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 인신매매 방지 2등급으로..평판 외 다른 불이익 없어

임병선 2022. 7. 20.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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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무부가 매년 발간하는 ‘인신매매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등급이 20년 만에 2등급으로 한 단계 강등됐다. 국무부는 19일(현지시간) 188개국울 평가한 ‘2022년 인신매매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등급을 최고 등급인 1등급에서 한 계단 내려 앉혔다고 발표했다.

한국은 2001년 첫 보고서 발간 당시 3등급을 받은 뒤 2002년부터는 1등급을 유지했는데 20년 만에 하향됐다. 2등급을 받아도 미국이 가하는 제재나 불이익은 없지만 인신매매 근절을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평가여서 국가 평판에 일정 정도 손상이 생긴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 보고서는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1년이던 지난해 4월 1일부터 지난 3월 31일까지를 평가한 것이다.

이 보고서는 “한국 정부는 인신매매 근절을 위한 최소한의 기준을 완전히 충족하지 않았지만, 이를 위해 의미 있는 노력을 하고 있다”면서도 정부의 반(反) 인신매매 능력에 영향을 준 코로나19 팬데믹을 감안하더라도 전년의 노력에 견줘 진지하거나 지속적이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인신매매의 피해 범주에 속하는 성매매, 강제노동, 그중에서도 외국인 피해 문제에 대한 우리 정부의 노력에 비중을 둬 살펴봤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전년 평가 기간보다 검찰의 기소 건수가 줄었고, 성매매를 강요 당한 외국인 피해자를 오히려 처벌해 온 우려사항에 대응하는 조처를 하지 않았으며, 때때로 피해자들을 추방하기까지 했다고 지적했다. 또 우리 어선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강제 노동이 만연하다는 보고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는 피해자 신원 확인을 보고하지 않았다고 했다.아울러 한국 당국자들은 피해자 식별 지침을 일관되게 활용하지 않았고, 법원도 인신매매 관련 범죄자 다수에게 1년 미만의 징역형이나 벌금, 집행유예를 선고했다고 국무부는 밝혔다.

인신매매범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이뤄졌다는 지적으로,국무부는 많은 범죄자가 종종 처벌받지 않을 뿐만 아니라 처벌 수위도 약해 처벌 후에도 인신매매 행위를 재개하는 경우도 있다는 시민단체들의 주장을 그대로 담았다.

그러면서 △ 성매매 종사자, 어민, 이주 노동자 등 취약 계층에 대한 능동적 감시 △ 어선 강제노동 등 인신매매범의 기소 및 처벌 강화 △ 당국자 교육 강화 △ 피해자 지원을 위한 정식 절차 마련 및 이행 △ 다른 범죄와 구분한 인신매매 관련 법의 집행 및 피해자 보호 자료 시스템 구축 △ 기관 간 협력 증대 등을 제안했다.

다만 국무부 보고서는 인신매매의 실태보다 피해자를 줄이고 불법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와 실행 등 정부의 노력을 기초로 평가한다. 따라서 낮은 등급은 인신매매가 성행한다는 말이 아니라 정부의 노력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각국의 미국 대사관, 정부 당국자, 비정부 기구에서 나온 정보, 각종 보고서와 뉴스, 학술 연구, 정부 및 단체들과의 협의를 통해 이뤄진다.

한국이 포함된 2등급에는 이탈리아, 일본 등 선진국부터 브라질, 이스라엘, 그리스, 인도, 멕시코, 태국, 우크라이나 등 99개국이 포함됐다. 2등급 중에서도 피해가 늘고 있지만 상응하는 조처를 하지 않은 나라에 해당하는 ‘감시 리스트’ 국가에는 34개국이 올랐다. 최하인 3등급에는 북한을 비롯해 중국, 러시아, 이란, 쿠바, 시리아, 튀르키예(터키) 등 22개국이 포함됐다. 정부 기능이 원활하지 않은 ‘특별 사례’는 리비아, 소말리아, 예멘 등 3개국이다.

국무부 당국자는 언론 브리핑에서 21개국의 등급이 상향되고 18개국이 하향됐다고 밝혔다. 3등급으로 지정되면 인도적 지원, 교역 관련 지원을 제외한 미국의 다른 해외 원조에 일정한 제약을 받고, 교환 프로그램이나 다국적 개발은행에서 미국의 지원 거부에 직면할 수 있다.

20년 연속 최악인 3등급으로 지정된 북한은 국가가 인신매매나 강제노동, 성노예 등에 관여하는 국가 후원 인신매매 11개국에 러시아, 이란, 아프가니스탄 등과 함께 포함됐다. 이 분류는 올해 신설됐다.

경남 사천경찰서 생활안전과 팀이 지난 4월 관내 외국인 노동자 단체숙소에 대한 방범 진단 및 환경 개선 활동을 하고 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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