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차 유행 들어갔는데 병상 준비 부족.. 개량백신 무조건 확보해야"

기자 2022. 7. 20.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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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석 국가감염병위기대응 자문위원회 초대 위원장(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이 경기 안양시 평촌동 한림대성심병원 본관 2층 진료실에서 코로나19 6차 유행에 대한 전망과 방역대책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윤성호 기자

■ 현안 인터뷰 - 정기석 국가감염병위기대응 자문위원장

BA.5 재생산지수 18 넘어

상상하지 못할 빠른 전파력

4차 백신, 방어효과 없어도

중증예방 위해 꼭 접종해야

거리두기, 가장 마지막 수단

중증화율·사망자 수 낮추면

사회 멈추지 않고 일상 가능

6차 유행 확산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주말과 평일을 가리지 않고 보름 넘게 주간 더블링(두 배로 증가)되고 있다. 확진자 수, 변이 검출 속도 등 주요 방역 지표는 정부 예상치를 가파르게 뛰어넘고 있다. 이번 유행 기간은 얼마나 지, 피해 규모는 얼마나 커질지 예측하기 힘든 실정이다. 전파력과 면역 회피력을 모두 갖춘 변이 바이러스들은 가장 큰 악재다.

지난 5월 12일 국내 유입된 오미크론 하위변이 ‘BA.5’는 두 달 만에 우세종이 됐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중에서 가장 전파력이 강한 ‘켄타우로스(BA.2.75)’도 지역 사회에서 조용하게 퍼지고 있다. 정부는 국민 자유를 제한하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재도입하는 대신 중증·사망에 취약한 고위험군을 보호하는 ‘자율 방역’을 내놓았다. 방역 방향성은 맞지만 이 같은 조치로는 6차 유행을 관리하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막 시작한 4차 백신 예방 접종도 탄력이 붙지 않고 있다. 방역조치 중에서 확진자 7일 격리의무와 실내 마스크 착용 등 2가지만 남은 상황에서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은 존재할까.

■인터뷰 = 권도경 기자

지난 12일 정기석 ‘국가감염병위기대응 자문위원회’ 초대 위원장(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을 만나 6차 유행 전망과 대책을 들어봤다. 자문위는 국무총리실 소속으로 정부 방역정책 결정을 돕는 전문가 중심의 독립 자문기구다. 정 위원장은 백신이 코로나19를 방어하는 효과는 떨어지지만 중증화 예방을 위해서는 맞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사회적 거리두기는 가장 마지막 수단으로 검토돼야 한다고 봤다. 인터뷰 이후 국내 유행 상황이 급변한 부분은 전화취재로 보완했다.

―6차 유행 확산세가 당초 예상보다 빠른데.

“올해 코로나19 유행의 바닥권은 지난 6월 말 하루 평균 확진자 수가 6000∼7000명대에 머물렀던 때다. 올해 유행 저점은 그 이하로 내려가기 힘들 것이다. 문제는 이번 유행이 얼마나 빠르게 진행돼 확진자 규모가 어느 정도 속도로 치솟느냐다. 3가지 정도 시나리오가 나온다. 첫 번째는 유행 확산세가 증가하다가 일정 기간 ‘파미르 고원’ 형태로 확진자 수가 정체됐다 이후 다시 공격적으로 올라가는 것이다. 두 번째는 지금부터 겨울까지 계속 상승하기만 하는 거다. 마지막은 작은 정점이 온 후 큰 정점이 곧바로 본격화되는 것이다. 각 시나리오에 맞춰서 방역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 가장 나쁜 상황과 가장 보수적인 상황에 대한 수리모델링을 예측해서 대책을 세워야 한다. BA.2.75에 대한 독성과 치명률 분석 자료도 서둘러 입수해야 한다. 감염병 역사상 가장 전파력이 높은 질병은 홍역이었다. 코로나19 이전에 기초감염재생산지수가 10을 넘는 전염병은 홍역밖에 없었다. 초기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이 3배 센 기존 오미크론 변이(BA.1)는 9.5였다. 오미크론 하위 변이인 BA.5는 18을 넘어섰다. 홍역보다 더 빠르다는 얘기다. 인류가 상상하지 못할 전파력을 가진 질병이 나타난 것이다. 바이러스 특성상 변수 역시 많다. 방역은 움직이는 표적을 쏘면서 인류와 바이러스가 쫓고 쫓기는 싸움을 하는 거다.”

―전파력이 센 BA.2.75와 BA.5의 동시 유행이 현실화된다면 확진자 폭증이 우려된다.

