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압박 속 러-이란 협력 다지기..산유국 공통점은 유대 걸림돌
이란, 우크라戰 지원 가능성..美 "공격용 드론, 러에 제공"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동 순방을 마친지 불과 수일만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란에서 튀르키예(터키) 정상 등과 다자 회담을 벌였다.
러시아의 이번 방문은 이란과 중국, 인도 등과 전략적 관계를 강화하면서 미국 등 서방의 제재를 상쇄하려는 움직임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이날 푸틴 대통령은 이란 측에 양국이 "경제, 안보, 지역 현안 분야에서 좋은 관계를 발전시켜가고 있다"고 말했고, 이에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양자 협력을 비롯해 모든 사안이 매우 빨리 발전되고 있다"고 화답했다.
그러나 러시아와 이란 등 두 국가들이 서방의 제재에 대한 적대감으로 뭉치더라도 협력관계를 심화시키기에는 양국이 에너지 생산국 이라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분석했다.
심화하는 러시아-이란 관계가 제기하는 몇 가지 핵심 문제들을 살펴봤다.
◇ 이란, 우크라 전쟁서 러시아 지원할까?
우선 이란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원할 수 있다는 우려가 최근에 미국으로부터 제기됐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11일 이란이 러시아에 공격용 드론을 제공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당시 그는 "이란 정부는 러시아에 무기 탑재가 가능한 무인항공기(UAV) 등 최대 수백 대의 UAV를 신속하게 제공할 준비를 하고 있다"며 이르면 이달 중으로 이란이 러시아군을 훈련시킬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했다.
미국을 제외한 어느 국가도 이를 확인하지는 않았으나 이란 외무부 측은 미국의 이 같은 주장이 정치적 의도와 목적을 가진 것이라고 반박했다.
여기에 설리번 보좌관은 지난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인들을 살해하기 위해 이란과 협력을 심화하는 것은 전 세계가 깊은 위협으로 바라봐야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잭 와틀링 선임 연구원은 "이란은 드론 무기를 공급하는 것 외에도 러시아가 제재를 회피하고 잠재적으로 서방 국가를 통한 공급망에 덜 의존하는 무기 시스템을 제조하는 등 러시아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 러, 이란으로부터 '서방 제재 회피' 교훈 얻을 수 있을까?
이란은 핵 프로그램 개발에 대해 서방의 제재에 맞서 싸운 다년간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이란의 원유 수출량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란핵협정(JCPOA)에서 탈퇴하고 이란산 원유의 수입을 금지하는 등의 제재를 가하면서 급격히 감소하면서 극심한 타격을 입었다. 그러나 이란은 중국에 수출량을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했고, 덕분에 미국의 제재로 인한 재정 부담이 약화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와틀링 선임 연구원은 "러시아는 이란이 서방의 제재를 회피하는 데 경험이 풍부하고 잠재적으로 가치 있는 파트너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 싱크탱크 국제안보문제연구소(SWP)의 야니스 클루게 연구원 역시 "러시아는 이란으로부터 배울 수 있는 교훈이 있을 수 있다"면서 일부 러시아 은행이 스위프트(SWIFT·국제은행간통신협회)에서 차단되면서 러시아 측은 이란 등을 포함시킬 수 있는 대체 결제망을 개발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스위프트는 달러화로 국제 금융거래시 필요한 결제 시스템을 운영하는 비영리조직으로, 현재 200개국 1만1500여개 기업이 가입해 있다. 초기에 러시아를 송금망에서 퇴출시키는 것은 '금융의 핵무기'라고 불릴 정도로 파급력이 큰 제재라는 평가를 받았으나 러시아 루블화는 7년래 최대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경상수지도 개선되고 있는 상황이다.
◇러-이란, 에너지 분야에서 협력할 수 있나?
이란과 러시아 두 국가는 모두 석유와 가스를 생산국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가 중국과 인도에 수출량을 최저가로 공급하면서 양국 간의 경쟁이 심화한 상황.
유라시아그룹의 이란 전문가인 헨리 로마는 "경제적 측면에서 전쟁은 양국 관계를 크게 악화시켰다. 러시아는 이란의 파이를 갉아먹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러시아와 이란 정상들이 회담 이후 이란의 국영 에너지기업 국영석유회사(NIOC)와 러시아 가스프롬은 이날 400억 달러(약 52조원) 규모의 협약을 체결하면서 가스전과 액화천연가스(LNG), 원유 제품 생산 등을 개발하기로 합의한 점을 미뤄 향후 에너지 분야에서 양국은 협력을 더욱 강화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 이란의 핵협상 복원 회담에는 어떤 변화가 생길까?
JCPOA는 지난 2015년 이란과 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독일이 맺은 합의로 이란 핵 개발을 제한하는 대신 경제 제재를 일부 풀어주는 내용이 골자다. 하지만 2018년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일방적인 탈퇴를 선언하면서 합의는 유명무실해졌다.
합의 복원을 목적으로 지난해 4월부터 약 오스트리아 빈에서 미국이 간접 참여하는 방식으로 논의가 진행됐으나 협상은 여전히 교착상황에 빠졌다.
여기에 러시아 측은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이란과의 무역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미국에 서면 보증을 요구하면서 협상에 어려움을 더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지적했다. 러시아는 이란의 압박으로 일단 한발 물러섰으나, 협상은 모멘텀(추진력)을 상실한 상황.
유라시아 그룹의 로마 연구원은 "이란의 핵협상 복원을 위한 회담에 러시아가 간섭한 것은 전통적인 접근 방식을 크게 뒤집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yoong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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