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무덤에서 언제 나오나"..규제 풀려도 우울한 대구
대구 남구·북구 등 미달 사태 지속
대전, 규제 해제 이후 경쟁률 '두 자릿수'
규제지역에서 해제된 지역들에서 진행된 청약 성적이 엇갈렸다. 대구는 여전히 미달이 속출하고 있지만 대전은 양호한 성적을 거두면서 선방했다. 규제 해제 수혜를 가른 것은 '가격'과 '공급량'이다. 대구는 높은 가격과 쏟아진 공급 폭탄이 발목을 잡았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 등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환경이 여전히 부정적인 만큼 청약에 급하게 나설 필요가 없다고 조언한다.
20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대구시 남구 대명동에 들어서는 '힐스테이트 대명 센트럴 2차'는 전날 967가구에 대한 1순위 청약을 진행한 결과 총 177명이 몰려 모집 가구 수를 채우지 못했다. 모든 면적대에서 가구 수가 미달했다. 북구 관음동에 지어지는 '태왕아너스 프리미어'도 134가구를 모집하는 1순위 청약에 17명이 청약했다. 마찬가지로 모집 가구 수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대전은 달랐다. 대전 중구 중촌동에 들어서는 '중촌 SK뷰'는 전날 147가구에 대한 1순위 청약을 진행한 결과 총 3261명이 몰려 평균 경쟁률 22.18대 1을 기록했다. 가장 높은 경쟁률은 전용 84㎡B로 27가구 모집에 1583명이 도전해 58.63대 1을 기록했다.
이달 초 동구에서 분양한 단지와 비교하면 확연하게 차이 난다. '대전스카이자이르네'는 75가구를 공급하는 특별공급에 38명이 청약해 청약자가 가구 수에도 미치지 못했다. 135가구를 모집하는 1순위 청약에서도 368명이 도전, 평균 경쟁률이 2.75대 1에 그쳤다. 단순하게 청약자 수만 비교해도 '중촌 SK뷰'는 4716명, '대전스카이자이르네'는 406명으로 11배 이상 차이 난다.
정부는 지난달 30일 '2022년 제2차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대구 수성구와 대전 동·중·서·유성·대덕구를 투기과열지구에서, 대구 동·서·남·북·중·달서구·달성군을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했다. 이런 조치는 지난 5일부터 시행됐다.
투과지구에서 해제로 청약, 대출 등이 완화됐다. 전용 85㎡이하 주택은 100% 가점제 모집에서 가점제(75%), 추첨제(25%)로 변경됐다. 청약 자격도 무주택자만 가능했던 것에서 1주택자도 청약할 수 있게 됐다.
대출 규제도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은 9억원 이하 40%에서 50%로, 9억원 초과에 대해선 20%에서 30%로 각각 10%포인트 늘었다. 총부채상환비율(DTI)도 마찬가지 10%포인트 증가해 50%가 됐다. 시가 9억원이 넘는 주택담보대출시 적용받는 차주 단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서도 벗어났다. 조정대상지역에서 벗어난 곳은 이런 규제마저 적용받지 않게 됐다.
규제지역 해제에도 두 지역 청약성적이 엇갈린 것은 먼저 '가격'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최근 대구 수성구에서 분양한 단지들은 전용 84㎡ 기준 분양가가 5억원 중반대를 훌쩍 넘어선다. 일부 단지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중도금 대출 기준인 9억원을 넘는 단지도 있다. 반면 대전은 전용 84㎡ 기준 4억원 중반에서 5억원 초반으로 분양가가 형성돼있다.
'공급량'도 영향을 줬다. 부동산 정보제공 앱(응용프로그램) 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오는 2026년 12월까지 대구 공급 예정량은 8만1193가구에 달한다. 반면 같은 기간 대전은 2만6511가구로 대구의 3분의 1 수준이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두 지역 청약 성적을 가른 것은 '분양가' 때문이라고 보면 될 것"이라며 "대구는 공급이 쏟아지는데도 불구하고 고분양가를 유지하다 보니 실수요자들이 선뜻 청약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대전은 대구보다는 분양가가 낮고 규제 해제 영향까지 더해지면서 청약 성적이 일부 개선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시장 부진으로 일부 지역이 규제 지역에서 해제됐지만 청약 시장에 접근할 땐 신중할 필요가 있단 설명이다. 금리 인상 등 청약 시장을 둘러싼 거시경제 환경이 여전히 부정적이어서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대전 등은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되면서 투자목적으로 청약시장에 유입하는 예비 청약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부동산 시장 자체가 부진하고 금리도 계속 오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투자를 목적으로 진입하는 수요자는 한 번 더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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