과 차별화를 시도했다.
또 원전 정책에 대해서도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전환정책이 '바보같은 짓'이 아니라, 윤석열 정부의 에너지 회귀정책이 '바보같은 짓'"이라고 각을 세우기도 했다.
탄소중립과 재생에너지 확대, 복지국가와 경제민주화 등을 앞세워 '집토끼' 지키기에도 공을 들인 것이다.
박 원내대표는 "서민과 중산층을 대변해 온 민주당의 정체성을 지켜내고 시대의 변화에 맞게 발전시켜 나가겠다"라며 "부족한 점은 질책하시면서도 민주당이 새로운 미래를 담대하게 열어가도록 함께해달라"고 당부했다.
kj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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