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에서 양으로" 대마 합법화 추진하는 독일.. 도미노 될까?

신은별 2022. 7. 2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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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신호등 연정, 대마 합법화 추진
독일 합법화 다른 나라에 영향 커
독일 베를린 행사장 '트렙토우 아레나'에서 15~17일(현지시간) 열린 대마초 박람회 '메리제인 베를린'에서 16일 업계 관계자가 대마초 관련 상품을 홍보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베를린=신은별 특파원

독일 정부가 대마초(마리화나) 합법화를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독일법상, 대마초 재배·소지·거래는 불법이거나 까다로운 규제의 대상이지만 정작 사용은 크게 규제하지 않는 '역설'을, 제도권의 영역으로 끌어와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음에서 양으로' 끌어옴으로써 대마초 인구의 건강·안전을 보호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안정적으로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정부는 관련 초안을 연내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선진국 독일이 입법 매듭을 지으면, 대마초 합법화 물결이 연쇄적으로 일어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獨 최대 대마 박람회... "대마 인구? 더 늘어날 것!"

독일 최대 대마초 박람회 '메리제인 베를린'이 열린 행사장 '트렙토우 아레나'를 15, 16일 찾았을 때, 약 1만3,000㎡ 공간은 인파로 가득했다. 주최 측은 대마초 관련 업체 300개가 참여했고, 행사가 열린 15~17일 방문자가 2만4,000명가량이라고 추산했다.

독일 베를린 행사장 '트렙토우 아레나'에서 16일(현지시간) 독일 최대 규모 대마초 박람회 '메리제인 베를린'이 열리고 있다. 행사장이 인파로 가득 차 있다. 베를린=신은별 특파원

대마초를 말아 피우거나 키우는 데 활용하는 장비들부터 도넛·아이스크림·맥주와 같은 음식들까지 대마초와 관련한 상품이 그곳에 즐비했다. 티셔츠에도, 케밥에도 대마초 성분이 함유됐다고 했다. 판매자들은 화려한 언변과 판촉용 상품으로 눈과 귀를 사로잡았고, 방문객들도 이를 즐기고 있었다. 알약 형태의 대마초를 제조하는 프리덤팜의 노베르트 니미르스키씨는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이 대마를 피우게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다량' 안 되고, 피우는 건 되고... 무법지대? 회색지대?

독일은 대마초를 제한적으로 허용한다. 기준은 크게 두 가지다. ①대마 추출물인 칸다나비올(CBD) 자체는 마약에 해당하지 않는데, 여기에 환각작용을 일으키는 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올(THC)이 얼마나 함유되어 있느냐에 따라 불법이 될 수 있다. THC가 0.2% 미만이면 허용된다. ②아울러 환각·오락 등 기호용 거래는 안 된다.

독일 베를린 행사장 '트렙토우 아레나'에서 15~17일(현지시간) 열린 대마초 박람회 '메리제인 베를린'에서 15일 업계 관계자가 대마초 관련 상품을 홍보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베를린=신은별 특파원

그러나 많은 독일인들은 애매한 규정에 합법과 불법을 넘나들고 있었다. 예를 들어 오락을 위해 대마를 사는 것은 불법이라도, '6g 미만'을 소지하고 있으면 처벌받지 않는다. 판매자에게는 까다로운 규정이 적용되지만, 사용자에게는 그렇지 않은 것도 모호한 규정이다. 레온(17)씨는 "필요한 만큼만 조금씩 사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부모님은 내가 대마초 피우는 것을 싫어하지만 그렇다고 말리지도 않는다"고 했다.

현지인들은 '불법 판매자'로부터 공급받는 일도 비일비재하다고 밝혔다. 행사장에서 만난 닥터 비지씨에게 어디서 판매자를 만날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텔레그램(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사는 곳'과 '대마초' 키워드를 넣어서 검색하면 나온다. 아니면 동네에서 사람들에게 '딜러 번호를 알려달라'고 해보라."


"이미 통제엔 실패했다" '연내 초안 마련' 계획한 독일

이미 많은 사람들이 대마초에 노출된 것. 합법화가 필요하다고 독일 정부가 판단한 주된 이유다. 독일 보건당국은 400만 명의 성인을 대마초 인구로 추정한다. 칼 라우터바흐 독일 보건장관은 최근"대마초를 억압하는 지금의 방식은 이미 실패했다"고 했다. 독일 정부는 대마초를 제도권으로 포함시켜야 대마초 통제에 투입하는 행정력 낭비를 줄일 수 있고, 무엇보다 국민들의 안전을 지킬 수 있다고 여긴다.

대마초 합법화 활동가로 잘 알려진 안드레아스 뮐러 독일 연방법원 판사가 16일(현지시간) 대마초 박람회 '메리제인 베를린'이 열린 행사장 '트렙토우 아레나'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베를린=신은별 특파원

합법화 찬성론자들은 이 문제가 '인권'과 직결됐다고도 주장한다. 현직 판사임에도 대마초 합법화를 위해 목소리를 높여 '독일에서 가장 유명한 활동가'로 불리는 안드레아스 뮐러씨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술·담배에 대해서는 감시·처벌이 없는데, 대마초는 있다. 제도적 차별이고, 선택권 침해이다. 대마초 합법화는 '박해로부터의 해방'이다. 지금 이야기를 하는 순간에도 많은 이들이 범죄자 또는 잠재적 범죄자가 되고 있다."

합법화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득도 논의를 촉진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독일에 있는 하인리히 하이네 대학은 합법화를 통해 독일이 연간 세수 및 비용 절감 효과를 약 47억 유로(6조2,659억 원∙19일 기준)로 추산했다(지난해 11월 발표).

대마초 합법화는 지난해 11월 신호등(사회민주당·녹색당·자유민주당) 연립정부 협약서에 포함되면서 가시화했고, 정부는 지난달부터 의료·산업·법 등 각 분야 전문가들과 공식 논의에 돌입하며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독일 베를린 행사장 '트렙토우 아레나'에서 15일(현지시간) 독일 최대 규모 대마초 박람회 '메리제인 베를린'이 열린 가운데, 행사장 바깥에 대마초가 가득 든 봉지들이 진열돼 있다. 대마 잎도 보인다. 베를린=신은별 특파원

국제법 어기거나 바꿀 수도... 도미노 일어날까?

합법화를 하게 되면, 대외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도 상당하다. 우선 독일의 합법화는 기호용 대마초 합법화를 금하는 유엔(UN), 대마초 판매를 금지하는 유럽연합(EU)의 법과 배치될 수 있다. 뮐러 판사는 "독일이 국제법에서 이탈할 수도 있고, 독일 주도로 국제법을 바꿀 수도 있을 것"이라며 "사회가 바뀌는데 고정된 법을 붙들고 있을 수는 없다"고 했다.

독일은 국제사회 의제를 선도할 '힘'이 있다. 그래서 지난해 EU 최초로 대마초를 합법화한 몰타와는 다른 파급효과를 가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영국 가디언은 이달 초 "독일의 합법화 움직임이 도미노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보도했다.

독일과 별개로 이미 대마초를 합법화했거나 하려는 국가도 늘고 있다. 지난달 태국이 '아시아 최초' 타이틀을 달았다. 독일 대마산업협회 소속 마르진 로에르쉬씨는 "예상보다 빠르게 독일에서 합법화가 이뤄질 것 같다"며 "아마 다른 나라들도 사전 준비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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