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과도한 폭력 사용해서라도 우크라전 이겨야 한다" 친 푸틴 학자

강영진 2022. 7. 20.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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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NYT 친 푸틴 학자 인터뷰, 전쟁에 대한 생각 소개
"미국 주도 자유주의 제국주의를 무너트리는 과정"

[모스크바=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러시아 하원 연방 대표들과 만나 연설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자국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 '본격 작전은 시작도 하지 않았다"라면서 확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2022.07.08.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일으킨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러시아 국민들은 전반적으로 지지하는 입장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9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저명 정치학자를 인터뷰해 러시아 국민들이 러시아가 패배하면 안된다고 생각하는 이유를 들었다. 인터뷰 대상은 모스크바 고등경재대학의 세계경제 및 국제관계 학부 학장 세르게이 카라가노프다.

카라가노프는 몇 년 전부터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움직임 때문에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카라가노프는 푸틴 대통령을 지지하는 글을 써왔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 생존이 걸린 문제라고 주장해왔다. 이유가 뭔가. 지난 2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논의는 없었다. 또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 경제적 위협도 되지 않는다. 미국은 러시아보다 중국과 중동에 더 몰두해 있었다. 전면 침공을 해야하는 실존적 위험이 과연 있는가.

"전쟁이 시작된 뒤 우크라이나가 나토와 밀접한 관계임이 잘 드러났다. 많은 무기와 훈련을 제공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심장을 겨냥하는 창끝이 됐다. 우리는 서방이 경제적, 도덕적, 정치적으로 무너지고 있다고 본다. 1990년대 절정에 이르렀던 서방이 무너지면서 고통이 컸다. 서방과 전세계의 문제가 해결되지 못했다. 이는 전형적인 전쟁의 징조다. 러시아에 대한 적대감이 2000년대부터 빠르게 커졌다. 전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갈수록 분명해졌다. 따라서 러시아는 선제공격으로 전쟁에서 이겨야한다고 판단했다.

이번 전쟁은 자국민의 지지를 잃고 있는 서방 지도자 대부분에게 생존의 문제다. 초점을 흐리기 위해 적이 필요한 것이다. 서방 국가의 지도자들은 물론 198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자유주의적 세계 제국주의가 사라져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전쟁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아니다. 우크라이나의 시민들은 서방 지도자들의 잘못된 우위를 지키는 대포밥일 뿐이다.

러시아로선 이번 전쟁이 지도자와 나라를 지키기 위한 것이다. 질 수없는 전쟁인 것이다. 러시아가 과도한 폭력을 사용해서라도 이겨야 하는 이유다. 그러나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 지난 4반세기 동안 이번 전쟁을 경고해왔지만 막지 못했다. 나로선 실패가 아닐 수 없다."

▲"러시아를 망가트리려는" 서방의 시도에 맞서 반격해야 한다고 최근 주장했다. 그러나 러시아가 전쟁을 통해 스스로 "망가지고" 있는 건 비극적 아이러니다. 서방은 일제히 우크라이나 학살을 비난해왔다. 스웨덴과 핀란드가 나토에 가입하고 있다. 러시아는 왕따가 될 것이며 앞으로 몇 년 동안 큰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다. 전쟁을 일으킨 것이 큰 판단착오라는 증거 아닌가.

"러시아와 서방의 관계는 15년여 동안 악화해왔다. 최근 몇 달 새 관계가 악화한 것으로 더 잃을 것은 없다. 지금 러시아는 한 치의 머뭇거림도 없이 서방을 막을 것이다. 바라건대 상황이 복구되면 일부 지도자들이 변할 것이고 관계를 정상화할 것이다. 우리는 자멸적으로 세상과 차단하지 않을 것이다. 세계는 전반적으로 옳은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고 더 크고 더 자유롭게 되는 반면 서방은 빠르게 몰락하고 있다. 전쟁을 일으킨 것이 옳다는 건 역사가 판단을 내릴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이 아니었다면 더 빨리 시작했을 것이다."

