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 선택 대신 자살이라 해야" 美의대 교수가 주장하는 이유

김소정 기자 2022. 7. 20.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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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는 ‘자살’이라는 단어를 기피한다. 대신 ‘극단적 선택’이라는 순화된 용어를 쓴다. 미디어도 ‘자살’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자살’을 쓰지 않는다. 또한 방법을 묘사하지 않고, 유서 내용 보도도 자제한다. 그러나 ‘극단적 선택’ 표현보다 차라리 ‘자살’이라는 표현을 쓰는 게 낫다는 전문가 의견이 나와 눈길을 끈다.

나종호 예일대 의대 정신의학과 교수/유튜브 '세바시 강연 Sebasi Talk'

나종호 예일대 의대 정신의학과 교수는 2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제가 문제를 제기하고 싶은 부분은 ‘극단적 선택’이라는 용어 자체다. 체감상으로 거의 대부분 기사들이 이 용어를 쓴다. 사실 원래 취지가 자살 생각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모방도 생길 수 있고 그런 생각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쓰지 말자는 거였는데 이제 극단적 선택이라는 용어가 거의 동의어로 쓰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 교수는 ‘자살’ 대신 다른 완곡한 용어를 사용한다 해도 ‘자살률’이 줄어들거나, 예방한다는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미국, 독일도 ‘자살’을 ‘자살’로 부르고 있다고 전했다.

나 교수는 ‘극단적 선택’으로 완곡하게 표현했을 때 부작용이 존재한다고 했다. 그는 “그 용어 자체에 자살이 마치 힘든 상황에서 선택지의 하나인 걸 내포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 용어는 사망한 사람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유가족에게도 낙인이 된다. 실제로 연구 결과, 유가족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느냐’ ‘너는 왜 못 막았느냐’다. 이미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서 힘든 유족에게 또 다른 죄책감을 주고 상처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또 “자살 생각에 시달리거나 과거에 시도를 한 적이 있는 분들이 도움을 청하는 걸 막는다”고도 했다.

이와 관련해 최근 독일에서는 ‘자살’ 대신 ‘자유사’라는 용어를 쓰는 등의 실험을 했다고 한다. 나 교수는 “자유사라고 해서 개인의 의지를 약간 중요시 여기는 느낌이다. 사람들에게 신문을 주고 용어만 바꿔서 읽어보라고 했다. 그런 다음에 질문을 해서 물어보니까 개인의 의지를 중요시하는 용어를 접한 사람들은 자살을 오히려 지지하는 태도, 가능한 옵션으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그런 면에서 극단적 선택이라는 표현이 문제가 있는 거다”라고 했다.

우리가 ‘극단적 선택’을 쓰는 이유에 대해선 “우리 사회가 전체적으로 직면하고 싶지 않은, 피하고 싶은 방어기제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극단적 선택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고 자살을 예방하는 것도 아니고 또 자살이라는 명백히 존재하는 공중보건문제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고인과 유가족들에게 더 큰 짐을 부여한다면 이 용어를 우리가 왜 사용하는 걸까 한번 좀 생각을 해 봐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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