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국회의원 토론王은 누구일까요?

이경원 기자 2022. 7. 20.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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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21대 국회 전반기 2년, 소위원회 발언 많이 한 국회의원은?


국회의원 임기는 4년입니다. 보통 첫 2년을 전반기, 그 이후를 후반기로 부릅니다. 편의상 그렇게 부르는 건 아니고, 2년 주기로 국회를 이끌어가는 주요 보직이 바뀝니다. 국회의장과 부의장, 상임위원장 등입니다. 물론 여야 간의 협상을 통해 이뤄집니다. 이를 '원 구성 협상'이라고 부릅니다.

뉴스에서 많이 보셨겠지만, 지금 원 구성 협상이 잘 안 되고 있습니다. 6월 초부터 후반기 국회가 시작돼야 하는데, 7월 중순이 됐는데도 아직입니다. 국회가 열리지 않으니 회의도 없고, 당연히 처리되는 법안도 없습니다. 국회의원 일 안 하고 월급만 받는다며, 세비 반납 목소리가 역시 나왔습니다. SBS 사실은팀도 원 구성 협상 때문에 생긴 국회 공백 기간을 과거와 비교하며 문제점을 짚었습니다.

다만, 이런 비판이 구태의연한 것도 사실입니다. 정치 혐오를 조장할 수 있는 위험성도 있습니다.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21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원들의 성적표를 매겨보기로 했습니다. 그래도 열심히 일한 국회의원들이 누군지 찾아보자는 취지입니다.


국회의원의 성적을 매기는 지표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회의 출석률도 있고, 법안 발의 건수도 있습니다. 2020년 12월, 출석률 공개하는 '일하는 국회법' 통과 이후 대충 살펴보니 출석률은 대체로 높았지만, 참석은 하고 별로 말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는 지표일 겁니다. '법안 베껴쓰기' 문제가 어제오늘 일이 아닌 상황에서, 단순히 법안 많이 발의했다고 일 열심히 했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고민하다가 '발언량'이라는 새로운 지표를 만들어 봤습니다. 국회의원은 정치를 하는 사람이고, 정치는 '말'로 합니다. 공식 회의에서 얼마나 발언을 많이 했는지, 달리 말하면, 토론에 얼마나 열심히였는지 살펴보자는 취지입니다.

물론, 발언의 '양'이 발언의 '질'을 담보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토론이 부족한 우리 국회 문화를 감안할 때, 공적인 자리에서 발언을 많이 한 국회의원을 추려보는 작업도 의미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어제 ①편은 국회의 모든 회의를 기준으로 계산했고, 오늘 ②편에서는 소위원회만 따로 떼 측정했습니다. 소위원회는 법을 만드는 첫 관문으로, 의원들과 정부 부처 간에 상호 활발한 토론이 이뤄지는 공간입니다. 언론에 잘 나오지 않아 주목도가 낮지만, 그럼에도 열심히 발언한 국회의원을 추려보자는 차원입니다.


발언량을 측정하기 위해 국회 회의록 빅데이터(https://dataset.nanet.go.kr)를 활용했습니다. 국회 전반기(2020년 5월 30일~2022년 5월 29일) 동안, 국회에서 열린 상임위별 모든 공식 소위원회 기준 발언 건수를 측정했습니다.

국회 회의록 빅데이터 웹페이지(https://dataset.nanet.go.kr)
 

왜 소위원회인가?

먼저, 왜 소위원회를 따로 짚고 분석했는가 그 이유를 설명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가 흔히 언론을 통해 자주 보는 국회 회의는 본회의 혹은 상임위 전체회의입니다. 상임위 전체회의는 사실상 토론 공간은 아닙니다. 정부 부처 관계자를 가운데 앉히고, 여당과 야당 각자가 질의하고 답변을 듣는 식으로 진행됩니다. 그리고 그 내용을 자세히 들어보면 '주장'과 '해명'이 반복됩니다. 여당과 야당 의원 간의 토론은 사실상 없습니다. 직접 말을 주고받기도 하는데, 보통 이건 싸울 때입니다. 내가 질문하는 데 왜 끼어드냐, 조용히 하라, 회의 진행이 편파적이다, 가끔 막말도 주고 받습니다.

소위원회는 실질적인 토론이 진행되는 공간입니다. TV 토론 프로그램처럼 말을 주고 받고, 주장과 반박을 하며, 정부 부처 관계자가 보완 설명도 합니다. 비공개인 경우가 많아서 언론에서 자주 다뤄지지 않지만, 법안을 논의하는 첫 관문입니다. 따라서 소위원회는 국회 내 진정한 의미의 유일한 '토론 공간'이며, 의원들의 실력을 가늠하는 곳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상임위 전체회의와 소위원회의 발언 구조를 그림으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습니다.

21대 전반기 국회 '토론王'은 누구?

그러면, 본격적으로 소위원회에서 발언을 많이 한 국회의원을 살펴보겠습니다.


