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견인차 사고로 몸이 멈췄다..정민수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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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과 그 물건들은 많은 것을 말한다.
그곳에 사는 이의 손길과 시선이 자주 닿은 곳은 어디인지, 세월과 함께 어떤 물건이 그이의 삶에서 비켜났는지. 공간과 사물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일은 그 공간의 주인을 만나는 또 다른 방식이다.
움직일 수 없는 몸이 이동하기 위해 더 많이 필요한 공간과 움직일 수 없는 그의 시야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배치된 물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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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과 그 물건들은 많은 것을 말한다. 그곳에 사는 이의 손길과 시선이 자주 닿은 곳은 어디인지, 세월과 함께 어떤 물건이 그이의 삶에서 비켜났는지…. 공간과 사물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일은 그 공간의 주인을 만나는 또 다른 방식이다.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물건은 무엇인가 묻는 질문에 정민수(가명)씨는 휠체어, 침대 그리고 스마트폰을 꼽았다.
그의 대답을 들으며 집을 살펴보았다. 환자용 전동 침대와 실내용 휠체어, 이동 보조기구가 놓인 거실은 휑한 느낌마저 자아냈다. 그 옆에 놓인 옷장과 플라스틱 서랍장 위로 수북하게 쌓여있는 약봉투들이 보인다.
민수씨는 계약직 견인차 운전기사로 일하던 2013년 5월 사고로 전신이 마비됐다. 침대와 휠체어가 움직여야 하니 동선을 막는 다른 가구나 물건을 두기 어려웠을 것이다. 여러 모로 살림살이가 간결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지금 살고 있는 집은 매일 이어지는 재활치료를 위해 병원 가까운 곳으로 이사한 곳이다. 그래서 이 집에서 사고 이전 민수씨 삶의 흔적을 찾기는 더욱 어렵다.
그나마 민수씨가 많은 시간을 누워 지내는 침대 머리 맡에는 그에게 꼭 필요한 물건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스마트폰 충전기와 소형 선풍기, 약과 물이 그가 고개를 돌려 볼 수 있는 거리에 놓여 있고 시계와 달력도 누워있는 그의 시선이 닿기 쉬운 곳에 걸려 있다. 오프라인 활동에 큰 제약을 겪고 있는 그는 온라인으로 세상과 소통한다. 스마트폰은 그가 세상과 너나들이하는 통로이다.
한걸음 물러서 그와 그의 공간을 다시 살펴본다. 움직일 수 없는 몸이 이동하기 위해 더 많이 필요한 공간과 움직일 수 없는 그의 시야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배치된 물건들. 그 모든 것들이 제가 선 자리로 주인의 정물 같은 일상을 조용히 들려주고 있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이 사진기사는 2030 청년 187명의 산재 기록을 톺아본 <한겨레> 기획보도 ‘살아남은 김용균들’ 중 하나로, 인터랙티브 페이지에서 더 많은 기사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bit.ly/3AIbWz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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