“BA.2.75는 BA.5보다 3∼9배 전파력이 빠르다는 얘기가 일부 해외 연구기관에서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중에서는 가장 전파력이 강한 거다. BA.2.75의 전파력이 최대 9배까지 빠르다고 예상한다면 1명이 확진되면 100명대 후반, 200명대까지도 감염시킬 수 있다고 봐야 한다. BA.5가 우세종으로 가파르게 치솟아 올라가고 BA.2.75가 뒤따라 퍼진다면 국내 최다 하루 확진자 수 기록은 깨질 가능성도 있다. 지난 2∼3월 오미크론 유행 당시 BA.1이 들어온 후 전파력이 더 강한 스텔스 오미크론(BA.2)이 따라 들어오면서 하루 확진자 수가 62만 명이 나왔다. 이번 유행에서도 BA.2.75와 BA.5가 이 같은 양상을 재현한다면 62만 명을 넘어설 가능성도 없지 않다.”

―확진자가 매일 수십만 명 쏟아져나온다면 지금 방역 역량으로 감당이 가능할까.

“확진자 수보다는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에 중점을 두고 대응해야 한다. 숫자가 아무리 많이 나와도 이젠 백신과 치료제란 무기가 있다. 감염 초기 치료를 공격적으로 해서 치명률을 늦추는 게 중요하다. 60세 이하는 치명률이 매우 낮다. 고위험군에게 치료제인 팍스로비드와 라게브리오를 빨리 투약해 위중증화를 막아야 한다. 확진자 숫자에 연연하기보다는 중증화율이나 사망자 수를 낮추는 데 의료자원을 쏟으면 우리 사회가 멈추지 않고 일상을 누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유행이 반복될 때마다 국내 의료체계 문제점이 노출됐는데.

“의료시스템을 대대적으로 조정할 때가 왔다. 지난 정부에서는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후 2년 동안 병실 준비에 차질이 적지 않았다. 유행에 대비할 물리적 시간도 많았지만 유행이 터지면 병상은 항상 부족했다. 응급실 체계도 보강해야 한다. 상급병원 응급실 내에 감염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음압격리시설이 잘 마련돼 있지 않다. 설사 있다고 해도 너무 좁다. 지난 오미크론 유행 당시에는 응급실에서 병상 대란이 시작됐다. 컨테이너 음압격리실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유행 상황에서 기저질환자나 임신부, 소아 등이 응급실에서 쉽게 진료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아이들이 응급실을 몇 군데 전전하다가 숨지거나 임신부가 출산하기 위해 몇십㎞를 이동하는 일은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된다. 아마 이달 말 응급실 체계가 재정비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주요 대책으로 4차 백신 접종을 꺼냈는데 국민의 백신 거부감은 아직 상당하다.

“처음 백신이 나왔을 때는 방어 효과가 굉장히 좋았다. 100명이 맞으면 80명은 코로나19에 안 걸렸다. 방어 효과가 80% 정도로 높았는데 이후 알파, 베타, 델타, 뮤, 오미크론 등 변이만 10가지 넘게 나왔다. 바이러스는 계속 진화하는데 우리가 가진 것은 구형이 돼 버린 백신 한 가지다. 최근 화이자와 모더나 등 제약사들이 미 식품의약국(FDA)의 권고로 BA.5 변이를 반영한 개량 백신을 개발 중이다. 인류가 할 수 있는 최대치다. 지금 백신이 감염예방 효과가 떨어지긴 한다. 하지만 사망자를 줄일 수는 있다. 구형 백신이라고 해도 중증과 사망을 50% 낮추는 것은 ‘팩트’다. 백신을 맞아야 하는 이유는 위중증과 사망을 막아주기 때문이다. 50세 이상 4차 접종 대상자는 백신을 맞아 이번 고비를 넘겨야 한다. 개량 백신 도입도 최대한 서둘러야 한다. 이미 개량 백신 물량을 확보하기 위한 선진국들의 경쟁은 치열하다. 수개월 내 개량 백신이 나오면 정부는 외교력을 총동원해서라도 국내 물량을 무조건 가져와야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 없이 방역 한계점이 많다는 지적도 나오는데.

“사회적 거리두기는 가장 마지막 수단이다. 이미 사회적 거리두기는 국민 피로도가 높아 수용성이 떨어지고 있다. 다만 치명률이 치솟는다거나 사회 필수 기능이 마비되는 등 중대 국면에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재도입 될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기보다는 요양병원 등 감염취약시설 위주로 실시될 가능성이 상당하다. 확진자 7일 격리 의무와 실내 마스크 조치도 코로나19 유행이 끝나는 가장 마지막 순간까지 지켜져야 할 방역 조치다. 지난 3년간 여러 가지 백신과 치료제에 대한 정보, 사후 관리에 대한 지식이 축적됐다. 올겨울 유행을 무사히 넘기고 나서 내년 이후 효과 좋은 백신과 치료제가 보급된다면 코로나19도 제2의 독감처럼 다뤄질 수 있는 시기가 올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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