윤석열 정부에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인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 발언이 가장 많았습니다. 발언량은 4,919건으로 계산됐습니다. 국민의힘 유상범(4,683건), 이철규(4,514건), 더불어민주당 정성호(4,381건), 백혜련(4,381건) 의원 순이었습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국민의힘 의원)

추경호 부총리는 기획재정부 관료 출신으로 21대 전반기 국회에서 예산결산위원회 국민의힘 간사로 일했습니다. 예산결산위는 기획재정부가 짜놓은 예산안을 심의하고 수정하는 곳으로, 여야 간 치열한 전쟁이 벌어지는 곳입니다. 예산결산위 안에는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 조세소위원회 등 많은 소위원회가 있다보니, 자연히 발언 횟수도 많은 것으로 보입니다.

민주당에서는 정성호 의원의 소위원회 발언량이 많았는데, 마찬가지로 예산결산위 위원장을 맡았습니다. 추경호 부총리의 발언량이 많은 것과 비슷한 이유로 보입니다.

정성호 민주당 의원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은 21대 국회 전반기 모든 공식 회의에서 발언을 가장 많이 했던 걸로 나왔는데, 소위원회 발언 비율도 매우 높았습니다. 여야 모두 법사위원회 소속이었던 의원들이 많이 보이는데, ①편에서 짚은 대로 21대 국회 토론이 '검찰 블랙홀'이었음을 다시금 보여주는 듯 합니다.

실제, 국회 상임위 별로 소위원회 발언량을 살펴보니, 법사위원회 소속 소위원회의 발언량이 가장 높았습니다. 상임위 소위 평균 1만 557건이었는데, 법사위는 2만 3,701건에 달했습니다. 2배가 넘었습니다.


다음으로 전체 발언에서 소위원회 발언 비율이 높은 순위도 살펴봤습니다. 다만, 모든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하면 착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가령, 전체 발언은 100건 밖에 안됐는데 소위 발언이 90건이 나왔다면, 소위원회 발언 비율이 90%로 계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300명 국회의원 가운데 발언 횟수가 많은 50명을 추린 뒤, 이 50명만 따로 떼어 비율을 계산했습니다.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2022년 토론 성적표는 낙제점

①편에서 말씀드렸지만, 21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원들의 총 발언 횟수는 총 56만 1,787건이었습니다. 이걸 국회의원 1인당 '월별 평균'으로 다시 계산했습니다.


21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원들은 공식 회의에서 평균 81.6번 발언했습니다. 그런데 2020년 122.9건에서 2021년 88.1건, 2022년 8.1건으로 급속도로 줄었습니다. 특히 올해는 지난해 대비 10분의 1토막입니다.

물론, 올해는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가 있었습니다. 큰 선거가 있으면 국회의 입법 기능이 멈추곤 합니다. 지도자를 뽑는 것만큼 중요한 정치 현안이 어디 있느냐고 반박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국회의원 한 명이 한 달 평균 8번 공식 발언했다는 계산 결과는, 해도 너무했다는 평가가 나올 수 있습니다. 국회의원의 존재 이유는 법을 만드는 겁니다. 큰 선거 있다고 입법 기능이 멈춘다면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올 한 해, 선거를 치르면서 국회에서 수많은 말이 쏟아졌습니다. 그 에너지의 10% 만이라도 입법에 썼으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남는 이유입니다.

SBS 사실은팀은 2년 뒤, 21대 국회 막바지 때 발언 분석을 해보려고 합니다. 남은 후반기 국회에서는 좀 더 활발한 토론이 있어서 더 좋은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다행히 국회 후반기, 총선 말고는 큰 선거는 없으니 입법에 집중한 여건은 충분합니다.

끝으로 국회 소통 구조에 대한 고민과 함께 글을 마치려고 합니다. 민주주의가 발달했다고 알려진 국가들의 의회 소통 구조를 참고할 만 합니다. 영국 의회를 보시면, 의장을 기준으로 오른쪽은 집권 여당, 왼쪽은 야당 의원들이 앉아 마주 보며 열띤 토론을 벌입니다. 막말과 욕설이 오갈 때도 있어서 의원들이 징계를 받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토론의 비용일 뿐, 토론을 부정하는 명분은 아닙니다.

집권당과 야당이 마주 앉아 치열한 토론을 벌이는 영국 의회. 특히, 매주 수요일 12시에는 총리가 평의원들과 토론하는 '총리에게 질의하는 시간'(PMQ, Prime Minister's Questions)이 열리고, BBC가 이를 생방송으로 내보낸다.

의원들이 자신의 생각을 말할 '연설 공간'은 가득한데, 사실상 '토론 공간'은 부족한 우리 국회, 어떻게 하면 국회 공간을 생산적인 토론이 가능한 구조로 바꿔나갈지, 이제 그 고민을 시작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인턴 : 정경은, 이민경)

이경원 기자leekw@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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