▲푸틴 대통령이 대러시아의 이미지를 폄하한다고 자주 언급했고 이를 통해 주권국가인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했다. 그러나 러시아가 위대한 건 사실일지라도 나를 포함한 많은 러시아 후손들이 푸틴이 그 위대함을 파괴한다고 우려한다. 러시아 문화가 외국과 연관된 모든 것을 외국 첩자로 규정하는 억압적 법률에 질식해 있고 국제관계가 차단되고 있다. 러시아 운동선수와 예술인들이 고통을 당한다. 이런 일들이 러시아에 좋은 것인가.

"자부심 넘치는 주권국가로서 발전을 계속하길 원하는 러시아로선 이번 투쟁은 미래 세계질서에서 위치를 확보하고 공정하고 안정된 질서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 투쟁에서 이기기 위해 손실을 감수해야 하다. 수만명의 IT 전문가들이 더 나은 삶을 찾아 떠난 것을 아쉽게 생각한다. 나 역시 망명한 러시아 지식인과 고매한 사람들 대부분이 불만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안다. 바라건대 일부가 돌아올 것이다. 러시아 문화를 부정하고 러시아에 서방문화가 넘치는 문제는 서방의 문제다. 스스로의 역사와 문화와 기독교 도덕 가치를 부정하는 꼴이다.

전쟁이 일어나면 정치적 자유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 나도 우려한다. 나는 글을 쓰고 인터뷰를 할 때마다 다른 나라들처럼 사상의 자유와 지적 토론의 자유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우리에게는 정치적 올바름을 탄압하는 문화가 없다. 사상의 자유에 대해 걱정을 한다. 그러나 그보다는 인류의 종말을 가져올 열핵전쟁의 가능성이 커지는 것을 더 우려한다. 우리는 쿠바 미사일 위기를 이겨냈다. 케네디만큼 통이 큰 사람을 볼 수가 없다. 책임있는 대화상대자가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그런 사람을 찾고 있다.

보통의 러시아인들이 반란을 일으키도록 하려는 생각에서 최대의 고통을 가하고 있는 서방의 제재로 정상적 삶을 꾸려갈 수 없게 된 러시아 국민들이 안타깝다. 결과는 예상과 정반대일 것이다. 전반적으로 비극적인 상황 속에서 한줄기 빛이 보인다. 적대적인 서방의 정책으로 우리 사회, 엘리트들, 친서방 잔재, 매판 세력, "속기만 하는 바보"들을 청소하는 건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해볼테면 해봐(Make my day)"라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영화를 좋아한다. 당연히 우리는 유럽 문화를 거부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서방에서 반문화 현상이 커지는 가운데 우리가 유럽의 보고, 서방 문화와 영적 가치를 보존하는 몇 안되는 나라로 남을 것이다."

▲최근 인터뷰에서 러시아 지도자 다수가 어떤 것이 "승리"인지를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나.

"목표는 계속 변한다. 최소한은 돈바스를 우크라이나 정부의 지배에서 해방하고 최종적으로는 남부와 동부를 해방하는 것이다. 그런 뒤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통제하는 지역을 중립화하고 비무장화할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중요하지만 미국이 주도하는 전세계적 자유주의 제국주의라는 세계질서를 무너트리고 보다 공정하고 자유로운 다극적 세계와 여러 문명 및 문화의 세상을 향하는 과정의 작은 일부일 뿐이다. 수백년 동안 억눌려온 위대한 문명이 부활하면서 새로운 세상의 중심 가운데 하나가 유라시아에 마련될 것이다. 러시아는 여러 문명 가운데 하나의 문명으로서 맡은 역할을 할 것이다. 러시아는 또 새로운 체제의 균형자로서 역할을 할 것이다. 이같은 역할을 해야만 한다고 본다. 우리는 푸쉬킨, 톨스토이, 고골이 낳은 위대한 문화의 후손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고골은 우크라이나 출신이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애정을 일궜다. 우리는 A. 수보로프 원수와 주코프 원수, 로코소프스키 원수와 같은 무적의 용사들의 후손이다. 세상의 질서가 아직 그대로다. 나는 변화를 앞당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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